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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 | 칼럼·시평 [문화칼럼]
‘총장직선제 폐지’ 강요는 위법이다
김창록 경북대학교 교수(2013-10-10 09:59:25)

‘총장직선제 사태’로 전국의 국립대학이 2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연구와 강의를 위해 촌음을 아껴야 할 교수들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는 교육부의 법을 위반한 강요에 맞서 ‘대학의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2013년 대한민국 국립대학의 서글픈 풍경이다. 1953년에 제정된 ‘교육공무원법’에는 대통령이 “교수회의 동의를 얻어” 총장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쿠데타로 헌정을 유린한 5.16세력의 국가재건최고회의가 1963년에 “교수회의 동의를 얻어”라는 부분을 삭제하여 ‘총장임명제’를 밀어부쳤다. 그것이 1970, 80년대의 대학을 얼마나 음울한 공간으로 만들었는지 당시의 세대들은 몸으로 확인했었다. 1980년대말이 되어대학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교수들이 ‘총장직선제’를 실시했다. 법률은 ‘총장임명제’였지만 직선으로 뽑힌 사람이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1991년에 「교육공무원법」에도‘총장직선제’의 근거가 마련되었고, 2005년에는 “직접선거”를 포함한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따라 총장후보자를 선정하도록 되었다. 이것이 지금 현재도 대한민국의 법률이다.

이렇게 법률이 총장직선제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직간접선거에 의한 선출방식을 배제”하는 것이 “총장직선제 개선”이라고 강변하며, 이른바 ‘총장직선제개선’을 하지 않는 대학들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 2012년의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에서 그 전해까지 매년 지원을 받았던 경북대, 목포대, 부산대, 전남대가 선정되지않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렇게 되자 다름 아닌 직선제로 선출된 위 대학의 총장들이 ‘총장직선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학칙을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앞다투어 공포했다.

법이 금지하는 것을 하는 것이 위법이듯이, 법이 보장하는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위법이다. 교육부의 위법행위와 그에 편승한 총장들의 반대학적 행태를, 학생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방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총장직선제에 관한 교수총투표, 교육부장관 불신임투표와 고발, 행정소송과 민사소송, 감사원 감사청구, 국회 청원, 총장에 대한 행정소송 등 교수들은 ‘대학’을 지키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뀐 올해에 들어서도 교육부는 막무가내다. 한 술 더 떠서 이제는 ‘총장직선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규정을 내놓으라고 윽박지른다. ‘총장직선제 폐지’의 “실질적 유지 여부에 따라 지원금 전액 삭감또는 회수” 조치를 하겠다고 협박한다. 오랜 세월 존재했던 대학의 학칙개정 보고의무와 교육부의 학칙 시정명령권은,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위해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폐지되었다. 학칙에 대해서도 그러한데 그 아래에 있는 규정에 대해 교육부가 어떤 권한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규정에 대한 강요도 또 다른 위법행위이다.

교육부는 왜 이렇게 위법에 위법을 더하면서까지 ‘총장직선제 폐지’에 집착하는 것일까? 파벌형성과 선거과열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만 없앨 수 있는 문제인가? 제도를 합리화하고 불법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대응을 하면 될일 아닌가? 교수들의 반대를 억압하고서 폐지하면 더 나아지는가? 이렇게 막연한 이유만으로 법률이 보장하는총장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면, 지역감정, 논공행상, 선거과열 등의 이유만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직선제나 국회의원직선제도 폐지하고 ‘체육관선거’로 돌아가야하는 것 아닌가? 교육부가 내세우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그래서 교육부의 진정한 의도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지난 2월에 ‘총장직선제 폐지’의 실무책임자였던 교과부차관이 현직을 유지한 채 한 국립대학의 총장 공모에 응모했다가,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것이 “교과부 관료의 전관예우를 위한 자리마련 때문”인가라고 질타하는 성명을 발표한 다음날 응모를 철회한 일이 있다. 내놓은 정책을 쉽게 뒤집기로 유명한 교육부가 ‘총장직선제 폐지’만은 무리에 무리를 거듭하면서도 집착하는 이유는, 민주화 이전의 ‘총장임명제’ 시절과 같이 국립대학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불순한 의도 이외에 달리 찾을 길이 없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이 그간의 총장직선제에도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문제는 총장직선제 그 자체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앞장서서 법치주의를 실천해야 할정부기관인 교육부가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라고 국립대학을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판단에 따라 총장직선제를 폐지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대학의 판단에 따라 총장직선제를 유지할 수도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선언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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