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4 | 칼럼·시평 [서평]
거인들과 함께한 행복한 글쓰기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
송준호 교수(2014-04-01 13:32:24)






가수 서태지를문화 대통령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최고혹은리더수준의 글쓰기 방법을 안내하는 책으로 보았다. 생각의 단초부터 잘못되었다. 책장을 열어 보고는 그런 지레짐작이 옳았다는 것도 금세 깨달았다.


잘못된 생각의 단초는 땅의 역대 대통령 모두가 최고 수준의 지성이나 올바른 역사관을 갖춘 리더였던 것만은 아니라는, 아니 오히려 그중 몇몇은 우리 역사의 물줄기를 역류시킨 장본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데서 비롯되었다. 지레짐작이 옳았다고 것이야 당연히 제목으로 내건대통령 면면 때문이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썼던 강원국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다. 그가 책을 펴낸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아니, 지극히 단순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내준 숙제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글쓰기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쓰세요. 연설비서실에서 일하면서 깨달은 글쓰기에 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을 쓰세요.” 생전의 대통령이 그렇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째서 대통령답지 않게 그런말도 되는(?)’ 숙제를 내주었던 걸까. 저자의 회고에서 답을 찾을 있다.  

대통령은 역사의 진보를 한마디로 소수가 누리는 권력이나 지위를 많은 사람이 나눠 갖고 함께 누리는 것이라 했지요.” 그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 생전에 꿈꾸었던사람 사는 세상이었을 …. ‘역사의 진보 무엇으로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가.


많은 사람 시민이 깨어나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했던 대로행동하는 양심 가져야 한다. 불의에 항거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창출해서 지켜갈 아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한다. 역사를 바로 아는 의식과 안목과 실천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의식안목실천력이야말로 글쓰기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믿음을 노무현 대통령은 확고히 갖고 있었던 같다. 그가 생각한 글쓰기의 힘이었다. 어째서 그런가.

글은 생각을 문자로 옮긴 것이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다. 생각을 객관화시켜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때 글과 생각은 지속적으로 교호작용한다. 거기에 필수적으로 독서의 힘이 더해진다. 그런 과정에서 생각은 신념으로 정리되고 체계화된다. 

역사의식과 가치판단의 안목이 형성된다.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깨어 있는 시민으로 거듭나고행동하는 양심 갖추어가는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넓고 깊은 식견을 갖춘 연설가였다. 웅변가였다. 치밀하게 준비된 글이 아니어도 논리정연한 연설을 통해 대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가 뛰어난 대통령이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연설문의 단어 하나까지 일일이 고치고 바꾸었음이 책을 통해 생생하게 드러난다. <대통령 글쓰기> 어떤 책인가.

위인의 평전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주창했던햇볕정책행동하는 양심’, 노무현 대통령의사람 사는 세상깨어 있는 시민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는지 한눈에 읽을 있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심과 소신을 지키며 말할 있는 용기 책의 독서를 통해 체득하게 한다.   

대통령을 추억하는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매력도 있다. 그들의 진정성 있는 영혼이 곳곳에 녹아 있다. 연설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도 엿볼 있다. 특유의 논리 전개나 표현 방식, 어투나 호흡, 즐겨 쓰는 농담 글과 관련된 대통령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설비서관의 일상을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된다.

편의 역사서이고 자기개발서다. 대통령이 실제로 행한 연설문을 읽음으로써 역사의 고비마다 마주쳐야 했던 대통령의 깊은 고뇌를 읽을 있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 발표한 연설문에서 당대의 긴박했던 시대상이 오늘 일처럼 되살아난다. 거기에 얽힌 일화들도 리얼리티가 풍부하다. 드라마가 따로 없다. 


리더가 가져야 조건이 무엇인지도 간접적으로 들을 있다. “리더는 글을 자기가 써야 한다. 자기의 생각을 써야 한다. 글은 역사에 남는다.” 김대중 대통령은글쓰기 리더의 조건으로 꼽았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도덕적 권위 더불어 사람이 쓰는말과 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새로운 글쓰기 교과서다. 아이러니하게도진짜필자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다. 저자가 연설문을 쓰는 과정에서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보고 듣고 배웠던 것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저자는 글쓰기 요령부터 글의 기조 잡기, 글의 구조를 짜는 , 첫머리와 맺음말 쓰기 등에 대해 분에게 일일이 지도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뿐인가. 저자가 연설문 초안을 대통령이 단어 하나까지 고쳐주었으니 그는 요즘말로 첨삭지도까지 받은 셈이다. 물론 처음부터 다시 쓰기도 부지기수였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조목조목 요구했다는 연설문 쓰기 지침은 자체가 글쓰기 교과서의 일부로 손색이 없다. 

책에 담긴마흔 가지 글쓰기 비법 따라가다 보면 글의 목적, 대상, 전달하는 매체, 장소, 상황 등에 따라어떻게 해야 뜻을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할 있는지’, ‘어떻게 써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있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 현대사의 거인이다. 연설과 글쓰기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기도 했다는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았다. 

<대통령의 글쓰기>숙제이면서 동시에 저자가 글쓰기 스승들에게 보내는연서(戀書)’. 연설문을 쓰면서 긴박하고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해도거인들과 함께했던 8년이야말로 책의 저자에게는 더없이 행복했던 글쓰기 시간이었으리라. 그가 자꾸 부러워지는 까닭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