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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 | 칼럼·시평 [무대뒷이야기]
음악으로 소통하는 가족
가족오케스트라 완두콩
명상종 공연기획자 (2014-07-03 12:25:34)

음악으로 소통하는 가족 


온 가족이 ‘늘어지게’ 늦잠도 한 숨 자고, 뒹굴며 금쪽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 여전히 아침부터 부산을 떤 가족들이 연습실로 하나, 둘 모여든다. 악기를 꺼내 ‘폼’을 잡는 일이 아직도 어색한 아빠, 악기보다 더 작은 체구의 아이도 몇 달 째 아름다운 소리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한국소리문화전당의 가족 오케스트라․합창단 <완두콩>의 식구들의 모습이다.


<완두콩>은 문화향유를 위한 가족 대상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가족 오케스트라를 창단, 1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함께 배우고 연습하며 감동의 무대를 탄생시켰다. 올해는 오케스트라에 더해 합창단도 추가되어 더 다양하고 풍부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연습실에 일찍 온 가족들은 각자의 악기를 튜닝하며 무릎을 맞대고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플롯, 클라리넷, 합창 등 각 파트별로 수업이 시작되면 강사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활을 쥔 아이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악기 경험이 있는 단원들도 있지만 대부분 악기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자들이 많아 기본 음계와 음정을 잡아내는 것도 불안해 보이지만, 표정만은 전문 연주자 못지않게 진지하다.

클라리넷 파트의 엄마와 딸은 주말 늦잠을 과감히 포기하고 함께할 수 있는 취미가 생겨서 너무 좋다고 한다. 비올라와 바이올린 파트에 참여한 어느 아버지는 큰 아이에 비해 많은 애정을 들이지 못한 둘째 아이를 위해 참가했다. 두 부자는 연습이 끝나고 그날의 이야기를 하며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두 악기의 다른 점, 잘 되지 않는 부분 등을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로 단원들 사이에 유명하다.


각 파트별 수업과 연습을 마친 후, 가족들은 모두 한 곳에 모인다. 연습할 때 어떤 부분이 잘 되지 않았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도움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어느새 연습실은 악기 소리보다 서로 주고받는 응원과 격려의 말로 가득 차오른다. 그렇게 여러 가족들은 음악을 통해, 오케스트라를 통해 또 다른 ‘소통’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찾아온 ‘음악’은 어느새 ‘소통과 공감대’라는 선물로 바뀌어 있다. 앞으로 이어질 교육과 음악캠프, 연주회를 마칠 때쯤이면 가족들은 오케스트라의 동료 단원이자 서로에게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온 가족이 함께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사실 가족오케스트라와 가족합창단의 의미는 연주 실력을 기르는 것보다 음악을 통해 다시 끈끈해지는, 보이지 않는 가족 사이사이의 마음에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웬만해서는 접하기 힘든 악기를 직접 연주하고 배워보는 경험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있는 삶의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될는지 모르겠다. 특히 어른도, 아이도 눈 코 뜰 새 없이 우리집에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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