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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 | 칼럼·시평 [이십대의 편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삶
김수아(도마)(2014-07-03 12:40:02)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 좋겠다.”

다른 이들로부터 이런 말을 들을 때, 나는 그 말이 꽤 의아하게 느껴졌다.‘그럼 너도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면 되잖아.’그러나 요즘은 그 말 위로‘어떻게 해야 이런 식으로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을까?’를 떠올리게 된다.

갓 20살이 되었을 때,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과 귀촌생활을 꿈꾸며 1년 간 고군분투했다. 그때 우리는 꿈을 이루려고 직접 발로 걸어 다녔다. 궁금하면 만져보고, 맡아보고. 살아서 온몸으로 세상을 배워간 1년이었다. 아쉽게도 뜻대로 되진 않았다. 그 때 친구들과 보낸 우리의 시간들은 지금 내게 훌륭한 거름이 되었지만, 당시 나는 현실에 좌절하고 많이 비틀거렸다. 이제 난 뭘 해야 하는 걸까. 애초에 대학진학은 생각하지 않았었다. 어마어마한 등록금까지 내면서 내가 과연 뭘 배울 수 있을까? 대학의 배움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럼 돈이라도 벌 생각을 했을 텐데, 우선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먼저 떠올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살아가고 싶었다. 살아가기 위해 새로이 다른 일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 그리고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뭘 할 줄 알지? 그리고 내가 뭘 좋아하지?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음악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만든 곡도 몇 곡 있었겠다, 2013년 추운 봄. 나는 거침없이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에서의 삶은 마냥 평탄하진 않았다. 사람에 울고, 돈에 부딪히는 연속이었다. 하지만 나는 꿋꿋이 서울의 웬만한 공연장은 다 돌아다니며 공연신청을 했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계속 노래를 불렀다. 그렇다고 음악으로 돈 벌 생각은 없었다. 돈이 필요하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내 노래를 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하나로 움직였다. 내 노래가 한 사람에게라도 울려 퍼졌을 때, 그 때 내가 존재하는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된다고 다독여지는 것 같았다. 나는‘내가 할 줄 아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이 두 가지 이유만으로 살아보자고 시작했기 때문에 두려운 일도 많았고 주변의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벌써 1년 반이나 이렇게 버텨냈고, 내 삶을 좀 더 명확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문제라면, 그것은 오직 외로움이었다. 무대에서 조명을 받고 사람들이 나의 노래에 귀 기울여 주어도, 무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기타하나 덜렁 매고 돌아가는 그 버스 안. 나는 가끔 울기도 했다. 어쩌다 다른 이로부터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서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 그를 붙잡고 엉엉 울기라도 하고 싶었다. 내가 이렇게 살기 위해 얼마나 아등바등 사는지, 가끔은 어찌나 처절한지 말해주고 싶다. 겉으로만 보이는 나의 모습은 행복한 배짱이로만 비춰지는 걸까?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게 꿋꿋이 살아보려는 것은, 나의 삶이 지속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이런 세상의 분위기에 맞서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제는‘하고 싶은 걸 하면서 먹고살기’를 평생의 숙제이자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였다. 

나의 서투른 음악은 이제 하고 싶은 것 이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음악은 나의 삶 자체가 되어 나를 둘러쌌다. 그 안에서 나는 나의 존재를 보호하고 세상의 존중을 받으며, 한편으로는 세상을 향한 나의 유일한 무기가 되었다.

소박한 꿈을 꾸어 무게를 덜고, 가벼운 배낭을 멘 기분으로 오늘 하루의 퀘스트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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