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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 | 칼럼·시평 [생각의 발견]
생각이 방송을 바꾸는 시대
윤목 교수(2014-10-08 15:51:26)

바야흐로 방송프로그램도 생각의 시대다 


4개의 종편이 개국한지 4년. 처음엔 조중동 보수언론에 대한 특혜시비라고 말도 많았지만, 

그 종편의 등장으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처음엔 비실비실하던 종편의 시청률은 최근 예능, 뉴스, 교양 할 것 없이 지상파를 턱밑까지 추월하고 일부 프로그램은 동시간대 지상파를 이미 추월하여 지상파 3사는 비상이 걸렸다. 그 이유가 바로 방송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광고와 마찬가지로 타겟-지향적인 생각의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첫째주, SBS의 간판프로그램인 '힐링캠프'(4.6%/닐슨 코리아 전국기준)를 따돌리고 KBS 2TV '안녕하세요'(6%)를 턱 밑까지 쫓아간 JTBC의 ‘비정상회담’ (4.964%)을 예로 들면 이 코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생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관심이 크다는 점을 간파해서 히트를 친 경우다. 한국사람 뺨치는 외국인들의 입담에 ‘비정상회담’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재미, 전현무, 성시경의 라이벌 구도까지 더해져 일약 공중파를 위협하는 JTBC의 간판프로그램이 되었다. 같은 채널의 ‘히든싱어’ 또한 그렇다. ‘슈퍼스타 K’의 빅히트에 이어 범람하던 오디션 프로그램에 식상해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간파하여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모창 실력자들을 커튼뒤로 가린 뒤 진짜 가수와의 실력대결을 벌이는 새로운 발상이 긴장감을 더해주면서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TV조선의 ‘남남북녀’ 또한 아직 미지의 세계인 북한의 실생활이 어떤지 궁금해한다는 점과 북한 출신 여성들의 미모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간파해 성공을 하고 있다. 같은 채널의 ‘대찬 인생’ 또한 그 동안 우리가 만나기 힘들었던 연예부 기자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생생한 기억을 통해 그 동안 잊혀졌던 스타들의 감춰진 스캔들과 그 후의 인생역전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기성세대들의 추억을 자극하면서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MBN의 ‘속풀이쇼 동치미’, ‘황금알’, ‘아궁이’ 같은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이 가려운 곳이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그간 흔히 만나보기 힘들었던 출연진을 등장시켜 재미있는 입담과 재치있는 주제로 MBN은 4개 종편 전체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다.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생각’의 힘 


개국 당시엔 공중파의 막대한 제작비와 맨파워에 밀려 종편이 몇 년을 버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이제는 거꾸로 공중파의 고민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 동안 KBS, MBC, SBS 공중파 3사는 방송의 독과점으로 그야말로 별 생각 없이 그들만의 경쟁을 치루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 치기 식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중파 신화를 맨 처음 무너뜨린 곳이 바로 재벌기업인 CJ계열의 M-net과 tvN이다. 케이블은 공중파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는 금기를 깬 M-net의 ‘슈퍼스타 K’, 그리고 tvN의 ‘응답하라 1994’,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은 방송계에 일반 사기업적인 아이디어와 타겟-지향적인 ‘생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어받아 이제는 4개의 종편이 피 튀기는 아이디어 경쟁으로 공중파의 시청률을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TV의 위기, 생각으로 뚫어야 한다. 


공중파의 위기는 종편의 도전에만 그치지 않는다. 더 큰 위기는 시청자들이 전체적으로 TV앞을 떠난다는데 있다.  최근 닐슨 코리아가 조사한 연령대별 TV시청시간의 변화를 보면 20대의 시청 시간은 2002년 6월 3시간 12분에서 2014년 6월 1시간 24분으로 반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30대의 시청시간은 4시간 36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반 토막이 났다. 반면 50대와 60대의 시청시간은 54분, 30분 가량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심지어 TV수상기가 없거나 다른 매체의 이용으로 TV를 시청하지 않는다는 사람들, 일명 ‘제로 TV’도 6.6%에 달했다. TV가 빼앗긴 시간은 고스란히 스마트폰의 차지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의 흐름도 최근 종편의 약진을 보면 시청자의 심리를 꿰뚫는 생각의 힘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야말로 광고도, 기업도, 방송사도, 아니 우리 일반 소비자들도 생각의 무한경쟁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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