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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 | 칼럼·시평 [읽고싶은 이 책]
도시에서 마을은 행복한가
임경진(2015-02-04 17:17:53)

                

이 글을 쓰기 불과 몇 시간 전, 이 책을 쓴 저자 유창복 씨(이하 짱가)와 함께 전주 중앙동을 돌아다녔다. 늦은 저녁을 하고, 커피숍에서 수다를 하다 보니 야심한 시각이 돼 일단 숙소를 정하고, 그 인근 가맥집에서 맘 편히 다시 수다를 이어갔다. 누군가 그랬다 정기가 입으로들 몰렸다. 눈이 반짝반짝, 사고가 채 굳어있지 않은, 이타적 상상력을 자꾸 풀어내고, 함께하면 뭔가 대단한 비책이 있을 것만 같은, 이 날의 대화는 청년 짱가가 그렇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 책은 미아리 세탁소집 막내아들이 동년배들의 평균적 삶 언저리를 거친 후,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속 마을과 공공의 영역, 어딘가에서 고군분투 생활기도시에서 마을은 행복한가를 말한다.

내 새끼에서 출발했지만 얼마가지 않아 우리 새끼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을이라는 공간과 마을 이웃의 관계망이 보였다. 그래야 그 속에서 내 새끼들을 건사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저자 짱가(성미산마을에서부터 마을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그렇게 불려지기 시작했다)30대 중반이 되어 아이를 키우려고 다시 찾게 된, 마포의 성미산 마을에서의 마을살이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어간다.

이 책은 성미산 마을에서 그가 직접 겪은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마을살이를 마주하게 되는 과제나 어려움, 고민을 담은 마을에서의 고군분투기1, 201110월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당선된 이후, 서울시의 마을공동체 정책을 수립하고 중간 지원조직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센터장 역할을 통해 실행했던 3년여 과정의 기록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의 고군분투기2부에 서술된다.

이제 성미산 마을의 이야기는 마을공동체 활동가들, 주민들에게는 신화가 되었고, 마을은 성지가 되었다. 모델이 된 곳은 현실성이 부족해 보일 때가 있다. 시작하는 이들에겐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나마 단편적이지만 짱가를 비롯한 성미산 활동가들을 볼 수 있고,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 춤추는 숲을 보시라. 발심(發心)이 돌아올 수도 있다.

그와 나와의 접점은, 전국의 마을공동체지원센터들의 협의체인 전국마을공동체지원센터협의회의 공동대표를 함께한 후부터다.

뜨거운 가슴과 열린 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말 뱉음 그리고 필요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사고치고, 책임감 있는 수습의 과정에서의 행동 등이 그를 성미산 마을과 대도시 서울의 공동체 정책 핵심에 자리 하게 한 원동력인 것 같다. ‘전국마을공동체지원센터협의회의 공동대표 역할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을에서 그의 고군분투를 먼저 보자

누군가는 마을살이를 한마디로 지지고 볶는 거라고 한다. 그렇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이걸 왜하나?’하면서도 하고 있다. 그러다가도 지나고 나면 지지고 볶을 때의 끌탕은 눈 녹듯 간 데 없고, 뿌듯한 보람이 남는다. “이 맛에 하나?”

무엇을 할까? 우리 뭐하면 좋을까, 마을에 필요한 게 뭐지, 대단한 아이템이 따로 있는 냥 한다. 뭐 할지 결정하고 나면 일을 거의 다 이룬듯하지만 그때부터이지 않던가?

어떻게 하지? 뜻이 좋다고, 아이템이 좋다고 일이 되는 게 아니란 걸 알 때 쯤이면, 이미 빼도 박도 할 수 없음을 안다. “내가 이걸 왜 하지?”

그는 왜 마을에, 마을살이(마을만들기 활동이나 마을공동체 활동을 그는 마을살이라 칭한다)20년의 세월을,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을까?

살아가는 일이 갈수록 버겁고 불안하니, 등 기대고 맘 나누며 그럭저럭 함께 해결하며 살아가는 관계를 만들어보자는 거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우리가 함께 살아왔던 것처럼, 그런 이웃관계를 복원해보자는 것이다. 살고 있는 장소에서 함께 하소연하고 궁리하면서 소외된 이웃을 초대하고, 외로운 이웃과 함께 어울리며 해결의 방도를 찾고, 그러다 보면 국가에 요구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고, 정치인도 국민의 눈치를 보고 허투로 굴지 못할 거다

삼각산 재미난마을도 그렇고, 성미산마을도 그렇고 도시에서 마을공동체가 활발한 곳은 대체로 아이들을 돌보거나, 안전한 먹거리를 나누는 등 절실한 생활의 필요를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마을살이가 시작됐다.

이러한 형태의 중심에는 아줌마들과 엄마들이 있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살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이 가진 의사소통과 관계 맺기의 능력 때문이다. 개인이 존중되는 관계가 고픈 2·30, 그리고 아이의 아빠들과 마을의 어르신들이 비빌 언덕을 찾고 서로 연대한다면 마을엔 분명 새로운 활력이 넘칠 것이다

이렇게 지난 20여 년간 동네에서 행복한 마을살이를 향한 수많은 시도들은 아픔과 행복으로 켜켜이 쌓여 경험으로 무장되어 갔다. 여기에 어느덧 정부도 적극적인 마을정책을 펼치면서, 주민들의 마을살이는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그는 동네관계망에서 지역사회 공론의 장으로의 변화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박원순 시장)1기 때, ‘동네에서 관계망을만들려 했다면, 2기에는 지역에서 공론의 장을 만들어보는 거다. 마을살이는 끼리끼리시작되지만, 끼리끼리를 넘어 서야 지속가능하기 때문이다. 공론의 장을 정책으로, 사업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이미 그는 한 마을의 활동가가 아니다. 박원순 시장의 마을공동체사업의 가장 깊숙하고 내밀한 정책 입안자이자, 전달자이자, 성과도출의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당사자이다.

그러기에 그는 시민사회의 각종 자원 동원력이 극히 취약한 현실에서 정부(지방 정부 포함)의 공공적 재정 지출은 아주 큰 힘이 되는 마중일 수밖에 없으나, 관 주도의 부작용 역시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이의 조율과 대안의 고민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염려와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정부자원을 동원해 과연 우리가 원하는 마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라는 기대와 가능성을 구체화해보려는 그간의 노력을 공유해보고 싶다라는 그의 말이 그래서 더욱 진솔하게 느껴진다.

마침 전주시도 마을공동체 활동을 민선6기 들어 실행한다고 한다. 전주의 골목골목마다 마을공동체 활동공동체사업장만드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없어도, 짱가가 없어도 시민들과 함께 전주시가 진정으로 마을지향 행정을 펼친다면 분명 일정의 성과가 있을 것이다. , 정형화되고 개량화 된 성과관리에 매몰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짱가가 마지막으로 지나온 길과 앞으로의 바람을 얘기하며 글을 맺는다.

쉽지 않다. 쉬울 리 없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할 만하다

 

약력

전라북도마을만들기협력센터장전국마을만들기지원센터협의회 공동대표등을 거쳐 현재는 전주의 사회적경제 정책관련 거버넌스 조직을 준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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