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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 | 칼럼·시평 [문화칼럼]
아시아를 향한 전북 미술의 현장과 방안
장석원(전북도립미술관장)(2015-06-01 09:51:25)

전북의 미술인은 너무 전북의 문화 구조에 익숙하고 또 그 구조에 갇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외부인으로서 전북의 작가 지원 프로그램을 종종 심사할 때가 있었는데, 대체적으로 전북적 색깔이 강하다는 것과 외적인 것들과의 교류나 변화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은 전북에 몸담고 있는 미술인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전북의 틀에 익숙해져서 대체적으로는 새로운 도전 정신이 강렬하지 못하는 비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전북의 문화구조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장점도 있다. 유서 깊은 유교적 기층 문화, 음식 및 소리 문화가 갖는 전통성 등에서 보듯 충분히 차별화되는 매력을 갖고 있다. '한국 속의 한국','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라는 캐치프레이즈도 지역적 특징을 간결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한국적인 장점도 세계를 알고 대응할 때에 빛이 난다. 가장 한국적인 전통과 정체성도 변모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곧 전통이라는 굴레에 갇히고 만다.

전북도립미술관이 금년 9월 11일에 오픈하는 아시아현대미술전은 아시아 현대미술을 전북으로 끌어들이고 전북의 미술을 아시아로 보내기 위한 출구라고 보는 편이 옳다. 아시아권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아시아 미술을 알아야 한다. 또 아시아의 작가와 평론가, 큐레이터 등을 불러들여야 한다. 이들의 눈으로 전북 미술의 실상을 보고 아시아권으로 끌고 나가게 해야 한다. 그것이 교류이고 소통이다. 그 출구 또는 입구로서 전북도립미술관은 강력하게 전시, 세미나, 레지던시 교류 등을 추진할 것이다. 우리 작가들을 아시아권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아시아 작가들을 불러야 한다. 상관면에 창작 공간을 만드는 이유도 거기 있다. 아시아 현대미술전 작가 섭외를 위해 타이페이에 갔을 때에 관두미술관 추더이 관장과 향후 5년 간 작가 교류를 하자는 협약을 맺었다. 우선 1명의 작가를 관두미술관 레지던시로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상관면 창작 공간이 만들어지면 타이페이 작가가 한 명 오게 된다. 그리고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는 내년 초 우리에게 3달 간의 레지던시 공간을 제공했다. 그 3달 간 1명 또는 2명의 작가를 보낼 수 있다. 우리 작가들이 외국에 가서 그들이 생각하는 아시아, 그들이 생각하는 현실과 만나게 되면 새롭게 눈이 떠질 것이다. 변화는 누에가 허물을 벗듯 스스로 그 틀 밖으로 나올 수 있을 때에 시작된다.

얼마 전 전북청년 작가로 뽑힌 사람의 개인전이 우진문화공간에서 있었다. 축사에서 나는 작정하고 말했다. '…모두들 이 작가의 그림이 훌륭하다고 칭찬하지만 저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베이컨이나 수틴을 연상시키는 육질적인 것이 그리 새롭지 않습니다. 고기 덩어리를 고기 덩어리처럼 그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고기 덩어리가 다른 무엇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 아직 이 작가가 이후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곧 이어질 전북청년 2015 전시에서 그 면모가 드러날 것이다. 결과 여하에 따라서 이 작가는 아시아를 관통해 그 정상에 설 수도 있을 것이다.

아시아 전시 구축을 위한 여정에서 나는 다양한 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쿠데타로 집권에 성공한 총리의 제복 아래 바지를 벗기고 아첨하는 은행가, 기업체 회장, 신문사 사장 등으로 하여금 혀로 다리를 핥게 하는 그림을 그린 바산 시티켓(방콕), 일본 걸 그룹 여성들이 군사 훈련 하듯이 집총을 하고 진군하는 모습의 회화(첸칭야오, 타이페이), 짐승의 털로 뒤덮은 캔버스(우가오종, 베이징), 현란한 색깔과 형태로 안경을 만들어 관객과 나눠 쓰고 사진을 찍는 무당 같은 행위예술가(프로그 킹, 홍콩)… 등.

5월 '어린이 성찬' 전을 준비하면서 만난 부안 작가 박경식은 나뭇가지 위에 한옥 모양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붙이는 작업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만의 독특한 오리지널리티 때문이라고 본다. 이것이 강렬하게 보는 이를 사로잡지 못하고서는 작가적 매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시아에로의 진출 역시 '우리' 또는 '나'라는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바탕에 깔고 고유의 독창성으로 현대적 보편성이라는 문맥 위에서 빛을 발하자는 취지이다. 아시아는 단지 지역적 아시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안에 큰 세계가 있다는 것, 그것이 가까운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것이고 전북의 작가와 미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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