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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 | 인터뷰 [공간과 사람]
자만마을을 더 '낫게' 만들다
'나을자만' 이정길 단장
강미선(2017-01-20 11:08:55)



전주 한옥마을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한옥마을에서 도로 하나만 건너면 나오는 자만벽화마을은 생소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곳은 조선왕실의 선조들이 모여 살았던 이목대와 더불어 조선 고종 때 자만동을 보호하고 성역하기 하기 위해 세워둔 자만동금표라는 비석을 세워둘 정도로 역사적 의의도 큰 곳이다. 한옥마을 주변의 한벽루, 오목대, 이목대를 잇는 위치의 자만마을은 역사와 마을 주민들의 훈훈한 정을 오랜시간 간직하고 있으며 이를 꽃, 동화, 풍경 등의 테마로 각각의 골목길에 벽화가 조성되고 있다.




세상에는 '돈'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아무 대가 없이 무언가를 베풀 수도 있는 것이다. 자만벽화마을을 사람과 사람의 인연으로 꾸려가고 있는 '나을자만' 팀을 소개한다.
자만벽화마을은 전주 한옥마을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이곳은 원래 한국전쟁 때 피난민들이 하나둘씩 정착하면서 형성한 평범한 달동네였으나, 2012년 녹색 둘레길 사업의 일환으로 골목길 40여 채의 주택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면서 유명해졌다.
"사실 저희 팀이 꾸려지기 전에도 자만마을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었어요. 저희 이전에도 낙후된 자만마을을 살려 보려고 하는 움직임은 있었죠.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은 어영부영 됐을 뿐이었죠"
자만마을과 아무런 연고도 없던 직장인, 대학생 등이 모여 청년 문화활동 단체 '나을자만'을 이라는 팀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자만마을 공동체 대표 권경섭씨와 현재 '나을자만'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길씨의 인연으로부터 출발했다.
"작년 4월 정도에 대표님을 처음 뵀죠. 저는 제이알 이벤트라는 회사에서 각종 행사와 레크레이션 및 MC를 담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자만마을에서 열리는 행사의 MC로서 왔었죠. 자만마을을 청년들의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대표님의 취지를 듣고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돼서 돕고 싶었어요. 대표님 소유인 우모내모쉼터도 마을을 위해 무료로 개방하고, 때때로 벽화에 필요한 물품들도 사비로 구매해주셨죠. 그래도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정도 있다가 가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으셨죠. 저는 그런 상처는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꾸준히, 그리고 오래 자만마을과 함께 하고 싶었죠"
무엇이든지 시작이 어려운 법, 자만 마을을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함께 고민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던 그는 처음엔 막막함을 느꼈다. 그리고 혼자 꾸려나가긴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 끝에 자만마을을 새로이 가꾸어 나갈 인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저희 나을자만 팀이름은 '나아질 자만마을'이라는 뜻이에요. 이름 그대로 '자만마을을 더 낫게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해서 나을 자만이 됐죠. 하지만 이 팀이 제대로 꾸려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도울 인원들을 모집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제 지인들, 혹은 제 지인들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죠.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졌지만, 역시 오래 있는 친구들은 몇 없었죠. 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내고 싶지 않아서 끝까지 갔어요. 지금 '나을자만' 팀에남아 있는 친구들이 그래도 꾸준히 돕고 있죠. 지금은 자만마을 한 가운데 있는 우모내모쉼터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현재 나을자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원은 15명으로 작은 규모이지만, 각 분야별로 나뉘어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그 나름대로의 체계를 갖추고 활동하고 있다.
"저희팀은 기획팀, 공연팀, 프리마켓팀, 미술팀, 홍보팀 이렇게 네 분야로 나뉘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기획팀은 공연, 프리마켓, 미술, 홍보 등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공연팀은 정기 공연, 버스킹 등을 담당해요. 프리마켓팀은 매번 물품들이 달라져요. 캘리그리피 한 엽서나 석고 방향제를 판매할 때도 있고, 다른 외부 사람들과 공동으로 주관한 적도 있어요. 한 번은 '전북을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카페 회원들과 했었죠. 공동으로 하다 보니 규모도 커졌어요. 그리고 미술팀은 벽화를 담당하고 홍보팀은 페이스북을 만들어서 홍보하고 있죠. 소규모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체계를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체계가 없이 활동했던 처음과 달리, 저희도 활동할수록 자만마을처럼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나을자만 팀이 활동한지는 꽤 됐지만, 아직도 활동하는 데 어려움은 있어요.
"각자 직장인, 학생 등 서로 다른 일이 있다 보니 시간 맞추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 저희 나을자만 팀과 꾸준히, 오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오래 일한 친구들은 몇 명은 여기서 상주하기도 하지만 몇 명은 상주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가기도 했죠"
그는 자만벽화마을을 문화 공간이자 기회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각 문화 예술분야 전공자도 아니고 학생 혹은 비전공자인 청년에게 벽화를 그리게 하고 공연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공간은 몇 없죠. 하지만 저희 자만 마을은 문화 예술을 좋아하고 할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만들려고 해요. 지금까지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이 똘똘 뭉쳐서 이렇게까지 발전한 거라 생각하니까요. 그 과정 속에서는 물론 저희 나을자만 팀의 노력도 있지만, 마을과 청년들을 위해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마을 대표님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의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앞으로도 좀 더 나은 자만마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이정길 단장은 마지막으로 나을자만 팀이 나아갈 앞으로의 행보를 밝혔다.
"자만벽화마을이 잘 됐다고 해서 이대로 머물러 있지만은 않을 생각이에요. 이제까지 전주에 없었던 새로운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려고 해요. 자만벽화마을과 나을자만 팀의 뮤직 비디오를 만들고, 새로운 팀들과 버스킹도 열려고 해요. 또 우모내모 쉼터에 스크린을 놓고 영화 감상 시간을 갖는다던가, 앞서 말한 것처럼 뮤직 비디오를 만들어 소소한 상영회를 가질 예정이에요. 잘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도전해 봐야겠죠.(웃음) 앞으로도 많은 문화 예술인이 자만벽화마을, 그리고 저희 나을자만 팀과 함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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