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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 | 인터뷰 [공간과 사람]
열 그리고 스물의 청춘들이 그리는 꿈의 스케치
김도연(2017-03-07 12:47:06)



열 그리고 스물
군산시 해망로 407 행복스케치 4층

꿈이 있냐는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청춘이 얼마나 될까.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 하고 싶은 것은 미룬 채 그저 시키는 대로 따라는 청소년 시기를 지나면 어느새 꿈 없는 20대가 되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힘들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무언가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있는 청춘들이 있다. 군산의 청년자립문화카페 ‘열 그리고 스물’이다.



‘열 그리고 스물’은 10대를 같이 보낸 20대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청년자립문화카페이다. 청소년과 청년이 자립을 준비하고, 함께 소통하는 ‘꿈의 공간’을 지향한다. 이 곳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청소년과 청년의 멘토-멘티 공간이자, 각자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열 그리고 스물 1호점’은 지역아동센터 ‘행복스케치’ 건물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사실 김유현 대표를 비롯한 김경민, 김민웅, 장은정, 조재연 씨 등 ‘열 그리고 스물’의 운영진들은 10년 가까운 세월을 함께 한 지역아동센터 출신이다. 각각의 힘든 환경 속에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 이들은 각자의 사연에 의해 지역아동센터에 오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이들은 센터를 제2의 집이라 부르며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함께 의지하며 10대를 거쳐 20대가 되었다.
청년이 된 멤버들은 본인들이 겪었던 힘든 상황에 마주한 동생들을 보며 ‘열 그리고 스물’을 구상하게 됐다.
“오랜만에 선생님들도 뵐 겸 센터를 찾았었어요. 그러면서 동생들을 만났는데, 저희의 청소년 시절이 생각나더라구요. 꿈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모습을 보며 몇 년 전의 우리를 보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처음으로 함께 동생들을 도와주자는 이야기를 나누게 됐죠. 물론 각자 하던 것이 있긴 했지만 다들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청소년 시기는 고민이 많은 시기잖아요. 그 중엔 부모님 혹은 선생님께는 털어 놓기 힘든 것들도 있을테구요. 그럴 때 편한 형, 누나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됐죠.”
물론 이들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할까 말까 고민도 많았죠. 그런데 멤버들과 함께 의논하고, 새로운 일들을 하나씩 배워나가다 보니 달라졌어요. 이젠 고민보단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해서 시도하는 지금이 뿌듯해요.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길 바라죠.”
다행히 ‘열 그리고 스물’의 첫 보금자리는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의 배려로 쉽게 마련할 수 있었다. 센터 건물 중 비어있던 공간을 좋은 취지인 만큼 선뜻 빌려 준 것. 덕분에 군산 앞 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가 작년 8월 문을 열 수 있었다. 현재 멤버들은 유통부터 제조, 회계, 프로그램 기획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 ‘열 그리고 스물’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왜 하필 ‘열 그리고 스물’을 카페로 시작했냐는 질문에 이들은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꿈의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카페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쉽게 가는 곳 인만큼 사람들이 편하게 와 주길 바란 의미였다. “물론 처음 보는 친구들은 저희가 먼저 다가가려 하니 불편해 했죠. 그런데 시간이 해결해주는 게, 이젠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이들과 함께 하는 아이들만 30∼40명 정도가 되었다.
카페 운영 외에도 이벤트나 공연을 기획하는 등 청소년과 청년이 함께 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군산에서 진행된 축제들에 부스를 맡아 참여하기도 하고, ‘예감’이란 이름으로 센터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공연팀을 운영 중이다. 댄스나 보컬부터 밴드, 색소폰, 사물놀이, 난타까지 다양한 팀들로 구성된 ‘예감’은 행사, 버스킹 공연 등 여러 활동을 하며 청소년들이 끼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이들은 작년 군산시간여행축제의 ‘Hello, Modern'대회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고.
이런 노력들을 통해 ‘열 그리고 스물’은 각자의 재능을 나누는 공간이자 동생들에게 선생님이자 멘토이자 친구가 되어주고 있다. 더불어 동생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에 수익의 일부를 ‘청소년 진로자립을 위한 발전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열 그리고 스물’은 지금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 중이다. 바로 본격적인 사업을 펼치기 위한 2호점 개업 준비. 1호점은 사업의 준비 공간이자 지역아동센터 동생들과 소통의 공간이었다면, 좀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다양한 사업을 펼쳐보기 위한 또 다른 ‘열 그리고 스물’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작년 말부터 군산 청년몰 사업단에 참여하기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 메뉴 개발 등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2호점 이후에도 3호점, 4호점을 계속해서 열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군산에는 이런 공간이 별로 없잖아요. 꿈의 공간이 있길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만큼, 함께 꿈을 갖고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희는 앞으로 그런 일들을 할 계획이에요. 이렇게 함께 하며 언젠가 ‘스물 그리고 서른’, ‘서른 그리고 마흔’이 만들어지길 바라죠.”
‘열 그리고 스물’은 지금의 멤버로 끝나는 것이 아닌 10년, 20년이 지나도 이어지는 공간으로 남길 바라고 있다.
“계속 10대와 20대를 위한 꿈의 공간으로 남았으면 해요. 저희가 이 공간을 떠난다 해도 다시 빈 공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동생들이, 또 다른 청소년이었고 청년인 사람들이 이어나는 거죠. 그 아이들이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곳으로, 창업을 준비할 수 있는 곳으로 이용하도록 남겨주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저희의 바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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