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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 | 인터뷰 [공간과 사람]
1%의 행동이 꿈을 이루게 한다
일퍼센트 호스텔 정희현 대표
(2017-08-28 14:41:26)



고작 1%가 어떤 힘이 있을까.
겨우 1%의 움직임에 누가 함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기억하는가.
100%라는 완벽한 완성도 그 출발은 1%였다는 것을.
그 미미하고 초라한 한 걸음이 100이란 완성을 위한 힘겨운 시작이었음을 알기에
그 누구도 이를 가볍다 말할 수 없다. 이것이 '고작 1%'가 아닌 1%의
무한한 가능성에 방점을 찍고 일퍼센트 지식 나눔을 펼치고 있는 젊은 청년들의
도전을 무모하다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let's share 1%'라는 캐츠플레이즈로 지역의 다양한 분야 활동가들과 만남의 장을 이끌고 있는 일퍼센트 지식 나눔.
'how to'가 아닌 'strong why'의 힘을 믿는 그들 활동의 베이스캠프, 일퍼센트 호스텔을 찾았다.




전주 동문거리 홍지서림 뒷골목, 한옥마을과 900m 떨어진 곳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 일퍼센트 호스텔. 지난 2016년 진 유스호스텔을 인수해 새롭게 단장한 일퍼센트 호스텔은 정희현 대표를 필두로 전북지역 청년 14명이 만들어가는 일퍼센트 지식 나눔의 든든한 자금줄(?)이기도 하다.

이미 젊은 여행객들에게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은 카페와 호스텔, 그리고 일퍼센트 지식 나눔 강연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정 대표와 호스텔 살림을 도맡은 부대표 김지환씨, 카페지기인 바리스타 임다희씨, 그리고 청결과 위생을 담당하는 청소이모님 등을 포함해 모두 6명이 공간 운영지기들. 공간을 이해하려면 먼저 일퍼센트 지식 나눔 활동을 이야기해야 한다.

올해로 7년차인 일퍼센트 지식 나눔은 매달 누군가의 재능과 용기를 나누는 강연회다. 전북지역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는 '사람'과 지역을 사는 청년이 만나는 일, 이를 통해 지역의 발전적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인 셈이다.

"늘 저의 멘토가 되어준 철학 교수이신 삼촌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람은 사는 만큼 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만큼 사는 것이라고. 그런데 그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게 두 가지가 있더군요. 하나는 책, 또 하나는 사람. 책은 사람의 의지 문제이지만 내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는 환경의 문제잖아요. 그래서 전북 청년에게 그 환경을 바꿔주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사람이라는 환경을요."

정 대표의 활동 시작과 끝은 언제나 사람과 환경이 있다. 전북대 신문사 기자시절 '프라이드 오브 전북대'라는 꼭지를 운영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지식 나눔은 이의 연장선으로, 전북 출신 혹은 지역 내 자기만의 분야에서 의미 있게 살아가는 분들을 찾아 청년들과 만나게 해주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중심 모토는 "let's share 1%". 2011년 뉴욕 월가에서 벌어진 아큐파이 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이 운동의 취지가 1%에 대한 99%의 분노였어요. 반대로 생각해보니 고작 1% 때문에 99%가 힘들어? 그러면 1%만 좋은 생각, 좋은 세계관을 연결하면 99%가 좀 더 잘살지 않을까? 99%를 변화시킬 자신은 없지만 1%의 변화는 도전해볼만한 숫자라고 생각했어요."

각자 가지고 있는 시간과 열정, 재능을 딱 1%만 나누자. 너무 열심히도 하지 말자, 그저 딱 1%다. 그 1%가 모이면 우리가 기대했던 좋은 공동체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혹자는 소수의 1%, 걱정하는 1%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개념을 바꿔보자. 1% 때문에 대다수가 힘들다면 1%만 좋은 사람들을 만들어보자. 그렇게 시작된 만남이 지금까지 39회를 이어왔다. 특히 올해 강연자로 점찍었던 김승수 전주시장과 전북대현대모터스 최강희 감독도 이미 1월과 5월 지식 나눔의 장에 함께 했다.

각계 다양한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 지식 나눔에 참여하는 고정멤버가 늘고 점차 안정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성장한 강연자도 좋지만 성장해 나가고 있는 사람을 섭외하는 것도 이 활동의 목표이기에 초반 강연자가 누구냐에 따라 반응 폭이 컸지만 지금은 연사에 상관없이 이 자리에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정 대표와 지식 나눔을 함께 준비하는 멤버들은 총 14명이다. 멤버들 가운데 변호사나 치료상담사 등 전문 분야 활동가들이 많다보니 인적 네트워크도 꽤 다부진 편.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많아 시작된 일인 만큼 많은 선배들이 그랬듯 실패로 지역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서로가 서로의 꿈 지지자이기도 하다.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꿈도둑이예요. 나를 걱정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꿈을 뺏는 사람들이요. 특히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부모님이나 형제, 친구. 용기를 주기보다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랑한다지만 정작 그 사람의 꿈에는 관심이 없어요. 우리 주변에 이런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혼자서 대항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에요. 꿈도 서로 지지하고 연대하는 게 필요 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강연회를 한 거예요."

정 대표가 우연한 기회로 전북대에서 특강을 했을 때다. 스무 살 갓 넘은 학생들에게 던진 첫 질문이 "서른 살 즈음 받고 싶은 희망연봉이 얼마인가"였다. 이에 대한 대답은 약 4천만원~4천5백만원 사이가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었다고. 분명 희망 연봉이라고 말했는데도. 왜 그들은 1억 ,2억을 꿈꾸지 못할까. 하지만 그는 안다. 그들이 그리 대답한 이유를. 그렇다면, 그들 주변에 연봉이 1억, 2억이 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들의 희망연봉이 여전히 4천 만원 남짓이었을까. 사실 묻고 싶은 것은 돈 액수가 아니었다. 돈을 꿈으로 바꾸고 싶었다. 우리 주변에 꿈꾸는 사람이 없다면 우리들의 꿈도 딱 거기까지 일 것이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

"우리 주변에 자기만의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내려 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면 그들을 만나게 하고 연계하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우리들의 꿈 사이즈가 커질 것이라고 믿거든요. 꿈의 사이즈가 커지면 행동의 사이즈도 커지고, 행동의 사이즈가 커지면 그 결과의 사이즈도 분명 커질 테니까요. 특히 누가 정한지도 모르는 '사회적 알람' 역시 꿈도둑이예요. 이때는 이거, 저때는 저거 해야 하는 알람에 그만 귀 기울였음 해요. 그것 역시 우리들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진 않아요. 저흰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이것이 지식 나눔의 취지예요."

한 달에 한번, 그러나 매번 연사를 정하는 일도, 청중은 몇 명이나 올까 신경 쓸 일도 많다. 공정여행가이자 희망꽃학교 교장인 꽃거지 한영준씨는 7개월, 전북대현대모터스 최강희 감독은 무렵 4년의 설득 끝에 함께 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이런 일 왜 햐나 묻는다. 하지만 정 대표는 해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기에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how to"보다 "strong why"가 중요하다는 것.

"강한 이유가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이 되거든요. 그 이유를 찾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지식 나눔입니다. 운 좋게 안정적으로 진행할 공간이 생겨서 더욱더 탄력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약간의 책임감인 것 같아요. 저는 부모님이 교직에 계서서 비교적 안정화된 가정에서 자라왔어요. 근데 전북대라는 공간이 전국에서 등록금이 싼 대학에 속하는데 그 등록금을 위해 알바를 하는 선후배들이 있었죠. 그 선후배들이 공부에 집중하고 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다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자신의 길을 찾았을 거예요. 그런 점에서 미안하고, 그래서 다른 친구들을 위해 이런 일이라도 해보자 했던 거예요. 무엇보다 지역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무척 큰 것이죠."

그러나 호기로운 시작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2010년 시작 후 강연이 중단된 적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일퍼센트 호스텔을 열게 된 계기가 됐다.

"처음 시작은 20대 뜻 있는 청년들의 모임이었어요. 그러다보니 해결해야할 큰 문제가 지속가능한 경제구조였죠. 정말 좋은 뜻이지만 막상 취업 등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니 쉽게 와해가 되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사실 일퍼센트 호스텔의 전 주인은 정 대표의 친형이다. 메르스 이후 한옥마을 숙박업체에 한차례 위기가 왔고 때마침 형도 사업을 접고자 했던 시점에서 건물을 인수해 운영하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건물이라 깨끗하고 위치도 좋았다. 비록 기존 채무까지 모두 인수하는 조건이었지만 매번 강연을 위해 대관을 해야 하는 수고를 덜었고 구성원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많은 전문가들이 메르스 이후 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 말한다. 경기도 나쁜데다 한옥마을에 대한 관광객의 회의감이 큰 몫을 한다고 진단하는 것. 즉, 한옥마을에 다녀 간 사람들의 재방문 의사가 없다는 점과 교통편이 워낙 좋다보니 전주는 하루코스 정도로 그들의 발길을 머물게 할 컨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데다 최근 숙박업소가 지나치게 많아진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비단 숙박업 뿐 아니라 한옥마을 내 매장들의 위기이기도 해요. 수도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한옥마을의 '전주다움'이 사라지는 게 큰 문제라고 봐요. 여행전문사이트에서 전주에 대한 피드백을 보면 전주는 그냥 잠깐 먹고 이동하면 되는 곳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예요. 그만큼 전주스러움을 느끼고 갈 여행 컨텐츠가 부족한 거죠."

호스텔을 잘 살려야 이를 기반 한 지식 나눔 활동을 비롯한 여타의 활동이 탄탄해지는 길임은 자명한 일. 무엇보다 청년 중심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여행 정보 외에도 청년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곳이길 꿈꾼다. 특히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게 그가 그리고 일퍼센트 활동이 바라보고 있는 목표점. 현재는 1% 지식나눔, 1%호스텔, 1%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1%그룹이라는 전북 대표 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경영실적이나, 지금의 활동이 장기적으로는 지역의 건전한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은 변함없다.

올 하반기에도 변함없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지식 나눔 활동은 계속될 예정이다. 1%의 행동과 실천, 그리고 꿈이 만나는 이곳에서.


일퍼센트 지식나눔 http://2010nanum.blog.me
일퍼센트 호스텔 https://www.facebook.com/onepercentho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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