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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 | 인터뷰 [인터뷰]
노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난장 한판' 한성원
이동혁(2018-07-13 14:31:17)



나이는서른. 난장한판의대표이자문화기획자.
이름은한성원이다.
상큼하다. 갓짜낸오렌지주스같다. 아니면박하. 목젖언저리가청량해지는느낌이다. 그날만난한성원씨가그랬다. 상큼했고, 또청량했다. 훈훈한인상은덤.
마치<예스맨>의짐캐리같았다.


누가만들어주지않을거내가만들어보자
'난장한판'. 그가운영하는가게의이름이다. 한글자빼면난장판. 그의장난기를느낄수있는부분이다. 물론이름처럼어수선한분위기는절대아니다. 굳이말하자면비밀기지. 어린시절친구들과모여놀던아늑한비밀기지를연상케한다. 이를테면동심을잃지않은어른들의아지트. 그런느낌.


"아는동생에게제안을받았어요. 음식하고술만파는가게가아니라문화기획도함께하는가게를열고싶다고. 그때다른제안도받았었는데, 저는이게더재미있을것같았어요. 원래문화기획쪽에관심이있기도했고. 현장에서자기주변을바꿔가는일을동경했어요."


익산토박이들은알터. 그도익산토박이다. 청년들을위한문화공간이압도적으로적은익산을어린시절부터봐오며그는생각했다. 누가만들어주지않을거, 내가만들어보자고. 사실은좀더나중의계획이었지만, 뜻하지않게찾아온기회. 결단은빨랐다. 그럼하자! 그렇게익산문화예술의거리한편에난장한판이란간판이걸렸다. 그날이 2015년 5월 8일이니, 이제햇수로 3년을꽉채운셈이다.


"처음엔'세남자'라는팀명으로세명이서같이시작을했어요. 그래서조금안이했던감도있어요. 세명이나있고, 가게가바빠봐야얼마나바쁠것이며, 문화기획쪽도충분히할수있을거라고생각했어요. 그런데처음이다보니까버벅거리는부분도생기고쉽지않더라고요. 그리고한명이나가면서가게일은더많아지고, 결국문화기획쪽일은거의손을못대게됐어요."


이윽고지난해남은한명의팀원까지나가게되면서가게일은오롯이그의몫이됐다. 문화기획이전에가게유지가더욱급했다. 공간마저잃으면아무것도할수없었으니까. 그는지난 3년을이렇게정리했다. 손님과지인과의관계에집중한 3년이었다고. 그렇게쌓은관계는그를배신하지않았다. 단골이생겼고, 가게수입은안정됐다. 3년만에딴짓을할여유가생긴것. 당장지난해 12월부터그는딴짓을시작했다.


"가게에지인들을전부불러서포트락파티를열었어요. 그게'월간난장'의시작이었어요. 물론월간난장을제대로시작한건올해 4월부터지만, 비공식적으론그때부터였어요. 일종의예행연습이었죠. 본격적인월간난장행사에앞서지인결혼식의뒤풀이를하거나다같이담금주를만들면서스스로손님맞을준비를했던것같아요."


열악한문화환경. 음주, 당구장, 노래방…더떠올리려하면머리가아파지는익산이다. 굳이음주가아니어도, 당구장이나노래방이아니어도즐길수있는무언가. 즐김을넘어여운까지선사할수있는콘텐츠. 월간난장이그런콘텐츠의시작점이되길그는간절히바란다.


"제1회월간난장행사로심리상담과음식을결합한'심쿡'이란행사를진행했어요. 마음의심과요리의쿡을합쳐서심쿡. 사실그행사를기획하기전에개인적으로힘든일이있었어요. 그래서심리상담을받게됐는데, 그때너무큰위로를받은거예요. 이감동을다른사람들과나누고싶다. 그리고가능하면내가할수있는요리와결합하고싶다. 그런고민끝에나온기획이었어요."


마음을북돋거나진정시키는효과가있는식재료를각자의심리상태에따라맞춤식으로제공한것. 물론그는겸손한사람이었으므로스스로할수없는부분은과감하게전문가에게맡겼다. 심리상담사와요리사지인을초빙했고, 결과는감사하게도호평. 많은분들이고민을털어놓으면서마음의위로를받았다고.


"문화기획자가아니라'문화적기획자'가되고싶어요. 문화자체보다사람에게집중하는그런인간적인기획자말이에요."

노는법을잊지않은베짱이


노는 법을 잊지 않은 베짱이
호모루덴스. 놀이하는인간. 일찍이요한하위징아는인간의본질을유희에서찾았다. 단순히논다는말이아니라정신적인창조활동의동력이유희로부터나온다는설명이다. 예컨대작가가작품을쓰는이유는즐겁기때문. 감독이영화를찍는이유역시그것이재미있기때문이다. 한성원씨도마찬가지였다. 그에게기획은즐거운놀이였다.


"준비하는과정자체가즐거워요. 또제메시지가전달되는과정을보는게즐겁고."


타고난놀이꾼. 그런기질때문일까. 두번째월간난장('미스터리난장선거')에서그는아예참가자들을자신의놀이속으로끌어들였다. 행사자체를놀이처럼구성한것.


"지방선거를앞두고있던때라투표를독려하는기획을하고싶었어요. 그런데단순히투표하세요, 말하는건재미가없잖아요. 그래서몇가지장치들을만들어봤어요. 1번부터 5번까지음식후보들을만들고, 그것들을블라인드처리한다음가게안에힌트들을숨겨놨어요."


규칙은이랬다. 10분간가게안에숨겨진힌트들을찾고, 7분간찾은힌트들을공유하고토론한다. 그리고가장맛있을법한음식에투표, 당선된음식(음식이아닌것도포함돼있지만)을다같이먹는다. 후보중엔빈접시나물, 감자깡같은꽝도있어서신중한선택이필요했다. 4번은앞선꽝들보다는덜하지만그래봤자라면, 5번은그날의당첨인제철음식이었다. 개표후결국 5번제철음식이당선되긴했지만, 토론중에 4번후보를열렬히지지하는유권자가있어조마조마했다고.


"잘못된선택에는대가가따른다는것, 그리고누군가에게권력을줘야한다면좋은사람이어야하고, 좋은사람인지를가늠하려면스스로찾아보고공부해야된다는메시지를전달하고싶었어요. 다행히도그게잘전달된것같아요."


여기까지이야기를듣고나니그다음을묻지않을수없었다. 또어떤놀이를준비하고있냐는질문에그가장난기가득한얼굴로답한다.


"아마 7월쯤이될것같은데, '엄마의밥상'이란기획을준비하고있어요. 자세한내용은밝힐수없지만, 부모세대와자식세대간의공감대형성이목표예요. 연극을장치로활용할건데, 작은소리와동작극단의이도현대표님께서엄마역을맡아주시기로했어요. 엄마도엄마가처음이라, 아빠도아빠가처음이라몰랐다. 우리도낯설고미숙했다는말을이도현대표님의입을빌려서할거예요."


엄마의밥상이그리운분은행사당일찾아가보길. 몹시감동적일수있으니손수건을꼭지참하자. 그의예상에따르면최소다섯명은울거라고. 물론그렇게말하는한성원씨자신도뒤에서는엉엉울거란다.


"제가기획하는행사들은결국제가원했고, 제가필요했고, 제가하고싶었던일들이에요. 그런데그일들이남에게피해가되지않는다면공익이될가능성이있는거고, 나아가누군가에게보탬까지된다면참감사한일인거죠. 결국저는제가하고싶은일을사람을사랑하면서하고싶어요."


아가페를꿈꾸는에고이스트이자타고난호모루덴스. 세상은하나의커다란놀이터인데, 사람들은어른이되면서노는법을잊어버려. 영화<예스맨>의대사처럼노는법을잊어버린어른들에게한성원씨가주는선물, 난장한판. 앞으로도꾸준히그자리를지키는어른들의아지트로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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