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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7 | 인터뷰 [문화칼럼]
여론은 누가 만들어야 하는가?
강승규 우석대학교 교수, 교육학(2004-01-29 14:38:03)


우리가 어떤 일을 처리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작하게 된다. 특히 정치 사회적인 것에 관한 일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과 태도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사람들간에 주고 받는 의사전달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그것이 개인적인 문제일 경우 다른 사람에 미치는 영향은 없거나 아주 미미하지만 커다란 사회적인 문제일 경우 그 영향의 범위와 정도는 크고 심각하다.
현대는 정보에 관한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빠른 시간내에 지역적인 한계를 능가한 크고 작은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가 접하게 되는 정보의 기본적인 원천들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및 크고 작은 책자들에서 이다. 이 각각의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그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입장과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이의 중요성과 진실성을 판단하는 일은 그 사람의 사고 형태와 사상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단서들이 된다. 이러한 각자의 시각과 판단들이 그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데에 모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하여 일단 형성된 여론이 다음에 일어나는 事象들에 대한 판단의 기준을 제공해준다. 그러므로 이 여론은 나라의 일이나 사회의 일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더 진전시킬 때, 우리는 우리가 공공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정보나 사실에 대한 보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결론에 쉽게 이르게 된다. 각각의 정보에 그것을 전하는 사람과 매체의 입장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입장은 특정 국가나 특정 집단의 이익을 관철시키키 위한 숨은 의도와 관련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숨은 의도가 실제로는 장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하여 사회적 의사결정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정보의 많은 것은 각자의 입장을 대변하여 주는 것도 있지만 그 반대의 입장에서 의도된 계획적인 것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경우 알고 있는 정보나 지식이 때에 따라서는 자기 자신을 해치거나 업신여기게 하는 것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한 것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일본 및 서구 제국주의자들에 의해 심어진 식민사관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들을 별 볼일 없는 민족으로 조작하였고 우리는 이에 현혹되어 스스로를 비하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강대국의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리와 사관을, 우리는 부끄럽게도 우리들의 교과서를 통해 배워왔던 것이다. 그중의 하나가 단군왕검을 단순한 하나의 신화로 만들어버린 일일 것이다. 역사적인 사실을 반도사관으로 왜곡시켜 신화로 조작함으로써, 활달한 대륙적 기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던 우리 민족의 자질을 없애거나 왜소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최근 젊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진 않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드러나게 마편이지만 그냥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처럼-이러한 큰 일들처럼-우리 주위에는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을 지도 여를 정보들이 많이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그 한 예가 될 텐데, 과거에 동일한 한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에 대하여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그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반공이데올로기가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어서 모든 사람들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 것으로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정부당국 스스로가 이를 느슨하게 풀고 공산진영과 교역까지 하면서 국익을 도모하고 있으므로 과거와 같이 그것을 절대불변의 국가적 지침으로 내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과거에 우리가 절대적 진리라고 여기고 지켜온 정보였다. 여기에 누구의 입장이 숨어 있었는가를 굳이 밝혀야 할 지면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현상이 아마 북녘 땅에도 있을 것이 확실하다. 가까운 장래에 우리 민족이 통일을 이루어 살게 되면 아마도 이러한 조작된 역사적인 정보에 대하여 모두가 큰 부끄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매우 심한 지역적인 편견에 대하여 이것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논란이 많다. 지역감정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몰지각한 장난으로 민족내부의 분열을 심화시킨 대표적인 정보중의 하나이다. 이 지역적인 편견 때문에 선거철이 되면 경상도와 전라도가 마치 적을 대하듯 하는 현상이 일각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편견이 잘못된 정보, 조작된 여론에 의해서 빚어진 산물임을 이제야 지적하는 것은 때늦은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이러한 죄과의 근원은 모두 정치하는 사람들의 부도덕에 있다. 지역적 편견에 의해 형성되어 있는 또 다른 대표적인 여론이 호남을 특정 정당의 지역으로 몰아붙이는 현상이다. 호남인들을 분열을 일삼는 사람들로 여기는 편견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여론 조작은 누가하는 짓인가? 삼십년간의 군사독재에 의해 편향적인 혜택을 누린, 경상도 지역에 비하여 늘 업신여김을 받고 살아온 호남인들의 정서에 뿌리박힌 한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현상은 힘있는 자들의 또 다른 여론적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독재정권을 이끌어온 사람들과 이를 비호하고 빌붙어서 온갖 혜택을 누리고 살아온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힘있는 자들이 여론을 형성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그 여론의 그늘에서 자신의 주장을 떳떳하게 펴지도 못한채 그것을 원망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힘있는 자들이 만든 여론이 옳다고 인정하는 일들을 우리는 무엇이라 말해야 할까? 호남사람들이 호남사람들을 지지하는 것은 그간에 다른 지역사람들이 정권을 쥐고서 늘 이곳을 핍박해 온 과거에 대한 반작용으로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온갖 힘을 동원하여 잘못된 의식으로 치부하려는 정보들은 바로 이 지역 주민들을 정당하게 대우하지 않으려는 입장과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근자에 우리는 명지대생 ‘강경대군 타살사건’에 대하여는 별다른 소리를 내지않던 총학장들이 ‘정원식 총리서리의 외대 봉변사건’을 계기로 특정 정당에 유리한 정보를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 부도덕한 경우를 목도하였다. 외대사건을 결과론적으로만 해석하여 소위 운동권 학생들의 윤리성에 타격을 가하여 여론을 권좌에 있는 자들에게 유리하게 이글어서(이 말은 결코 학생들의 행동에 잘못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결국은 그들로 하여금 광역선거에서 덕을 톡톡히 보게 해준 사람들은 누구인가? 여론매체등을 탓하는 것만으로 모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21세기를 맞이하는 준비 시기, 그리고 통일을 준비하는 시기에 해야할 일은 이 나라, 이 사회, 우리 교육을 반민주적으로 글어 가려는 사람들을 모두 시대적 장애물로 똑똑하게 인식하고 그 짓을 할 수 없게 하는 일에 서로가 앞장을 서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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