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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 인터뷰 [꿈꾸는 청춘]
서로에게 빛이 되는 일이 돼야죠
보따리단 김채람, 고혜경, 이란 씨
(2014-02-05 14:37:09)

새로운 일을 찾아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가, 해오던 일을 지켜나가는 것이 어려운가에 관한 오래된 논쟁이 있다. 신규 등록하는 사업자보다 말소를 원하는 사업자의 수가 월등히 많다는 통계를 본다면 아무래도 수성이 힘들어 보이기는 한다. 더욱이 문화예술계의 배고픈 현실을 감안한다면 창업도 수성도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세 여자 모이다

 

‘프리마켓’을 우리말로 풀면 ‘난장’ 정도다. 소규모 노점들이 밀집되어 좌판을 늘어놓고 한쪽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2011년 대학생주도의 프리마켓이 도내에서도 열리게 됐다.

‘보따리단’도 이때부터 남부시장 프리마켓에 참여했다. ‘보따리’는 조선시대 보부상들이 장터를 오가며 들고 다니던 그 보따리다. 초기 ‘보따리단’은 88년생으로 전북대학교 산업디자인과 동기인 고혜경씨와 이란씨가 함께했고, 평소 가지고 있던 솜씨와 기량을 발휘하여 단추와 악세사리등을 만들어 참가했다. 이후 비정기적인 프리마켓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던 중 전문적인 기획자로서 자격을 갖춘 한 살 많은 김채람씨가 가세하면서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김채람씨가 합류하면서 이제는 장이 열릴 때마다 판매자로서 참여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행사를 유치하고 기획하는 형태로 ‘보따리단’의 색채가 달라졌다. 매달 둘째, 넷째 주에는 꾸준히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프리마켓을 진행하고 전주 남부시장 내 야시장에서 벌어지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기도 한다.

 

 

착한소비를 일깨우는 업싸이클링 가게

 

그 과정 속에서 사무실을 겸한 상설매장의 필요하다 생각했다. 상설매장을 연다는 것은 독립적인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물론 위험부담도 있었다. 경영컨설턴트로 현장에 있던 한 선배는 비슷한 선례를 들고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전망을 예측해주며 극구 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세 젊은이가 힘과 뜻을 모은 자리였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며 실패하더라도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 의견을 모았다.

2013 1월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 ‘송옥여관’이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이전의 물품들이 친환경적으로 다시 재단장 되었다는 의미의 ‘빈티지 에코 샵 리본(Vintage Eco Shop Re-Born)’을 열었다. 이 가게에서는 공산품이나 기성제품은 팔지 않으며 수공예품 중에서도 국내로 이주한 외국인들이 만든 물품들이 대거 진열되어 있다.

사실, 팔수 있는 물품들은 도처에 널려있었다. 희소성과 함께 개성 넘치는 물품들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줄을 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들은 몇 가지 재미있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착한 소비’, ‘아름다운 가게’, 물품판매의 의미와 정신을 담고 있다.

이들은 기부받은 물품이나 재활용된 물품에 디자인을 개선하고 활용도를 높여 재단장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과정을 거치게 한다.  재화의 낭비를 예방하고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이다. 잘만 된다면 지역사회 내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현실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공간이  그들이 꿈꾸는 ‘보따리단’이다.

 

 

티격태격, 싸우면서 새로운 길을 준비하다

 

이 일이 재미있는 것은 돈을 버는 것보다도, 일이 있다는 즐거움보다도 예술로 전혀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을 다니며 지역마다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만나 서로의 삶을 견주어 보는 것은 어떤 일에 비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 속에서 문화,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안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먼 길을 수고롭게 온 보람을 느낀다.

가게를 열고나서 세 젊은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맡 언니인 김채람씨는 외골수에 견주며 냉소적이었는데 현재의 동료들을 만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어릴적 친구들이 노랄 정도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며 김채람씨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 같다고 말한다.

반면, 고혜경씨는 학창시절부터 활달하고 외향적이어서 친구들이 많았다. 그 덕에 창업을 계획하고 자신이 스스로 꾸려나가는 일을 구상하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이 둘 사이에서 중재역을 하는 것은 이란씨다. 이란씨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둘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다. 김채람씨와 고혜경씨 사이에  의견이 충돌되면 둘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익숙하게 처리한다.

“매일 붙어다니며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일에 대해 벌어지는 의견차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때가 많았죠. 각자의 다른 경험과 생각을 흔쾌히 나누고 미우나 고우나 서로를 책임지며 ‘서로를 위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가고 있어요.” 동업관계를 넘은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하는 그들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가게를 연지 1년이 지나고 이제 2호점을 열 생각이다. 더불어 법인 설립을 위한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가게는 생활을 이어가게 해주기도 하고 교육과 체험을 통한 수익모델이기도 하다. 이제 그들은 지역사회와 문화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픈 꿈을 키워나간다.

“나 아닌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먼저 이해하고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더 큰 목적을 위해 서로에게 밑거름이 되어주며 환한 빛이 밝게 비치는 길로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청년들이 내딛는 한 걸음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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