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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9 | 인터뷰 [여성과 문화]
장수군 구석구석 누비는 '봉사 아줌마'
미래 농촌 장수군 여성회 유금선 회장
황경신 기자(2003-07-03 10:49:13)
웬만한 농촌 지역에서는 농민회나 청년회 등 남성들 위주의 단체가 '득세(?)'를 하고 있다면 이곳 장수는 조금 다르다.

농삿일, 집안일에 군단위의 좁은 지역사회에서 자신들이 할 만한 일을 찾아 나름의 튼실한 단체를 꾸리고 있는 여성들이 모여있다. 바로 장수군의 '미래 농촌 장수군 여성회'.

이곳을 이끌고 있는 유금선 회장(51세)은 여성회 활동을 농촌에서 여성의 지위를 확보해가는 소중한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일손 돕기부터 자원봉사 활동, 문화활동까지 여성의 활동이나 지위 자체가 없기 십상인 농촌 여성들의 자긍심을 살리고 바쁜 농촌생활에서 나름의 보람을 찾아가는 모임이죠."

장수군 7개 읍면의 1백50명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미래 농촌 장수군 여성회는 농번기 일손돕기, 농산물 직거래, 환경 정화 활동, 시설지 자원봉사활동을 비롯해 예술단체의 활동이 적은 이곳에서 해마다 무용공연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일주일에 두 번씩 모여 구슬땀을 흘리는 연습기간을 거쳐 선보이게 되는 무용공연은 이젠 장수군의 자랑거리로 꼽히기도 한다.

논개의 일대기를 무용극으로 승화시킨 '충절무'가 바로 그것. 

유회장은 "장수군이라는 지역사회의 특성을 부각시킨 뭔가를 해보고 싶은 앞선 의욕만큼이나 주위의 좋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며 "하지만 이젠 무용연습을 위해 오토바이로 부인을 연습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열성 남편이 생길 정도로 인정을 받은 셈"이라고 전한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올해 2000년 무대공연지원사업으로 '충절무'가 선정돼 2천여만원의 지원비를 받아 이번달에도 어김없이 군민의 날 행사때 공연을 무리없이 선보이게 됐다.

1998년 무용단을 처음 결성하고 지금까지 그는 문화에 대한 인식이 척박하기 이를데 없는 곳에서 적지 않은 나이로, 여성의 몸으로 매년 힘겹게 공연을 무대에 올려왔다.

"자원봉사 같은 그냥 우리 회원들이 조금씩 준비하고 시간을 내서 하는 일과는 천차만별이더군요. 우선은 목돈이 필요했고, 연습장소나 공연장소를 섭외하는 일도 힘들었어요. 공무원들 상대하는 일도 그렇고, 공문을 작성해서 보내라는데 언제 해본 적이 있어야지요."

태어나서부터 줄곧 장수군에서 살아선 유금선 회장. 직접 농사를 짓진 않지만 군 이곳저곳을 누비며 농삿일과 집안일에 갇힌 자신을 비롯한 농촌 여성들에 대한 마땅한 사회활동이 없을까를 항상 고민하는 이다.

보따리, 보따리를 들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설때면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오늘은 또 어디로 봉사하러 가냐?"고 묻는다. 그는 이 여성회 회장과 함께 자원봉사회 회장직이라는 쉽지 않은 자리를 또 하나 맡고 있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이지만 이곳에도 작은 손길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껏해야 음식 조금 준비해 가서 몇시간 마주 하다 오는 일이지만 돌아설 때 모두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바쁜 유금선 회장. 공연준비와 봉사활동으로 일주일이 빠듯하다. 또 남는 시간이면 지척이면 닿는 회원들을 만나는 일에 나선다.

"무슨 일이든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한 것 같아요. 명색이 또 회장이다 보니 회원관리라기 보다는 가까이들 사니 회원 하나하나의 사정들을 다 알게 되죠. 멀리 있는 친인척들보다 속속들이 더 잘 알고 있어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정말 맞습니다."

여성회건 자원봉사회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보니 유회장의 말처럼 웬만한 친인척들보다 더 가깝다. 집안사정 훤하고, 김치 담구는 날까지도 서로들 다 알고 있을 정도니 말이다.

워낙 경우 바른 유회장의 성격탓인지 어려워하는 회원들도 종종 보인다. 그에 함께 어디라도 나설때면 길가에 버려진 휴지며 담배꽁초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도 그를 어렵게 하는 이유중 하나다. 취재를 한 이날도 거리를 걸으며 유회장은 보는 족족 휴지와 담배꽁초들을 주워 담는다.

"아이고, 회장님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하루종일 가도 집에 못가요." 라며 지나던 회원 하나가 알은 체를 하며 너스레를 떤다.

도시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못지 않게 농촌 여성들도 만만치 않다고 설움을 털어놓기도 하는 유금선 회장. 어려운 사람들을 챙겨가며, 장수군의 상징인 논개의 정신을 기리겠다며 오늘도 '충절무'연습에 몰두하는 미래 농촌 장수군 여성회 회원들과 이들을 형제처럼 아끼며 농촌여성의 역할을 톡톡히 자리매김 시킨 유금선 회장 덕에 굽이굽이 산천을 돌아 닿는 장수로 가는 길은 살맛 나는 곳으로의 도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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