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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7 | 인터뷰 [문화와사람]
전통을 뒤져 ‘우리 것’을 느낀다
전통문화사랑모임
황경신 문화저널 기자(2003-07-04 14:53:06)
바람처럼 쉬이 왔다 그냥 지나치기도, 유유히 그저 흐르는 물처럼 모이고 흩어질 뿐이다.
오늘도 시간이 나는 이들이, 관심있는 이들이 찻집 뜨락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우리것의 생활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 우리의 전통을 잃지 않는 것이 부끄럼없는 세대로 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몰려드는 다양한 문화의 홍수속에서, 디지털 혁명의 시대 앞에서 ‘고리타분한’ 이들이 있으니???, 전통문화의 맥을 찾는데 주력하는 ‘전통문화사랑모임’이 바로 그들이다. 1백명이 넘는 회원중 회장도, 총무도 그렇다할 직책을 지닌 이 하나가 없다. 모임의 가입과 탈퇴 여부를 따지는 이도 없다.
“지난 95년 우리 것을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우리 소리들을 듣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거죠. 그러다 한달에 한번, 마지막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우리 것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이면 전주시 교동 전통찻집 ‘다문’에서는 그 전통문화를 찾아떠나는 ‘시간여행’이 벌어진다. 
오늘은 ‘다문’에서 직접 만든 전북지역에서 생산된 차를 맛보는 날이다. 한껏 분위기를 잡는 은은한 우리 음악이 흐르고, 은은한 향이 사람들을 가지런히 놓인 다기 앞으로 불러들인다. 
조금은 딱딱하고 고리타분할 것 같은 전통문화를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회원들은 한마디로 느끼고 즐기는 것이 전부여도 괜찮다고 감히 말한다.
“우리문화에는 풍류(風流)가 있어요. 막힘없이 그것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우리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풍류를, 농악을 즐기는 우리민족만의 고유함이 우러나오는 이들이 모여있습니다. 그런 말 있지 않습니까? ‘농지거리’ 한다고. 그 ‘농지거리’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전통문화사랑모임의 사랑방이 되는 전통찻집 ‘다문’. 사랑방이 된 데에는 여느 찻집과는 다른 목적(?)과 역할(?)을 부여받았다.
1980년 전주지역에서 식민지 사관을 비판하며 우리역사 되찾기 운동을 벌이던 일단의 사람들과 문화운동을 하던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지속적인 문화운동과 전통차의 생산, 보급을 위한 ‘기지’로 문을 연 곳이다. 이곳은 문화예술인으로부터 교사, 공무원, 주부, 학생, 교수,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1백여명으로 구성된 ‘전통문화사랑모임’의 활동공간이다.
매월 문화토론이나 강좌가 열리기도 하고 차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차씨심기, 차따기, 차 만들기를 하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시음회를 갖는다. 찻집에 전시 공간을 마련, 매달 한 작가를 선정해 청년미술작가 전시회를 갖기도 하고, 매년 오월 단오에는 부채를 선물하는 우리의 전통을 살려 회원이 산 부채에 그림을 그려 두루두루 나눠 갖는 다양한 전통적인 ‘이벤트’가 벌어진다. 이밖에도 회원 농가 농산물 직거래, 옹기 문화 보급, 보자기 생활화 등 정해진 영역이 없다. 
현재 전통문화사랑모임에서는 차밭 조성에 참여할 ‘주주’를 모집중에 있다. 물론 이것 또한 1백명 회원들이 꼭 참여해야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있지 않다. 
회문산 자락과 오목대의 차나무 자생 군락지가 발견된 이후 전주시의 승인으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물론 오늘이 있기까지는 ‘다문’에 모인 이들이 차 생산을 목적으로 5년전부터 주력해온 남다른 ‘공들임’이 있었다.
“자생 군락지 발견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좋은 차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인 고민의 기회가 마련된 거죠. 이번 차밭 조성 사업은 단순한 차밭 조성을 떠나 자연과 환경을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공동체작업으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자연친화적인 ‘환경 차밭’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멋스럽게 노니는 방법을 아는 이들이 문화의 무성한 ‘말잔치’를 뒤로 하고 작은 실천에 나선지 15년이 넘었다. 이들의 사랑방에서 소통된 셀 수 없이 많은 전통문화가 이제 온돌방을 넘어 문지방에, 대청마루에 깊게 배인 전통문화의 자취와 향이 이젠 높은 돌담장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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