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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 | 인터뷰 [꿈꾸는 청춘]
"닥치고 실행!"
한옥마을 ‘미스터월드’ 박세상
이세영 편집팀장(2013-01-04 15:04:47)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한 동네가 아니다, 젊건 나이가 들었건. 세상을 바꿔 보겠다며 호기롭게 이름까지 바꾼 박세상(28)씨는 실패를 통해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서 ‘사람’의 가치와 긍정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말해준다. 그의 이야기는 2005년, 대학 3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별한 대학의 문화를 즐기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다니던 충남대의 대학가를 자기 맛대로 바꿔보자고 했다.

“공연을 만들면 민원이 들어오고, 경찰서에 끌려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거예요. 주변 상가에서 시끄럽다고 경찰서에 신고한 거죠. 안되겠다 싶어 상가 사장님들과 안면을 트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고민의 폭이 개인의 취향에서 차츰 지역중심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궁동 로데오거리의 상권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역주민들과 가까워지면서 그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알아냈다. 쿠폰프로젝트, 버스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2년을 엉금엉금 기어갔다. 좋아서 한 일은 돈이 됐고, 자연스럽게 회사가 되었다.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직원을 10명까지 두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회사는 그렇게 3년만에 문을 닫았다.

“기업의 속성을 잘 몰랐던 탓이죠. 보조금에 의존하거나 봉사활동 수준의 일이 대부분이다 보니 매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었죠. 비즈니스모델도 약했고, 경영 능력도 부족했던 것 같아요. 결국 제가 부족한 탓이죠. 회사의 비전이나 동기부여를 하지 못했고, 돈보다는 성취감으로만 했던, 주먹구구식 회사였으니 망할 수밖에요.”

인원을 줄여 회사를 계속 이어나갈 수도 있었지만 과감히 그만두었다. 버스프로젝트 등은 같이 일을 했던 친구들에게 맡기고 훌훌, 한 발짝 도약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놨다. 회사는 망했지만 팀원들은 그 때 했던 일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여러 사람이 그가 했던 일들의 의미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보며 “그래도 내가 했던 일이 의미가 있었구나” 뿌듯해 한다.

그리고 전주한옥마을에 다시 둥지를 틀었다. 향교길 한편에‘Mr. World’라는 간판을 내걸고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 냈다. 조용히 책을 쓰기 위해 들어온 곳이었지만 그의 발랄한 아이디어가 “보물같은 자원을 가진 전주”에 보태졌다.

한 번의 경험이 있던 터라 ‘사람’을 먼저 만났다. 주민들과 만나다보니 그들의 어려움과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그리고 “한옥마을에 한복을 입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렇게 지난해 9월 한복데이가 열렸다. 아이들이 색색의 한복을 입고 돌아다닌 그날 주민들은 “보기 좋고 기쁘더라”고 이야기했다. 성공이다, 힘이 쑥쑥 났다.

“한옥마을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한복을 대여하는 일을 진행하려고요. 한옥마을이니 한복을 입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기부도 받고, 주민들도 일상적으로 한복을 입을 수 있도록 계속 설득해 나갈 생각이에요.”

하지만 그가 한복데이를 통해 얻었던 가장 큰 소득 역시 ‘사람’이었다. 지역의 대학생들과 함께 기획단을 꾸려 진행한 덕에 지역의 대학생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었고 끈끈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자기 돈 내고 참여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했다”며 다음 번 사업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으니 ‘사람 장사’는 잘 한 셈이다.

그가 진행하는 또 하나의 일은 친구들을 초대해 진행하는 ‘한옥마을 캠프’다. 캠프는 평일에 진행된다. 평일에 텅 비는 한옥민박집들의 사정을 들은 그의 상생 아이디어다. 거기에 겉으로만 보이는 한옥마을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캠프를 진행한 덕에 반응은 상당히 뜨겁다.

그래도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일은 ‘돌멩이 나눠주기프로젝트’다. 지금까지 1년여동안 그에게 돌멩이를 받아간 사람들은 500여명. 친구들이나 SNS를 통해 알고 부러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돌멩이가 무엇이기에?

“관광객들과 이야기해보면 너무 예뻐요라는 뻔한 답뿐이에요. 한옥마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친절한 설명이나 재미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돌멩이예요. 돌멩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스터 월드를 만나서 그 사람과 이야기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돌멩이는 그 인연을, 그 만남을 입증해주는 매개체구요.”

하찮게 보이는 돌멩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을 만들어 내는 것, 그가 돌멩이를 선물하는 이유다. 어느 날 책상서랍 모퉁이에서 돌멩이를 꺼내고 한옥마을에서 만났던 풍경과 사라들을 회상할 수 있다면 그의 의도는 성공한 것일 테다. 돌멩이를 나눠주는 그의 바람은 단 하나, “한옥이 있지만 그 안에는 보물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돌멩이들은 그가 직접 전국을 돌며 수집한 것들이다. 회사가 망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그가 찾아낸 돌멩이가 이렇게 쓰이고 있는 것. 그리고 요즘은 “돌멩이를 팔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만약,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돌멩이를 파는 최초의 회사가 될까?

회사를 경영하는 3년동안 돈 한 푼 벌지 못했던 그가 오히려 회사가 망하고 나서 돈을 벌고 있단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돈이 따라 온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는 그는 20대를 충분히 즐기는 일에 재투자를 하고 있다. 여하튼, 돈 안되는 일에 집중하는 그에게 요즘 가장 큰 수입은 강연에서 들어온다. 전국의 청년들을 만나는 덕에 그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리고 발견한 한 가지 문제, 고민이 판에 박은 듯 똑같다는 것.

“청년들에게 고민을 물으면 취업, 학점, 스펙, 군대가 대부분이에요. 자신의 고민이 아니라 옆 사람의 고민들 나의 고민으로 착각하거나 진지한 고민없이 고민으로 포장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해답도 있는지도 궁금하다.

“닥치고 실행! 이유를 따지기보다, 이익을 따지기보다는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이 돈을 벌어야하는 처지가 아니라면 실패를 따지기 전에 닥치고 실행 한 번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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