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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 | 인터뷰 [꿈꾸는 청춘]
모든 아이디어를 나누는 행복
전주TEDx 디렉터 이거성
임주아 기자(2013-06-05 10:12:00)

인터넷 검색창에 이거성이라는 이름을 넣었더니 ‘전주시-TEDx 전주 업무 협약’이라는 기사가 떴다. 혹시나 싶어 전북대 이거성을 한번 더 넣었더니 ‘과학나눔 봉사활동 수상’ 기사가 줄줄이 나왔다. 91년생. 올해로 스물 셋인 그의 행보는 남달랐다. 큰 일을 할 것 같은 그 이름도.

TEDx전주, 거성을 만나다
그를 인터뷰 하기 위해선 ‘과학나눔봉사’와 ‘TED(테드)’라는 키워드를 잘 알아야 했다. 우선 독자들에게 더 익숙할 TED 이야기부터 꺼냈다. 빌게이츠, 빌 클린턴 등 유명인사가 섰던 강의로 유명한 TED는 ‘널리 퍼져야할 아이디어’란 메시지로 전 세계적인 강연 열풍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비영리재단. TED는 기술, 놀이, 디자인의 약자에서 따온 말이다. 하지만 재단 이름으로 아는 이보다 강연명 자체로 알고 있는 사람이 더 많다. 유명인사의 ‘명품강연’으로 꼽히며 강연 대명사로 쓰이는 TED는 18분이라는 시간제약이 있어 ‘18분의 마법’이라고도 불린다. 작년부터 디렉터를 맡은 이거성은 테드의 지역 조직프로그램인 ‘TEDx’ 소속으로 전주 강연회를 이끌고 있다. TEDx는 TED를 전신으로 대학교, 도서관 등의 단체들이 TED와 같은 강연회를 열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TED를 모태로 둔 지역 강연회라 생각하면 쉽다. “TEDx전주는 2011년 3월에 전북대 산업디자인학과 학생들 중심으로 만들어졌어요. 그동안 팀원도 바뀌고, 프로그램과 라이센스를 재정비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4번째 강연 이후 364일만에 재개했어요. 5월 24일 교학상장이란 주제로 4명의 연사가 강연을 해요. 저는 1회 때 강의를 들으러 갔다가 추천을 받아 그해 11월부터 디렉터를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팀원은 기획팀, 연사팀, 영업팀, 디자인팀까지 총 10명이에요.” 좀더 동력을 얻었으면 싶어 후원단체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녹록치 않았다. 그러던 중 그가 일을 냈다. 송하진 시장이 근처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뜸 행사장으로 쫓아가 TEDx ‘막간 프리핑’을 한 것. 도와달라는 취지였다. 흔쾌히 그 자리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송하진 시장은 올해 4월 TEDx전주-전주시 협약을 맺고 연간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참가자(청중)들이 내는 참가비로 그때그때 운영해왔어요. 평소엔 저와 팀원들이 비공식 영업을 뛰었고요(웃음). 몇 만원 단위의 소액스폰서를 찾아 이곳저곳 두드리는 거예요. 사무실은 따로 없지만 요즘은 전주 경원동에 있는 전주시민놀이터에서 자주 모여요. 올해부터 시의 지원을 받게 돼 기쁩니다.”

확실한 아이디어
최근 국내 TEDx가 40여곳을 돌파해 인도 다음으로 많은 수를 보유한 국가가 됐지만 생겼다 해서 전부가 아니다. 세계적 명성이 있는 만큼 라이센스 따기도 쉽지 않고, 운영도 자체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거기다 라이센스가 있다 해도 TED 취지에 맞지 않는 강연을 열거나 규정을 어기면 파기될 수 있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어느 지역에서 꿈을 주제로 강연을 열고 싶다고 했더니 TEDx측에서 우리는 ‘Feel so good’한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니라 잘라 말했다더군요. 맞는 말이죠. 서로에게 도움 될만한 확실한 아이디어가 TED의 모토니까요. 이제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 이상의 아이디어를 말하는 강연이어야 해요. 유명인사들도 예외는 없죠. 미리 강연문을 받아 검토하고, 몇 번의 회의와 리허설을 거친 후 강단에 서야 하죠. 요즘은 연사 오디션이 있어 꼭 유명인사가 아니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든 TEDx전주의 연사가 될 수 있어요.” 수많은 규율 탓에 비판도 많다. ‘중독성 강한 인스턴트 강연’이라 평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 대학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기획이나 연사가 젊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경계하는 부분 중 하나란다. 세대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TEDx전주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바꾼 것
그는 TEDx의 기획자이기 이전에 열혈 과학도다. 전공은 물리학. 특히 과학나눔봉사로 성과를 거둬 중앙에서도 화제가 됐다. 과학나눔 봉사란 한국창의과학재단이 주관하는 교육기부사업으로, 대학생들이 사회적 배려계층과 소외지역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교육기부프로그램이다.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었더니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호남중학교 다닐 때 운좋게 과학영재로 선발됐었는데요. 당시 그 나이에 대학교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기회도 받고, 누구도 하지 못할 경험을 많이 했었어요. 정읍 최초라고 알고 있는데, 그게 다 세금 아니면 복권 기금이잖아요. 복권기금에서 5000억원이 과학진흥기금으로 나가니까요. 어쨌든 나랏돈이니까. 언젠간 꼭 갚고 싶었어요. 또, 재미가 없으면 못했겠죠.”그는 2학년 때 각기 다른 과 친구 3명과 ‘과학방위대’라는 팀을 꾸린다. 첫 사업 과제는 과학나눔봉사 제안서를 쓰는 일.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연소 과학나눔팀으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결과보고서까지 1등을 하는 큰 성과를 보였다. 사업을 주관했던 과학창의재단 측에선 “나이도 어리고 학년도 낮은데다 카이스트 같은 쟁쟁한 경쟁팀을 몇 번이나 물리쳤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우승 부상으로 10박 11일로 필리핀에 다녀온 것도 큰 경험이 됐다. 필리핀 마닐라 등지에서 현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은 그를 다시 그 삶으로 이끌었다. 학교 활동에도 적극 활용해 새로운 ‘교육기부’ 붐을 이끈 예가 그것이다.“자연대 학생회 활동을 할 때, 술먹고 노는 축제말고 과학교육재능기부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래서 축제기간에 고교생들을 모아 가르치고 함께 배웠죠. 그 이후로 우리학교 농대에서도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연-고전도 올해부터 봄과 가을 축제 중 하나를 교육기부로 하겠다고 선언했더라고요. 기분 좋은 일이죠.”

일상과 꿈, 그리고 멘토
그는 과학봉사활동과 학생회 일을 하면서 본래 꿈을 접었다고 했다. 자신처럼 연구원을 꿈꾸고 입학한 동기들이 하나둘씩 소외되면서 든 생각이다. 어느 분야보다 하부구조가 튼튼하고 인프라가 중요한 과학분야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연구원을 키워주기엔 부족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연구원들을 도와주고 북돋아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나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졸업 후엔 교육대학원에 입학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TEDx 전주 다섯번째 강연회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낸다.인터뷰 하는 날도 브로마이드와 리플렛을 들고 동분서주했던 그는 걱정반 기대반인 표정이었다.이번 5월 24일 열릴 TEDx전주 강연에서는 송하진 전주시장, 수야아봐센터 마스터 김용우, 대학생이자 극지마라토너인 윤승철, 청년 교육기부단체인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구로교육장 대표 김수현을 만난다. 아침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과 공부로 보내는 그에게 “이렇게 바쁜 대학생 처음 봤다”고 하니 아침에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고 나가야 밤에 일이 안 쫓긴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멘토를 선물하는 TEDx, 그에게도 멘토가 있다. “존경받는 삶이라는 게 저런 삶이구나 하는 걸 아버지에게서 느꼈어요. 직장에서 성실과 정직의 아이콘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거든요.(웃음)” 아버지가 평생의 멘토라면 새로운 길을 열어준 역전의 멘토는 개그맨 ‘박명수’다. 그가 TV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거성’이라는 별명으로 뜨기 시작하면서 이거성도 덩달아 날개를 달게된 것이다. “이름만 말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 덕분에” 소극적이고 조용했던 그의 성격은 정 반대로 바뀌었다. ‘때문에’가 ‘덕분에’로 바뀐 신나는 반전이다. “만나면 ‘그분’에게 꼭 큰절 할 겁니다. 이름 지어주신 아버지께도요!” 생각은 늘 마음에 달려있다. 이것은 과학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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