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4.7 | 인터뷰 [아름다운 당신]
진심을 다해 살아야 좋은 집 짓는다
건축사 강미현
이세영 편집팀장(2014-07-03 12:15:02)





한번쯤 집을 이렇게 지어봐야지, 생각해봤을 것이다. 상상이 아닌  현실로 집을 그려내려 한다면 어떨까? 막막하고 두렵다. 여기 내가 집을 그려주는 건축가가 있다. 하지만 건축사사무소 예감의 강미현 대표를 건축가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할지 모른다. 건축계의 아웃사이더에, 건축주의 삶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건축주를 공부시키는 건축가에게 집을 맡기기란 요즘 같은 속도경쟁 시대에 그다지 맞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와 함께 집을 짓고 나면행복하다고 한다. 건축가가 아닌, 사람의 가치와 철학을 담은 집을 짓기 때문이다. ‘건축주의 삶을 담은 집짓기 화두로 살아가는 그와 함께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건축이 무엇인 알아간다는 즐거움


그가 건축 입문은 고등학교다. 건축을 하겠다는 생각도 없이, 건축에 꽂혀 건축과를 갔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 일이다. 건축이 뭔지도 모르고 건축이라는 말이 좋아 건축과에 입학을 했으니 말이다. 

무턱대고 들어간 학교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공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여자에게 들려지는 끌과 망치가 창피해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엎친 덮친 격으로 선배들에게마저 찍혀 녹록치 않은 학교생활이 이어졌다. “다행히 특기자 육성반에 들어 수업을 들어가지 않아도 됐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며 중간에 그만뒀을 거예요. 그래도 학교를 빨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취업도 제일 먼저 나갔을 걸요?”


나름 일을 열심히 했지만, 열심히 하는 것과 인생을 생각하며 사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인생이나, 건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만 하는 세월이 졸업 후로 이어졌다. 건축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꿈은 현실의 일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만 같았다. 야간대학도 다니고, 시공회사로 옮기며 가야할 길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갈팡질팡하며 다시 설계사무소에 입사했다. “그전 회사에서는 건축이 뭐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새로 옮긴 회사는 현상공모를 하는 설계사무소라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같아요. 현상공모를 준비하며 건축이 뭔지, 내가 꿈꿔 왔던 건축이 무엇인지 하나 알아 가게 됐죠.” ‘건축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건축에 입문한지 10년만의 일이다.

2004 서른이 되기도 전에 자격증을 따고 개업을 했다. 시간이 생기면서 깊이 있게 건축공부하기 시작했다. 대학원에서 건축에 대한 원칙을 배웠지만 여전히 건축이 무엇인지 정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15 넘게 건축을 했는데도, 건축이 무엇인지 모르겠는 거예요. 건축의 테두리 안에서 보는 건축은위대한 인데, 정말 그런 건지도 모르겠고, 사무실에 앉아 선만 그리고 있으니 우물 개구리가 되는 같았어요.”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우물 밖으로 뛰쳐나가 건축을 조망해보고 싶었다. 시민기자 생활을 하던 터여서 신문사 기자를 하면 세상을 넓게 있으리라 생각했다. 


새로운 일을 하는 데는 그만큼의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건축가의 특성을 살려 건축 이야기도 해보고, 소양도 쌓고, 건축을 넓게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자 생활은 그의 상상과는 다른 세계였다. 가쁘게 돌아가는 신문사 시스템은 그런 것들을 있는 여건이 안됐다. “2년차가 됐을 , 건축가는 사회를 통해서 건축을 보는 아니라 건축을 통해 사회를 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시간동안은 사회에 대해 폭넓게 바라보고, 생각을 확장할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던 것만은 분명해요.”





집을 짓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축사


다시 본업으로 복귀했다. 개점휴업 상태였던 사무실을 재가동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묵은 먼지를 털어 냈지만, 그에게 건축을 맡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집을 짓겠다고 그를 찾아오는 건축주들도 그와 일을 하다 도망치기 일쑤였다. 집에 삶을 담으려는 그는 건축주를 상당히 귀찮게 했으니 익숙지 않은 건축주가 쉽게 다가오지는 못했으리라. “도면을 그리기 전에 3개월 정도 건축주와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요. 숙제를 내주고 다시 이야기하고,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보고 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저를 좋아하는 건축주들은 그래서 깐깐한 사람들이예요. 하나하나 따져보고 모든 과정을 거쳐서 짓지요.”


그가 이런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집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틀로 찍어내듯 만들고, 재산 가치로 판단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하는 것이 버린 집에 대한 반기였을 것이다. 좋은 집에 대한 것은 개개인마다 다르고 자신의 삶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좋아하는 집의 가치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결국 이러한 과정은 집짓기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그의 그만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집을 보면 사람이 보여요. 지나가다 보면 사람의 인격이 느껴지는 집이 있거든요. 집을 대하는 자세에서 자신과 가족, 사회를 넘어 삶에 대한 가치관을 읽을 있죠. 집을 짓는다면 내가 보이는 집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족의 삶과 미래를 담아내는 집을 짓는 것이 건축가의 도리다. 3개월의 시간은 건축가가 건축주 그리고 그의 가족의 삶과 소통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시간을 통해 건축주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건축가의 경험과 고민을 통해 좋은 대안을 내놓는 과정을 거친다. 뚝딱 설계도 장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건축주의 삶과 철학을 들여다보고 건축주가 담아낼 집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쉽사리 되는 일이 아닌 탓이다. 이런 시간을 거치면 건축주는 자신보다 전문가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건축가는 그런 건축주의 이야기를 들어 건축주들이 원하는 것을 표현해내고 법적 요건만 체크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는 그의 이야기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매순간을 진심으로 살아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지향하는 바를 집에 담아낼 없거든요. 집을 짓는지, 삶의 본질은 무엇인지, 집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차근차근 이야기해봐야 해요. 행복하려고 집을 짓는데, 짓고 속상해 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만만치 않았다. 집을 지으려고 땅을 사는 순간부터 건축주는 마음이 바빠진다. 자신의 삶과 가족의 삶을 돌아보고 삶을 집에 담을 여유를 내길 바라는 그만의 환상이 되기 일쑤였다. “누군가의 집을 짓는 다는 것은 건축가에게도 로망이지요.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중요한 일일 텐데, 현실은 달라지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집의 질을 떨어뜨리는 제일 문제는 건축주인 경우가 많아요. 돈과 연관되기 때문일 거예요. 아무래도 건축주에게 어떤 집이 좋은지 알아 안목을 가르쳐줘야겠다고 생각했죠.”





도시공간을 말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시민건축학교와 시민건축 포럼이다. 3년전부터 년에 차례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시민건축학교는 집을 짓기 전에 정도는 생각하고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시작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가족들이 지향하는 삶에 따라 달라지고,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소통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함을 이해시키는 자리가 됐다. 건축주와 건축가의 눈높이를 맞추는 기회가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간에 대해 건축가와 시민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도 만들었다. 시민건축 포럼이다. 지난해부터 달에 번씩 건축가와 시민들이 모여 도시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민건축 포럼은 건축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좋은 공간, 좋은 건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모임에는 주부, 학생, 장애인, 주거복지, 도시계획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장애인 이동에 대한 부분이 최악이

었던 전북도청, 지구단위 계획으로 묶여 다양성이 사라지는 한옥마을을 둘러보며 좋은 도시공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역 사람들의 이야기, 시민이 생각하는 지역의 건축문화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였어요. 많은 것들을 이뤄내지는 못한 항상 아쉽죠. 그래도 구도청에 관해서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팀에서 파생된  별의별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한 공간만들기 이야기하는 팀도 꾸려지게 됐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집이 가지는 의미를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여전히 건축가가 멋지게 집을 지어주길 바라는지 함께 이야기할 사람을 모으는 쉽지 않았다. 건축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해줄 건축가들도 많지 않았다. 3년의 시간을 보내며 그가 내린 결론은 건축과 도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달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쉽게 건축가와 시민이 건축에 대해 이야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 시즌2 건축과 도시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 생각이다. 





건축주와 건축사의 거리 좁히기는 진행형


요즘 그는 오히려 활동범위를 줄여나가고 있다. 그동안 각종 위원회며, 마을재생 코디네이터로 활동을 해왔지만 자신의 생각과 맞지 않는 곳이 많다는 생각에서다. 아니, 자신의 역량이 되지 못하는 곳에 있다는 것에 창피함이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알지도 못하고 위원회에 앉아서 행정이 가는대로 동조해주는 역할밖에 못하고 있더라고요. 마을 재생 코디네이터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동네에서 역할도 못하는데 다른 동네에서 전문가라고 앉아 있다는 것이 창피하더라고요. 우리 , 사무실이 있는 동네에서 있는 것만 해야 되겠구나, 요즘은 생각해요.”


대신 건축주와 건축사의 거리를 좁히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런 생각으로 책이 달에 나온다. 그동안 그가 가졌던 집짓기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한 , <집을 짓고 건축가를 만나라> 집짓기 전에 고민해야할 문제들을 조목조목 따진 가이드북이다. 집짓기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들을 한데 모아 책이라 나오기까지 시간도 만만치 않게 걸렸다. 머릿속에는 온통, ‘좋은 집짓기 알려주고 싶은 생각으로 있는 그에게 권의 책이 기쁨은 크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곤 한다. 그는 그렇게 언젠가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고 있었다. 인터뷰 마지막, 내내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좋은 집을 지을 있는 방법이 있느냐고.


좋은 설계자를 만나면 되요. 좋은 설계자란, 지역에 있어 서로 자줄 만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죠. 그래야 서로 자주 만나 집에 대해 이야기를 있잖아요. 사람에게 관심 있는 설계자면 좋아요. 결국 집에 담기는 것은 삶의 본질이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는 설계자가 좋은 집을 짓게 겁니다. 하지만 작품을 하려는 설계자는 경계해야 해야 해요. 설계자가 멋지게 콘셉트를 잡을 수도 있지만, 그건 자신의 집이 아니라 설계자의 집이 되기 때문이죠. 하나 덧붙이자면 설계에 대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고 나와 맞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