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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 | 인터뷰 [공간과 사람]
전통주, 젊은이들의 무대를 만들어주다
(2016-03-15 11:18:18)

예부터 우리네 희로애락 속에는 술이 함께 하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소주와 맥주, 외국 술들이 익숙해지면서 정작 우리 술들은 낮선 존재로 잊히고 있다. 다양했던 전통 술의 맥은 하나 둘 끊겼지만 계속해서 우리 것을 지켜나가려는 움직임들은 이어가고 있다.
이 노력에 청춘들도 함께 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우리 술도 좋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그들. 잊고 있었던 우리 술의 진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준다.






전통주가 달라졌다

편견을 깬 주인장 이정헌

진주도가│전북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3길 13-5


가게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외국 술 사이로 눈에 띄는 병들이 있다. 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 전통 술이다.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등과 하나하나에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장식품들은 이 곳이 흔한 술집 중 하나가 아님을 말한다. 한국이니까 우리 술과 한국적인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는 이정헌 씨(33세)의 생각이 반영된 '진주도가'이다. 바는 그저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 말하는 그의 소개처럼 '진주도가'에서는 전통주에 대해 몰랐던 사람도 칵테일을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정헌 씨는 전통주로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다. 주류를 전공한 그는 외국 술을 알아가며 바텐더란 직업을 갖게 됐다. 술에 대해 공부하던 중 생긴 우리 술에 대한 호기심이 전통주 칵테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난 한국 사람인데 왜 외국 술만 공부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와인 공부를 하던 친구들과 함께 각 지역의 양조장을 찾아가 지역 술을 마시는 전국 일주를 하게 됐죠. 그 때 전통주에 매력을 느꼈고, 바텐딩과 전통주에 대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가 생각하는 전통주의 매력은 우리 것으로 만들어 다른 술보다 우리에게 잘 맞는다는 점과 '제대로 된' 술이란 점이다. 술도 음식이기 때문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아프지 않는 것처럼, 좋은 술 또한 숙취가 거의 없다. 그런 점에서 전통주는 음식에 가깝다.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전통주 칵테일은 술 본연의 맛과 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최적화된 레시피로 탄생한다. 전통주를 접해 본 적 없는 사람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이런 술로도 칵테일을 만들 수 있네?'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렇게 전통주의 맛을 알게 된 이들은 다음에 가게를 찾아 전통주를 찾는다.
올해로 3년 째 진주도가를 운영하고 있는 정헌 씨는 사람들의 편견이 가장 힘들다 말한다. "가격이 저렴하면 저렴한 이유는 있어요. 가격이 비싸면 비싼 이유는 분명히 있구요. 하지만 간혹 이 점을 생각하지 않으시는 분들이 있으시죠. 손님들에게 전통주를 처음 소개하는 일도 쉽지 않아요. 그 분들이 평소 드시던 술이 있을텐데 새로운 술을 소개시켜 드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한번 드셔보신 분들은 다시 찾아오시죠."
'진짜 술을 만드는 사람'이란 '진주도가'의 뜻처럼 정헌 씨는 앞으로 직접 담근 술을 파는 것이 목표다. 전통주를 팔며 지금의 전통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 현재 나와 있는 전통주들은 맛이 획일화돼있고 품질유지기간이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아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부족하다. 그는 '제대로 된' 좋은 술을 빚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막걸리의 경우 외국에 'Rice Wine'이란 이름으로 팔리고 있어요. 외국 와인을 보면 사람들은 오래된 와인을 찾잖아요. 우리 술도 그렇게 빚을 수 있어요. 원료만 다를 뿐이에요. 좋은 술들을 장기보관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저는 그런 술을 만들고 싶어요."
전통주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가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은 하나다. "다양한 것을 드셨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것을 접해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거죠. 익숙한 것에만 너무 익숙해져 있지 말고 그동안 잊고 있던 우리 것도 찾아보길 바라요. 그런 시도를 통해 우리 술을 조금씩 유지해나갔으면 해요."







전통주가 인생을 바꾸다
젊은 양조장 주인장 박정익

익이네술상│전북 전주시 완산구 남고산성1길 5


전통 술은 물과 누룩, 쌀을 원료로 한다. 간단하게는 청주, 탁주, 막걸리 등으로 나뉜다. 하지만 사실 그 종류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원료인 쌀과 누룩의 종류에 따라, 빚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지닌 전통 술들이 만들어 진다. 전통 술의 이런 매력에 빠져 직접 전통 술을 빚기 시작한 박정익 씨(30세)는 '익이네 술상'이란 상표로 자신만의 술을 선보이고 있다.
정익 씨는 한식을 배우며 전통음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전통음식에 대해 공부하며 전통 술에 대해 가볍게만 접했던 것이 시작. 졸업 후 식당에서 일을 하던 중 그는 지인으로부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전화를 받게 된다. 바로 전주 한옥마을에 위치한 '전통술박물관'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소식. 서울에서 일했던 그는 식당 일을 접고 전주로 내려와 전통 술에 입문하게 됐다.
박물관에서 일을 하며 전통 술에 대해 하나 둘 알게 된 그는 전통 술을 직접 빚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요즘 음식은 계절을 크게 타지 않지만 우리 술은 아무리 현대적으로 빚는다 해도 계절을 타요. 자연과 교류를 하면 빚어나가야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음식보다 까다롭죠. 하지만 그런 점이 재밌으면서도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못해본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어요. 물론 박물관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는 점은 분명했지만, 지금 해보지 않으면 기회를 또 언제 잡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젊을 때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죠."
2년 전부터 술을 빚기 시작한 그는 '익이네 술상'이란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곳은 그의 양조장이자 가게이기도 했다. 기존의 술집과 달리, 본인이 직접 빚은 술과 음식만 판매하며 전통 술을 사람들에게 알려 갔다. 그렇게 작년 가을까지 가게이자 양조장이었던 '익이네 술상'은 현재 양조장으로만 운영되고 있다. 술을 빚고 싶어 시작한 일인 만큼 주 목적인 양조장에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처음에 모르고 술을 빚을 때가 오히려 쉬웠던 것 같아요. 술이 못 나오면 못 나온대로, 잘 나오면 잘 나온 대로 받아들였으니까요. 지금은 더 잘 빚어야 한다는 고민이 많아서 그런지 맛을 잘 못 찾을 때 힘이 들더라구요."
우리 술을 알리고 싶어 하는 그는 지금의 획일화된 환경에서 탈피해 다양한 전통 술들이 되살아나길 바라고 있다. "예전에는 수백, 수천가지의 우리 술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가양주 제조가 힘들어지고, 양조장들이 공장의 모습으로 변형되면서 많은 술들의 맥이 끊겼죠. 요즘 들어 이런 환경이 조금씩 변하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어설픈 단계죠."
올해에는 더 큰 양조장을 차릴 예정이라는 정익 씨는 안정적인 생산 체계가 잡힌다면 우리 술들을 들고 외국에 나가는 것이 목표이다. "외국 식당의 메뉴에 우리 술이 오르게 하고 싶어요. 우리 술은 그만한 값어치와 힘이 있거든요. 그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에 실현시켜보고 싶은 것이 제 목표이기도 해요."
힘든 길일 것 같다는 말에 재밌을 것 같지 않냐고 답하는 정익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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