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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 | 연재 [TV토피아]
안방극장은 왜 멜로드라마에 빠졌나?
박창우(2016-08-16 10:23:35)





바야흐로 멜로드라마 전성시대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사랑이야기가 빠진 적이 언제 있었겠냐마는, 최근 추세는 놀랍기만 하다. 올해 최고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KBS 2TV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tvN <또 오해영>, 그리고 SBS <닥터스>까지, 멜로를 중심에 둔 드라마들의 '꽃길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올해 안방극장은 멜로드라마에 푹 빠진 셈이다.

'기승전멜로'로 귀결되는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멜로드라마의 강세는 사실 새로울 게 없는 현상일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형 멜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재벌 2세와 캔디형 여주인공, 그리고 뻔한 삼가관계와 출생의 비밀 등에 지쳤던 시청자가 다시금 멜로드라마에 환호를 보내는 건 분명 어딘가 달라진 포인트가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와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마인드>의 동반 부진은 안방극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원티드>의 경우에는 올해 초 tvN <시그널>의 성공 이후 장르드라마에 대한 대중적 욕구를 등에 업고 출발했음에도 불구 겨우 7%의 시청률을 넘기고 있을 뿐이며, <뷰티풀마인드>는 안방극장의 흥행아이템으로 통하는 의학드라마 '버프(일시적 강화효과를 뜻하는 게임 용어)'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반면 <뷰티풀마인드>와 같은 날에 첫 선을 보인 <닥터스>는 시청률 20%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또 오해영>은 시청률 2%에서 시작해 최종회에서 9.9%를 기록, 역대 tvN 드라마 시청률 4위에 올랐다. <태양의 후예>는 또 어떤가. 38.8%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이 드라마의 직ㆍ간접 경제효과가 1조원을 넘는다는 분석을 내놓기까지 했다.

세 드라마의 인기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심은 단연 '멜로'가 있다. 송중기-송혜교(태양의 후예), 에릭-서현진(또 오해영), 김래원-박신혜(닥터스)의 달달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빼놓고는 이토록 뜨거운 관심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렇다면 안방극장은 왜 '멜로'에 빠지게 된 것일까. 거기엔 바로 대중들의 기대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판타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삼포세대'를 넘어 '오포세대', 그리고 더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간다는 'N포세대'에게 있어 사랑, 연애, 결혼은 사치이자 현실 너머의 그 무엇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재벌 2세가 아니어도 사랑을 꿈꿀 수 있고, 돈이 부족해도 얼마든지 사랑의 힘으로 현실을 극복해 나간다. 오해가 쌓여도 시간이 흐르면 쉽게 풀리고, 가장 힘들고 외로울 묵묵히 나를 위로해준다. 가장 이상화된 연애관이 가장 인기있는 배우들을 통해 재현되는데, 중독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연애하기 힘든 세상, 결혼하기 부담스러운 현실에서 멜로드라마만큼 강력한 마취제는 없다. 적어도 드라마를 보는 시간만큼은 내가 주인공이 돼서 기쁨을 누릴 수 있고, 현실의 고민을 잊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멜로드라마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연애하기 쉬운 세상, 결혼하기 편한 사회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런 날이 쉽게 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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