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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 | 연재 [TV토피아]
터블유(W)속 강철은 무엇을 의미하나?
드라마 더블유(W)
박창우(2016-09-19 09:48:48)




만약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누군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 창조주의 뜻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해보자. "할 수 있다"는 정신으로 기적 같은 대역전극을 일궈낸 박상영 선수의 금메달이 철저하게 계획된 시나리오였다면 그 감동은 결코 지금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 무얼 하든 그게 다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결국 창조주의 뜻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그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지 않을까? 

아무것도 모른 채 살아간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진실을 알아챘을 경우엔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이 뒤따를 것이다. 내 삶이 내 삶이 아니라니…. 그렇다고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 할 수도 없다. 그럴 경우 진실은 오히려 형벌에 가깝다. 그런 세상에 사는 인간이라면 아마도 '창조주의 노예'라는 표현이 더 알맞을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유의지가 없는 셈이니 말이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며 창조주의 뜻대로 살아가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우리의 손으로 세상을 바꿔가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창조주의 심장을 권총으로 겨냥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MBC 수목드라마 <더블유(W)> 속 강철(이종석 분)은 후자를 선택했다. 자신이 사는 세계가 만화 속 세상이었으며, 자신은 한낱 작가가 그려낸 주인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강철은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만화 스토리가 작가의 뜻이 아닌 주인공의 생각대로 흘러가는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진실을 마주한 강철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작가의 '설정값'에 따라 움직여왔다는 사실은 그의 삶을 무너트리고, 절망은 그를 자살 위기로 내몰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건너온 오연주(한효주 분)의 도움으로 강철에겐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그 목표가 강철의 일상을 다시 바꿔 놓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강철의 변화다. 웹툰 속 주인공인 강철이 자각을 하고 자유의지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듯, 우리들 역시 얼마든지 세상을 바꾸고 주체적인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은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철이 만화 속 세상에서 현실로 건너올 수 있었던 건, 유일하게 그만이 끊임없이 의심하고 고민하며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강철은 그간 자신이 살아온 삶 전체를 부정당해야했지만, 결국 그는 시스템을 깨뜨렸고 오연주와 함께 새로운 '룰'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의 권력과 재산에 따라 자녀의 삶이 결정되고, 수저계급론이 사회전체를 지배하는 사회라 할지라도, 우리에겐 자유의지가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 본질을 탐구하고,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가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다.

인생이란 끝이 뻔히 보이는 막장드라마가 아니라 마지막에 가서 통쾌함을 선사해주는 반전드라마가 아니던가. 작가가 그린대로 움직이고 말하는 만화 캐릭터가 아닌 이상, 우린 얼마든지 지금의 이 사회를 바꿔나갈 수 있다. 

물론, 바꾸고 싶다는 의지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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