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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작두콩
(2016-11-17 13:48:17)




내가 기르는 곡식 가운데 씨가 가장 큰 게 작두콩이다. 씨가 크니 콩꼬투리도 무슨 칼처럼 생겨 이름이 '작두'콩이다. 처음 봤을 때는 무슨 콩이 이래? 
작두콩은 아열대에 맞는 식물이라, 우리 동네 산골에서는 씨앗이 미처 익기도 전에 서리가 오곤 한다. 씨를 받지 못하니 심다 말았다. 그러다 요즘 들어 작두콩이 인기를 얻어서인지 올봄 농사모임에서 씨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기르는 작두콩. 집 앞 마당에 심었다. 씨가 크니 떡잎도 크다. 줄기가 자라다 한여름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줄기가 올라온다. 그런데 꽃줄기가 활처럼 굽어 요가를 하듯 뒤로 젖혀지는 게 아닌가! 이 꽃줄기 아래서부터 연보랏빛 꽃이 차례차례 핀다.
종 모양 꽃받침 위에 핀 작두콩꽃은 다른 콩꽃과 달랐다. 보통 콩꽃은 기꽃잎이 뒤를 든든히 받쳐주면 날개꽃잎이 마치 날개처럼 예쁘게 달리고 그 가운데 용골꽃잎이 보일 듯 말듯 자리하고 있다. 그 안에 암술과 수술을 고이 감싸고 있는 모양새다. 한데 작두콩꽃은 거꾸로다. 기꽃잎이 아래로 확 젖혀져 꽃받침처럼 펼쳐지고, 날개꽃잎이 위로 불쑥 솟아나 있다가, 날개꽃잎이 벌어지며 용골꽃잎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습이 내겐 왜 처절하게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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