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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 연재 [TV토피아]
<혼술남녀>가 전하는 위로와 공감
박창우(2016-11-17 14:14:57)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기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드라마. 슬플 땐 눈치 보지 말고 눈물도 흘리고, 웃길 땐 목이 터져라 웃어볼 수 있는 드라마. <혼술남녀>는 정말인지, '혼드(혼자서 드라마 보는 행위)'하기에 딱 좋은 드라마다.

1인가구를 전면에 내세운 tvN <식샤를 합시다>는 실험적인 연출과 신선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시즌2까지 제작되는 성과를 이뤘고, 최근 방영 중인 <혼술남녀>는 혼밥(혼자 밥을 먹는 행위)을 넘어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행위)을 통해 달라진 시대상을 비춘다.

사실, 혼자서 술을 마신다는 건 어딘지 좀 '지질한' 느낌을 준다. 청승맞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달리생각해보면, 혼술 만큼 편한 것도 없다. 억지로 마시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내가 먹고 싶은 안주에 마시고 싶은 주종을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는 게 바로 혼술의 장점이다.

그래서일까. 드마라 속 <혼술남녀> 속 캐릭터는 하나같이 말한다. "혼술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나만을 위한 힐링타임"이라고. 물론 상황은 저마다 다르다. 노량진에서 제일 잘나가는 진정석(하석진 분)은 값비싼 술집에서 고급 위스키로 혼술을 하는 경우가 많고, 평범하기 그지 없는 '노그래' 박하나(박하선 분)는 홀로 자취방에서 새우깡을 안주삼아 캔맥주를 들이키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오늘도 힘든 하루를 버텨낸 자신을 다독이고, 정글 같은 현실에서 잠시나마 숨구멍이 되어주는 혼술의 시간을 두고 과연 누가 "퀄리티 떨어진다"며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생존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떠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에게 혼술은 이미 가장 손쉬운 위로의 방법이 되어가고 있다.

드라마는 유쾌하다. 끊임없이 망가는 박하선과 하석진의 연기는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회를 다 보고나면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걸 느낄 수 없다.

언제까지 자신이 가족을 돌봐야하느냐고 울며 소리치는 박하나(박하선 분), 연예인 성대모사를 입에 달고 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가슴 아픈 상처를 안고 사는 민교수(민진웅 분), 그리고 가족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한 달을 겨우 겨우 버티는 노량진 공시생 동영(김동영 분)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드라마 속 캐릭터는 브라우관 바깥에 사는 바로 우리들의 모습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외로운 게 아니구나. 그래, 내 잘못이 아니었어….  <혼술남녀>는 1인 가구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혼밥'과 '혼술'을 소재로 하고 있으나, 그 안에는 하루하루 버거운 현실을 버텨내는 오늘날 청춘의 현실이 담겨 있다.

너무 무겁지 않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게. 누구나 쉽게 보고 즐기며 공감하고 위로받는 드라마. 슬플 땐 눈치 보지 말고 눈물도 흘리고, 웃길 땐 목이 터져라 웃어볼 수 있는 드라마. <혼술남녀>는 정말인지, '혼드(혼자서 드라마 보는 행위)'하기에 딱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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