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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 | 연재 [이휘현의 책이야기]
바람에게 물어볼까?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이휘현(2016-11-17 14:16:40)




그래서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밥 딜런의 문학적 성과를 제대로 알고 싶어 우선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집어 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만만찮다. 극적인 대목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 모든 이야기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구성'의 묘미라는 건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당연지사, 몰입감과도 거리가 멀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그의 어두운 내면의 흐름을 따라 그저 어지럽게 흘러갈 뿐이다. 몇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정신은 산만해지고, 늦은 밤에 읽으면 금세 졸음이 몰려온다. 그나마 책의 마지막 부분에 번역되어 게재된 <Blowin' In The Wind>와 <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가 마음을 울린다. 그런데 몇 곡의 가사로 나는 그의 문학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바람에게 물어봐야지….
이 어려운 질문에 내가 무슨 답을 해낼 수 있을까. 그저 밥 딜런의 유명한 곡들을 찾아 들어보고, 몇 년 전 읽다가 서재에 꽂아두었던 그의 책을 다시 꺼내보는 수밖에.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그런 단순한 이유로 나와 다시 만났다. 그리고 몇 주가 흘렀다. 이 책은 여전히 내 수중에 남아있다.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쫄깃한 재미에 빠져 며칠 만에 후다닥 읽어내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네 권에 비하면 이 얼마나 속 터지는 상황인가. 그래도 오기가 발동한다. 한 번 끝까지 가보자!
올해 우리 나이 셈으로 76세가 되는 밥 딜런. 그가 오랜 세월 전 세계적으로 치르고 있는 유명세에 비하면 그의 노래는 의외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게 거의 없다. <Knocking On Heavens Door> 정도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일 테고, 또 다른 대표곡  <Blowin' In The Wind>는 노래 자체 보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번역 제목으로만 더 알려져 있다. 그런 그의 노랫말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그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그깟 몇 줄 노래가사가 뭐라고?
하지만 너무 놀라지 말자. 우리가 그렇게 대단하게 생각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중에는 윈스턴 처칠 같은 정치인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다. 처칠 자신도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다는 데 어쩌면 당연한 것이, 그 또한 자신이 훌륭한 문장가라기보다는 그저 뛰어난 연설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1953년 스웨덴 한림원에 의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이 상이 단순히 필력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맥락까지 함께 아울러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소식은, 현재의 시공간에서 더 이상 대중문화와 기존 예술의 경계 짓기가 무의미하다는 그 해묵은 논쟁을 노벨상의 권위 자체로 판정 내린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말들이 많은 듯한데, 나는 기본적으로 밥 딜런의 수상을 반기는 쪽이다. 모든 예술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발화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밥 딜런이 그런 업적을 인정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면, 비록 그의 이력이 대중가수로서 알려진 바가 압도적이라 해도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만 문제는, 내가 그의 문학적 업적에 대해 도대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것에 있을 뿐….
그래서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밥 딜런의 문학적 성과를 제대로 알고 싶어 우선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집어 들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 만만찮다. 극적인 대목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 모든 이야기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구성'의 묘미라는 건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다. 당연지사, 몰입감과도 거리가 멀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그의 어두운 내면의 흐름을 따라 그저 어지럽게 흘러갈 뿐이다. 몇 페이지를 채 넘기기도 전에 정신은 산만해지고, 늦은 밤에 읽으면 금세 졸음이 몰려온다. 그나마 책의 마지막 부분에 번역되어 게재된 <Blowin' In The Wind>와 <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가 마음을 울린다. 그런데 몇 곡의 가사로 나는 그의 문학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바람에게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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