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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잣나무 꽃
(2016-12-16 15:55:34)




홍성으로 귀농하신 분이 우리한테 잣 씨를 구해갔다. 그 동네에는 잣나무가 없어 우선 화분에라도 키우겠단다. 러시아 사람 B 메그레가 쓴 <아나스타시아>에 보면 잣나무는 우리 우주와 교감하는 나무라, 집 둘레에 심으면 좋단다. 
꽃만 봐도 잣나무는 특별하다. 사람이 먹는 식물은 대부분 속씨식물이다. 그런데 잣나무는 겉씨식물로 식물학에서 말하는 '꽃'을 피우지는 못한다. 꽃술, 꽃잎, 꽃받침 그리고 씨방과 같은 생식기관이 발달하지 않았다. 암꽃과 비슷한 암구화수, 수꽃과 비슷한 수구화수가 있을 뿐.
5월 중하순에 잣나무 수구화수에서 꽃가루가 날린다. 수구화수는 많이 달리고 사람 눈높이에도 제법 달린다. 하지만 암구화수는 잘 보이지 않다. 잣나무는 심은 지 보통 20년이 되어야 열매를 맺는데, 그러면 키가 10여 미터. 그 높다란 나무 맨 꼭대기에 암구화수가 열린다. 사람이 올라다 봐야 보이지 않았던 거다.    
여기 실린 암구화수는 남편이 다람쥐가 되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찍은 사진이다.
"얼추 8미터쯤 올라왔나 보다. 맨 꼭대기까지 일 미터 정도 남자, 이젠 나무 중심 줄기마저 휘청거린다. 위를 올려다보니 정말 그 끝에 뾰족한 그 무엇이 있다. 잣송이를 아주 작게 해놓은 모습. 이게 바로 암꽃이구나. 나무 맨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하듯이 뾰족하게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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