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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 연재 [이휘현의 책이야기]
미국 정치의 민낯을 보라
강준만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 『힐러리 클린턴』
이휘현(2016-12-16 16:34:49)




'미친놈을 선택할 것인가, 나쁜년을 선택할 것인가'
미국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고민을 함축한 말이었다고 한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미친놈'의 승리. 많은 사람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가정은 그렇게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조금씩 트럼프 월드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어디선가 트럼프 쇼크의 면면이 대한민국을 강타할 것이란 조심스런 예측들도 툭툭 튀어나온다. 박근혜-최순실과 트럼프가 안팎에서 몰아치는 카운터펀치에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아 있을 것인가? 절망은 이르다. 추운 겨울의 거리에서 촛불은 여전히 길을 묻는다. 그래서 아직 희망은 있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모두들 무시무시하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월드에도 길은 있을까…?
지난 11월, 나는 강준만 교수의 최근 저서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를 연이어 읽었다. 출간 순서는 '트럼프-힐러리' 순이다. 허나 성추문으로 트럼프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요원해진 때에 서점에 들렀으니 내 시선은 당연히 나중에 나온 <힐러리 클린턴>에 꽂힐 수밖에 없었다. 반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곧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돌아이(?)'를 내가 꼭 읽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라고 그 때는 생각했더랬다…).
그렇게 힐러리의 흥미로운 삶을 따라가던 중에 '이메일 게이트'가 터졌다. 대세를 굳혀가던 힐러리의 입지가 기우뚱하기 시작했다. 설마 하면서도 심상찮은 예감이 자꾸 스쳐갔다. 그리고 '혹시…?'라는 물음표가 내 머릿속에 진하게 퍼져가던 어느 날, 내 손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들려있었다. 어느 대중가요의 노랫말처럼, 왜 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강준만 교수의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은 이란성 쌍둥이 같은 책이다. 1946년생 트럼프와 1947년생 힐러리의 70년 가까운 인생 역정. 그것은 그 자체로 미국 현대사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두 인물의 역사를 출생부터 현재까지의 순차적인 연대기로 풀어나가는 이 책에는, 전 세계를 관통해 온 미국정치의 지난 수십 년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우리도 대충은 알고 있는 굵직한 이야기들도 꽤 있지만(대표적으로 빌 클린턴의 '지퍼 게이트'를 들 수 있겠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꽤 많다. 허나 이 책에서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그 행간에 흐르고 있는 미국 정치의 이면이 아닐까?
미국의 정치는 어떤 힘에 의해 작동되어 오고 있고, 현재의 미국인들은 이 힘의 원리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상당수 미국인들의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는 어디에서 기원하는 것일까. 그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서는 트럼프의 돌풍과 힐러리의 추락을 이해할 수 없다. 아마도 강준만 교수는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라는 두 괴물을 통해 미국 정치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도널드 트럼프>를 다 읽기도 전에 미국 대선의 결과가 발표되었다. 그리고 트럼프의 당선 소식을 접한 내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천편일률적으로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왜? 트럼프는 악이고 힐러리는 선이라서? 그렇다면 한 번 정색하고 물어보자. '트럼프=악 / 힐러리=선'이라는 공식은 과연 맞는 답일까?
상식처럼 통용되는 이 절대 공식에서 자유로워질 때, 우리는 미국의 정치를, 그리고 그 미국의 정치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는 우리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미국 정치의 민낯을 마주하다 보면 자연스레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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