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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 | 연재 [백제기행]
문화는 사람을 통해 전달 된다
182회 백제기행_예술기행
강미선(2017-04-28 10:19:01)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문화는 사람을 통해 전달된다" 우리는 다른 문화에 사는 사람들을 통해 생소한 문화를 접한다. 그러 인해 생기는 것이 문화 접변이다. 문화접변이란 서로 다른 두 문화체계의 접촉으로 문황소가 전파되어 새로운 양식의 문화로 변화되는 과정이나 그 결과를 말한다. 문화는 진공된 상태에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상황에 의해서 사회적 소산으로 나타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전시회나 공연도 하나의 문화 접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시나 공연은 보여주는 것이기에 일방적 소통이라고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전시나 공연을 본 사람들의 내면에서 어떤 문화접변이 일어나는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예술기행에서는 '닉 나이트'와 '국립현대무용단'이 전하는 문화 예술을 만나고 왔다.




거침없이, 아름답게 <닉나이트 사진전>
닉 나이트 사진전이 열린 대림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사진 전문 미술관을 출발해 현재는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곳이었다. 미술관은 경복궁과 인접한 통의동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어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관광객들이 관람하기에도 좋은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닉 나이트는 과감하고 실험적인 촬영 기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포토그래퍼이다. 사진과 디지털 그래픽 기술의 결합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시도해온 작가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이미지-메이커라 칭하며, 다큐멘터리부터 패션 사진, 디지털 영상에 이르는 넓은 스펙트럼에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해왔다. 또한, 알렉산더 맥퀸, 존 갈리아노, 크리스챤 디올, 입생로랑, 보그 등 세기의 디자이너 및 매거진과 협업프로젝트를 진행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전시는 총 6가지 섹션으로 나눠져 있었다. 다큐멘터리적 시선부터 인종·동물보호 등 사회적 메시지를 포용한 패션 캠페인,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차별화 된 '이미지'로  거침없이 탈바꿈 해온 다양한 닉 나이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였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보다 <스킨헤드>
 닉나이트는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스킨헤드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었다. '스킨헤드'는 짧게 깍은 머리를 뜻하는 말로 1960년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을 가리킨다. 1970년대부터는 그들이 형성한 노동자들의 하위문화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들의 일상에 강하게 매료된 닉 나이트는 그들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자유로운 모습과 솔직한 감정을 사진에 포착했다. 스킨헤드의 거친 모습은 닉 나이트가 자신과 다른 가치관을 지닌 또래들의 패션, 음악, 일상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1982년에는 스킨헤드 문화를 사진집으로 출간해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이는 그가 알렉산더 맥퀸, 톰 포드, 비요크, 레이디 가가 등의 세계의 크리에이터들과 일하게 된 계기가 됐다. 대림미술관에서 최초 공개된 스킨헤드 작품들은 80년대 초 영국 스킨헤드의 거침없는 일상을 체험하며, 일상의 숨겨진 미적 감성을 깨우고 있었다.
 
크리에이터들의 초상을 만나다 <초상사진>
<초상사진> 전시장에서는 디자이너, 모델, 뮤지션 등 세계적 크리에이터들의 초상을 만났다. 아이디(i-D)매거진의 의뢰로 동시대 대표 예술계 인사들의 의상, 특정 표정과 자세 및 움직임 등을 통해 인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독창적인 초상사진 스타일은 닉 나이트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본격적으로 흑백 초상사진 시리즈 사진을 찍으며 패션 포토그래퍼로서 활동하게 된 것이었다.

초상사진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인물들의 사진들이 아이라는 점도 특징적이었다. 고전적인 촬영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표정, 자세, 움직임 및 소품 등을 통해 인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닉나이트의 독창적인 초상사진 스타일을 엿볼 수 있었다. 사족으로 후일담을 말하자면 이 프로젝트는 그가 세계적인 디자인 하우스들의 화보와 캠페인을 찍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고 한다.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다 <디자이너모노그래프>
<디자이너모노그래프>는 전위적 패션 디자이너들과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한 전시관이었다. 패션디자이너 요지 야마모토, 마틴 싯봉, 질 샌더와 오랜 기간 협업하며 여성에 대한 당시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과감히 도전하여 정형화 된 이미지의 변화를 보여준 파격적인 행보를 볼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그다지 파격적으로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그 당시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여성을 상품화의 대상으로 보여주려고만 했던 당시 패션계의 보편적인 시선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세 번째 섹션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다 <페인팅&폴리틱스>
<페인팅&폴리틱스>는 '미'의 전형적 가치관과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닉 나이트는 패션을 일상과 가장 밀접하면서도 파급력이 강한 예술의 한 형태로 여겼다. 그 예로 그는 기존에 금기시되거나 소외되곤 했던 장애, 차별, 폭력, 죽음 등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도발적인 메시지를 패션과 결합한 캠페인을 통해 전달했다.
또한 그는 사진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90년대 초부터 퀸델 페인트 박스와 같은 혁신적인 그래픽 장비를 도입하여 이미지 표현의 가능성을 극대화했다. 세계적인 크리에이터 및 브랜드와의 캠페인 화보를 통해 '미'의 전형적 가치관과 사회적 통념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로 혁신적인 그래픽 장비의 도입해 극대화한 이미지 표현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을 압도했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다 <정물화&케이트>
<정물화 &케이트>는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 표현기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이었다. 정물화의 섬세한 표현 방식을 응용해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허문 작품들과 3D 스캐닝 및 프린팅과 같은 실험적 표현기법을 결합한 조각들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이 섹션에서는 닉 나이트의 자연에 대한 관심과 장르간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만의 정물화를 만들기 위해 잉크가 쉽게 흡수되지 않는 특수 용지를 사용하고 열과 수분을 세심히 조절해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다고 한다. 3D 스캐너로 얻어낸 디지털 데이터는 프린트한 케이트 모스의 사진 조각상은 2차원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인쇄하는 기법을 활용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움직임을 통한 이미지의 확장 가능성을 시도하다 <패션필름>
<패션필름>은 의상의 고유한 내러티브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자 애니메이션, 3D 촬영, 비디오 콜라주 등을 접목한 최근 작품들과, 20여 년간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 온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과의 협업영상이 전시된 곳이었다.
더불어 패션필름을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온라인 플랫폼 '쇼스튜디오'는 패션사진을 영상의 영역으로 확장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변화를 주도하고 패션필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한 닉 나이트만의 실험 정신을 보여줬다. 한편으론 빛 한 점 없는 어두운 공간에 영상물과 작품들만 전시돼 있어 오싹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혼합>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에서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 <혼합>을 만날 수 있었다. 2017년 국립현대무용단의 시즌 개막작 <혼합>은 한국의 아름다운 미(美)와 음악을 세계에 선보이고자 만든 작품으로 동서양 춤과 음악의 조합을 통해 마치 '춤을 듣고, 음악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내면의 울림과 곡선의 미를 가진 한국무용과 외향적이며 직선적인 서양무용은 작품 속에서 해체되고 재조합돼 새로운 하나의 움직임으로 혼합됐다. 이 움직임은 남도민요로부터 아프리카 타악 연주에 이르는 10가지의 음악을 촘촘하게 채우며 과거와 현재를 세밀하게 오고 갔다.
총 10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혼합>은 제각각 다른 장단과 강약을 지닌 동서양의 음악 위에 섬세하고 연속적인 전통춤과 현대적 움직임을 얹어 '눈으로 보는 음악'을 만들어냈다.
<혼합>의 첫 장면은 정통 여자무용수의 '춘앵무'로 시작된다. 춘행무는 1828년 조선시대 순조 때 만들어진 작품으로 효명세자가 어머니의 생신을 위해 만들어낸 독무이다. 봄날 아침에 버드나무 가징서 노래하는 꾂리의 자태를 무용화 한 것으로 화려함과 우아한 아름다움이 뭍어났다. 전통춤경연대회 대통령상을 받은 실력파 김지연 무용수가 추는 춘앵무는 예술 감독인 안성수 안무가 특유의 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정교한 움직임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소화해 냈다. 
두 번째 장면은 보렴이었다. 조선시대 사당패(유랑극단)에 의해 불려진 남도잡가의 한 곡으로 불경의 축원문에서 나오는 말로 시작돼 왕가의 번영을 축원한 노래라고 한다.
세 번째 장면은 양금이다. 양금은 서양의 덜시머(dulcimer)와 챔발로(cembalo) 같은 현악기로 중국을 거쳐 조선 시대 전파된 악기이다. 홍대용의 『담헌서』 소재 』 「악기」에 양금 관련 기사는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양금은 서양으로부터 나왓는데, 중국이 모방하여 사용하였다. 오동나무판에 쇠줄을 달았으니, 그 소리가 쟁쟁하여 멀리서 들으면 종(鐘)·경(鏡)과 같은데, 다만 지나치게 크고 세며, 경바갛고 날리는 소리에 가까워 금이나 슬에 미치지 못함이 심하다. 작은 것은 12현이고 큰 것은 17현이다. 큰 것은 그 소리가 더욱 웅장하고 맑다'
네 번째 장면은 가야금 산조로 서슬 퍼런 칼춤과 한국 전통 현악기의 아름다운 선율의 양면을 보여줬다. 여기서 칼은 양을, 가야금은 음을 의미한다. 사실, 칼춤은 초연 때는 없었다고 한다. 안무에 칼춤은 안상수 감독 특유의 도전성을 엿볼 수 있었다.
다섯 번째 장면은 이어폰을 낀 힙합댄서가 나온다 'Love the way you lie'라는 음악을 들으며 그는 열심히 춤을 췄다. 배경음악으로는 한국 전통음악이 깔렸다. 이어폰으로 새어나오는 음악은 신나는 서양음악이었지만, 그의 몸짓은 관람객들에게는 한국 전통 음악에 맞춰 추는 것과 같이 보였다.
그 외에도 슈만의 피아노사중주와 한국 전통 남창 가곡인 맞춰 춤주는 여자 무용수들과 타악음악에 맞춘 한국무용과 서양무용의 혼합, 무당이 신에게 제물을 바치고 노래와 춤으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제의 등의 장면이 공연됐다. 피날레는 첫 번째 장면에서 춘앵무를 춘 김지연 무용수가 나와 춘앵무의 '창사'를 부르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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