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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 | 연재 [보는 영화 읽는 영화]
맥도날드를 너무나 사랑했던 남자
<파운더>
김경태(2017-05-19 15:05:24)



밀크셰이크 믹서기를 팔기 위해서 전국의 식당을 돌아다니던 52세의 세일즈맨 ‘크록(마이클 키튼)’은 비서로부터 6대를 주문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맥도날드’라는 식당을 찾아간다. 그는 주문한 후 30초 만에 햄버거가 나오는 혁신적인 주방 시스템과 식당을 상징하는 ‘황금아치’에 매료된다. 그는 그 식당을 운영하는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한다. 긴 설득 끝에 어렵게 계약을 체결한 그는 공격적으로 체인점수를 늘려가지만, 원칙주의자인 맥도날드 형제는 그런 그가 달갑지 않다. 수익 구조에 문제가 있어 정작 자신은 빚에 시달리던 크록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에 변화를 주려하자, 맥도날드 형제는 맥도날드의 출발점은 돈이 아니라 가족이라며 반대한다. 다툼이 거듭되자, 그는 독단적인 방식으로 수익을 늘리며 끝내 맥도날드를 완전히 자기 소유로 만든다. 그러나 감독은 그를 돈에 눈이 먼 파렴치한 사업가로 섣불리 재단하지 않는다. 그 말인즉슨, 그의 맥도날드를 향한 집착을 거대 자본을 내세워 이기적으로 확장해가는 기업의 탐욕과 쉽게 동일시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의 욕망은 조금 달라 보인다.

1954년에 맥도날드 형제가 개발한 패스트푸드 개념은 20세기 초에 미국의 ‘테일러’가 고안한 대량 생산을 위한 체제와 공명한다. 그 체제는 각 단위의 작업을 효율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훈련시키는 과학적 경영으로 ‘테일러 방식’이라고 불리며 후에 ‘포드’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 그처럼, 맥도날드 형제는 기존 식당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치며 규격화된 품질의 햄버거를 단시간에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조직화된 주방 시스템을 직접 설계했다. 그 단축된 생산 시간은 분명 그들에게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줬다. 맥도날드의 프랜차이즈화는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하나의 산업화에서 다음 단계의 산업화로의 불가피한 진화일 뿐이다. 즉, 크록과 맥도날드 형제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시대적 패러다임 안에 있었다. 크록이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에게 없는 자질과 그들보다 깊은 애정 덕분이었다.

맥도날드 형제는 앞서 프랜차이즈를 했으나 품질 관리의 어려움으로 실패를 맛봤었다. 그런데 크록은 그들보다 시대를 읽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뛰어났기에 그 문제를 극복해낼 수 있었다. 먼저, 그것은 자신처럼 야심차고 성실한 사람을 불 줄 아는 예리한 눈이었다. 그는 인재를 찾기 위해 그는 부르주아 친구들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식사를 포기하고, 빙고장에서 중산층들과 어울린다. 그리고 여기에 재능보다 앞서는, 거듭되는 실패에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서의 ‘끈기’가 더해진다. 이 모든 자질들은 천생연분을 만나면서 빛을 발한다. 그에게 그 대상은 맥도날드였다.

맥도날드 형제가 주창한 가족 가치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만 했다. 크록이 판매한 것은 단시간에 나오는 맛있는 햄버거뿐만이 아니라 ‘맥도날드’라는 이름과 ‘황금아치’라는 구조물이 주는 친근한 이미지이다. 크록은 바로 그로부터 새로운 가족 가치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 그것은 마치 법원의 위엄이 ‘성조기’로부터, 교회의 신성함이 ‘십자가’로부터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는 프랜차이즈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품뿐만 아니라 이미지도 함께 팔아야 한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것은 그가 애초에 맥도날드를 단순히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 자체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국 그는 맥도날드를 너무 사랑했고 그래서 전국 곳곳에 자랑하고 싶었기에 빼앗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그 사랑은 맥도날드 형제의 그것보다 더 절실했을 것이다. 이것은 그가 자신처럼 열정을 지닌 유부녀 ‘조안(린다 카델리니)’를 빼앗기 위해 아내와 이혼한 사실과 병치된다. 그리하여 우리는 모든 ‘불륜’이 그러하듯, 그를 사업가로서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지언정, 그의 맥도날드를 향한 절대적 사랑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게는 분명 뜨거운 ‘로맨스’였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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