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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 | 연재 [TV토피아]
<윤식당>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박창우(2017-05-19 15:06:36)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을 때마다 ‘자기복제’ 비판에 직면했던 나영석 PD가 새로운 한발을 내딛은 듯 보인다. <신서유기>와 <신혼일기>가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상황에서 나영석 PD의 선택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로의 회귀였다. 그러나 되돌아간 듯 보인 그 한발은 단순한 뒷걸음질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간의 ‘힐링예능’을 한 차원 끌어올린 진화의 한걸음으로 다가온다.

나PD가 새롭게 들고 나온 <윤식당>은 멤버조합이나 이야기 흐름을 놓고 봤을 때, 결코 새롭다고 볼 수 없다. 장사라는 설정을 빼고 나면, <윤식당>은 <꽃보다 00>시리즈와 <삼시세끼>를 적당히 버무린 것처럼 보인다. ‘또’ 라는 비판은 충분히 유효하다.

그런데 반응이 심상치 않다. 시청률은 이미 3회 만에 11%를 돌파했고, 시청자의 평도 긍정적이다.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발리 인근에서는 <윤식당>의 인기에 힘입어 한식당 개업에 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여행과 먹방, 자급자족과 소소한 이야기는 여전히 안방극장 시청자를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라는 걸 <윤식당>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윤식당>의 진짜 승부수는 기존 예능에서 보여준 장사라는 아이템의 틀을 완전히 부쉈다는 데 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편하고 즐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윤식당>만의 독특한 가게운영에서 찾을 수 있다. 윤식당의 오너인 윤여정을 비롯해 신구와 이서진, 그리고 정유미는 프로그램 안에서 음식과 음료를 팔지만, 결코 이윤에 집착하지 않는다.

제작진 역시 이들이 불고기덮밥를 몇 개 팔고, 주스를 몇 잔 팔았는지를 꼼꼼하게 따져가며 보여주는 것에는 그리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신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겪는 심경변화와 소소한 대화, 그리고 음식 맛을 본 손님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는 이들의 순수한 리액션에 초점을 맞춘다.

간간이 장삿속(?)을 드러내는 멤버들의 모습에 폭소가 터지긴 하지만 사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얼마를 남겼느냐’가 아니다. 비록 라면 한 그릇밖에 못 팔았다 하더라도, 누군가 그 라면을 맛있게 먹어주면 그 자체가 이들에겐 보람이고 성공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고 비록 작은 성취라 할지라도 그걸 다 같이 즐기고 나누는 모습. 어쩌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간 알바나 장사 등을 소재로 예능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떠올려보면 <윤식당>의 이런 매력은 더 대단하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그간 예능에서 집중했던 건 멤버 중 누가 얼마를 벌었는지, 그리고 하루 매출이 얼마였는지를 파고들며 심지어 그 결과로 순위를 매겨왔기 때문이다.

물론, <윤식당>은 판타지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창업을 하고 동시에 그 배에 달하는 숫자의 사람들이 폐업신고를 하는 현실에서 <윤식당> 속 모습들은 어딘가 동 떨어진 느낌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취와 당장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청춘들이 인형뽑기에 중독되어 간다는 분석이 흘러나오는 요즘. <윤식당>의 판타지는 허무맹랑한 딴 세상 이야기라기보다는 오히려 조급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괜찮다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따뜻한 위로로 다가온다.

그것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나PD의 ‘자기복제’는 또 한 번 진화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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