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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거침없는 단호박
(2017-08-28 14:27:49)



우리 식구가 기르는 단호박은 포천 어느 할아버지가 오래도록 가꿔왔다는 토종이다. 모양이 마치 럭비공처럼 생긴 이 단호박 자랑을 좀 하겠다. 
먼저 잎 크기가 여러 가지 호박 가운데 가장 넓다. 한 장이 개다리소반만하다. 잎이 넓으니  광합성에서 유리하리라. 이렇게 큰 잎을 지탱하자니 잎자루 역시 짱짱하고 튼튼하다. 잎자루에 촘촘히 나는 솜털은 가시처럼 억세다.    
이 단호박 덩굴이 뻗어가는 모양새를 보면, 마치 사람이 풀숲을 헤치고 나가듯 앞으로 거침없이 나아간다. 여러 풀과 경쟁할 때마다 덩굴손으로 잡아채고, 돌돌 묶고, 잎으로 덮으면서 나아간다. 그러다가 나무라도 있으면 성큼성큼 덩굴손을 뻗어 나무를 오른다.  
잎이 큰 견주어 꽃은 작다. 식물에게 꽃이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니 꽃이 크면 그만큼 에너지를 더 들여야 하리라. 그런 점에서 단호박은 알뜰한 식물이다. 잎은 크고 꽃은 작은 게 한결 돋보이는 때는 비오는 날이다. 꽃이 비를 만나면 낭패다. 한데 단호박은 커다란 잎이 우산이 되어 비를 가려준다. 우리가 심어 기르는 농작물에서 야성이 살아있는 걸 볼 때 우리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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