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7.12 | 연재 [수요포럼]
작은 책방에게 희망을
177회 수요포럼 | 보관에서 유혹의 공간으로
전선영(2017-12-11 13:19:45)



가을을 알리는 보슬비가 내리는 10월의 어느 저녁 열려진 책방 문 사이로 반가운 얼굴이 방문했다. 책방이 이사한지 얼마 되지않았고, 행사 후 어수선했는데 저녁시간에 누군가 찾아와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서였을까?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어머나,선생님!" 소리가 먼저 나왔다.

방문해 준 반가운 이는 괴산 숲 속 작은 책방 김병록 대표님이셨다. 마당 수요포럼에 초대되어 강연차 전주에 오셨는데 예정보다 일찍 도착해 전주의 작은서점들을 몇 군데를 방문하셨다며책방 같이[:가치]에도와주셨다.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시는 백창화, 김병록 대표님 부부와는 2016년 4월 괴산 숲속작은책방에서, 2017년 올해에는국제도서전에서만난 인연이 있다. 부부는  새로운 책방이 생기면 늘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분들이다. 책방 같이[:가치]를 열고 얼마 안 되어 숲속작은책방을 방문했을 때 책방 운영에 필요한 많은 격려와 조언을 받고 큰 힘을 얻었다. 숲속작은책방은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나 서점을 열고 싶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닮고 싶어하는 롤모델이다.먼저 서점을 열었고 안정적으로 터를 다져서 후배 책방지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춘 분들이다.

먼저 방문한 에이커북스토어와유월의 서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책방 운영에 대해 물으셨다.이어 쉽지않은 작은 책방 운영에 대해서도 공감해 주시며 잊지않고 도서구매도 해주셨다.
책방같이[:가치]도 2년차를 넘기며 이런저런 고민이 많이 드는 때인데.대표님과의 만남으로 힘을얻었다.짧은 만남이아쉽고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아 공간 봄으로 향했다.


<보관에서 유혹의 공간으로>의 제목으로 시작한 강연은 숲속작은책방 창업부터 현재까지 책방 운영 이야기와 우리 사회의 독서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비교적 자세히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숲속작은책방은 2014년 충북 괴산 미루마을에 자리잡은 이름처럼 작고 예쁜 가정식 서점이다..숲속작은책방은 책의 아날로그 모습을 보여주며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아니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오게 만드는 공간이 되었다.
서점을 창업하기 전 왜 책을 읽지 않을까?의 고민이 공간의 중요성으로 이어지고 모델을 찾아 유럽의 책공간을 탐방하면서 공간이 문제라는 답을 얻고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연과 가정식 책방, 북스테이가 결합된 숲속작은책방이 탄생한 것이다.
서점 안 각 공간에 맞게 배치한 책들, 북스테이가 가능하고 자연과 함께 책을 읽게 하는 것, 표지를 보이게 하는 전면 배치, 소재와 형태를 통일하여 책을 돋보이게 하는 책장, 다양한 소품 장식, 북큐레이션과 띠지 쓰기는 물론 책방을 찾는 손님들과 대화하며 소통하기 등 다른 서점들과 차별화된 숲속작은책방 만의 노하우와 매력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숲속작은책방을 찾아가는 모든 이가'행복한 소비 의무'로 책을 사고,인연을 맺은많은 이들이 SNS에 제일처럼 홍보를 해주고, 방송과 신문에 소개되고, 인적없는 시골인데도 행사때마다 가득차는 사람들은 그냥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도서관을 운영하던 부부가 도시 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 서점을 창업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간의 부단한 노력이있었기 때문이었다.

독서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데, 아이러니하게도 서점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한다. 2015년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가 출간된 2015년에 부록으로 실었던 책방 수가 70개에서 올해 6월 개정판에 180개로 증가하였고, 퍼니플랜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 작은 서점이 220여 곳이라고 한다. 또한 매일 SNS로 새로운 책방 창업 소식이 올라온다.

전주만 해도 2~3년 사이 조지오웰의 혜안(인문학 서점), 책방 같이[:가치](그림책 전문), 에이커북스토어(독립 출판), 유월의 서점(독립 출판), 북스포즈(책맥), 살림 책방(교회 책방), 두권 책방(무인 서점), 책방 토닥토닥(인문 독립), 책방 놀지(북카페), 서점 카프카(북카페), 잘 익은 언어들(카피라이터 운영)등 작은 서점들이 생겨났다.


인쇄문화가 쇠퇴하고 독서인구는 줄어드는 출판계의 어두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은 서점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대기업도서점 열풍에 동참하여 '리딩 마케팅'을 하고 있다. 책이나 독서에 공간을 덧씌운 '리딩 스페이스 마케팅'인데,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트래블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 등 일상문화를 디자인하는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졌고, 대형 쇼핑몰과 유명 호텔 등에서도 책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힐튼호텔이터널 저니 서점, 코엑스별바당 도서관, 공주 북캠프 등은 현재 가장 핫한트렌드를 이끌며 앞서가는책공간이고, 북스테이가 가능한 서점들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늘고있는작은책방들과는 별개로 엄청난 자본으로 무장한 기업운영 책공간들이깔끔하고 세련된 공간을 만들고 전문적인 서점으로진화하고 있다. 진화는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특색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김병록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지기로서 진화하는 서점 공간의 현재의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책방을 계속해야하는 이유를 찾는다.


숲속작은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은 서점이다.그리고 만3년을 무사히 넘기고 4년차로 접어들고 있다.숲속작은책방을 방문했을 때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로 시작하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낭독해주며 사람을 대하던진심어린주인장 부부의 모습을 보았다.


작은 서점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사람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본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