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18.2 | 연재 [SNS 속 세상]
예술과 기술의 경계 허물기, 기회인가 재앙인가
The Frame
오민정(2018-03-15 10:18:30)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TV
얼마 전, 우연히 페이스 북의 타임라인을 보다가 충격적인 광고를 발견했다. 2017년 국내의 모 기업이 출시한 'The Frame'이라는 TV.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으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을 받은 이 TV는 일명 '공간이 아름다워지는 TV', 'TV와 디지털 아트 디스플레이의 기발한 조합'이라고 불리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받고 있다.


아트모드(Art mode)를 통해 세계적인 작품을 안방에서 만나다
'The Frame'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아트모드'이다. '아트모드'는 TV가 꺼진 후 예술작품에 최적화된 화면을 보여주는 기능으로, 이를 통해 예술작품 혹은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과 이미지를 화면에 띄울 수 있다. 현재 'The Frame'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37명의 작품 100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풍경과 회화, 디지털 아트, 액션 페인팅, 추상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소비자의 취향과 공간의 컨셉에 맞게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더 많은 작품이나 다른 작품을 원할 경우 '아트 스토어'(Art store)를 통해 작품을 유로로 구매 또는 구독을 할 수 있다. '아트 스토어'(Art store)는 현재 오스트리아 ALBERTINA 미술관, Saatchi Art, MAGNUM PHOTOS, Museo del Prado, LUMAS 등 전 세계 7개의 유명 미술관 및 갤러리와 함께하고 있다.


'The Frame'을 출시한 모 기업은 2017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약을 맺고 향후 1년간 진행될 주요 전시회 작품을 선정하여 'The Frame'에 무료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협약으로 'The Frame'은 TV구매자들에게 전시 작품을 사전에 공개함으로써 미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전시업계에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술가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자,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 허물기, 기회인가 재앙인가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며 한편으로 걱정을 떨칠 수 없다. 물론, 'The Frame'의 등장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새로운 지금까지와 다른 예술시장에서의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형성될 새로운 플랫폼이 예술시장을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제품을 통해 일상 속으로 예술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몇몇 유명예술가들의 작품에 대한 개런티만 올리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트스토어에 참여하는 갤러리가 초기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점차 확장된다 하더라도 신진작가들이나 중견예술가들이 작품을 일반인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보다는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탄 기존 작가들의 입지만을 확고하게 해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작년 12월, 국립현대미술관과의 협약으로 'The Frame'을 통해 일부 제공한 '신여성 도착하다'전시의 경우 장우성, 김기창, 이유태, 김중현, 변월룡 등 근대 대표 작가들의 작품으로 이루어진 전시였다. 또한 지난 2017년 인사동에서 열린 유니온 아트페어에 참가한 모 업체가 'The Frame' 20대를 이용하여 작품을 선보이고 함께 구매할 수 있는 자리에 같이 한 작가들은 이미 국내에서 유명한 작가들이었다.

또한 신규시장에서의 구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 몇몇 대기업이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예술시장에서의 새로운 구조도 결국은 대기업과 시장의 논리에 의해 형성된다면 예술유통분야에서까지 대기업의 독과점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새로운 예술시장 플랫폼, 데카르트(Techart) 가전 모델 넘어서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예술시장을 위한 플랫폼은 만들어져야 한다. 기능 뿐 아니라 예술적 요소가 결합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계층인 아티젠이 증가하면서 그에 맞는 제품출시 노력을 하는 기업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것이 예술을 '데카르트(Techart) 가전'의 틀 안에 가두고, 자본에 종속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뿐이다. 예술이 예술로서의 가치로 존중받지 못하고 도구로써 취급받는다면, 과연 예술과 기술의 경계는 과연 허물어 저야 할 것인가. 상품과 예술이 만나더라도 예술의 가치를 도구화 하지 않는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인가. 기업과 소비자, 예술가와 애호가 모두 함께 고민해봐야 할 과제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