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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4 | 연재 [안봉주의 생태사진]
직박구리의 울음소리, 일상의 고요함을 깨우다
도휘정(2018-05-03 10:38:51)



날이 풀리기가 무섭게 조용하던 놀이터가 아이들로 그득하다. 놀이터는 봄이 가장 먼저 오는 곳이다.
차례를 기다리느라 줄이 길게 늘어선 그네 위에도, 콩콩 엉덩방아를 찧는 시소 위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봄처럼 내려앉는다. 세상이 깨어나는 소리다.


놀이터를 채우는 또 하나의 소리, 직박구리 울음소리다.
참새목 직박구리과에 속하는 직박구리는 동네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나라 텃새다.
식물의 열매를 무척 좋아해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는 유해조류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어느 봄날 직박구리가 꽃을 따먹는 모습을 마주하게 되면 그 성정은 순하고 착할 거라고 믿게 되고 만다.


직박구리의 울음소리는 꼭 아이들의 웃음소리 같다.
쉼 없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소리는 품에 안으려면 쏙 빠져나가는 네다섯 살의 장난꾸러기 같고, 높고 곱게 울어대는 소리는 볼을 살짝 꼬집고 싶어지는 예닐곱 살의 새침한 꼬마숙녀 같다.
이런 직박구리에게는 '숲속의 고요함을 깨는 시끄러운 수다쟁이 텃새'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 오늘, 일상의 고요함을 깨는 시끄러운 수다쟁이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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