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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연재 [안봉주의 생태사진]
딱따구리가 떠난 집은 다람쥐의 집이 되었다
도휘정(2018-05-15 09:46:57)



어딘가를 바라보는 것은 마음이 그곳을 가리키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까만 눈을 가진 다람쥐가 바라보는 곳.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봄날, 완주 고덕산에서 다람쥐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무늬다람쥐다.
크기가 작고, 검은 줄무늬와 흰색 계통 줄무늬가 번갈아 나있는 것이 특징이다.
줄무늬다람쥐는 나무도 잘 오르고 수영도 꽤 잘한다는데, 주로 땅에 산다. 새끼도 땅에서 낳는다.
봄철이면 땅속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는데, 숲 속의 많은 위협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나무의 빈 구멍을 찾아 들어간다. 이 구멍은 대개 딱따구리가 뚫어놓은 빈 둥지다.


잠시 뒤 나타난 다람쥐는 두 마리가 함께였다.
두 발에 힘을 꽉 주고, 고개를 바짝 들어 눈을 떼지 않던 그곳. 그곳에 있던 또 다른 다람쥐다.
딱따구리가 떠난 집은 이제 다람쥐의 집이 되었다.
누군가 떠나간 자리에 다시 누군가 들어와 살을 맞대고 부비며 온도를 높여간다.
그렇게 오월의 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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