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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 | 연재 [TV세상]
달달한 드라마 속 하이퍼 리얼리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김다인(2018-05-15 10:38:30)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다른 흔한 드라마같이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그저 그런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회 드라마를 보다보니 내용이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현실적이지 않은 것은 주인공들의 외모뿐이었다.


이 드라마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 극 중 윤진아(손예진)와 서준희(정해인)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누군가의 '진짜 연애' 이야기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설정을 보여주듯 매 회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이것이 현실 연애가 아닐까'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연애를 막 시작한 연인의 모습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보여주고 있다. 진아와 준희가 헤어지기 싫어서 엘리베이터와 현관문을 왔다 갔다 하는 모습, 회사 계단에서 다른 사람들 몰래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 그리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두 사람의 눈빛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이제 연애를 시작한 연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이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연애세포를 깨우는 달달함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있는가 하면 진아의 회사 생활, 전 여친을 괴롭히는 찌질한 남자친구 등과 관련된 장면들은 보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기도 한다. 


극 중 남호균(박혁원)은 진아가 재직 중인 커피 전문 기업의 영업이사이다. 남호균은 본인이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를 진아에게 뒤집어 씌우고 책임을 회피하는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며 게다가 비겁하기까지 한 상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공철구(이화룡)차장은 여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성추행을 하고, 막말과 도를 넘는 행동들을 일삼아 직원들의 기피대상 1호인 인물이다. 특히 공차장이 회식장소인 노래방에서 책상 밑으로 여직원들이 있는 반대편으로 기어가고, 이에 그치지 않고 여직원들의 동의 없이 손을 잡고 끌고나가 춤을 추는 장면들은 직장생활에서 흔한 일로 회식 자리에서의 성희롱 문제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 속에서 그저 참거나 자리를 피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진아의 어정쩡한 대응방식은 직장을 다니는 혹은 다녔던 여성 시청자들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법한 상황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외에도 헤어진 여자친구(윤진아)의 회사, 집으로 찾아오고 이에 그치지 않고 억지로 키스하려는 강압적인 태도들은 요즘 사회 문제의 하나로 인식되는 데이트 폭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일들을 보여주며 극에 긴장감을 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또한 그 속에서 진아와 준희의 '진짜 같은 연애'이야기를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시청자들로 하여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인가, 드라마인가'라는 착각에 들게 하는 것 같다.
처음엔 드라마의 제목만을 보고 '여성은 예뻐야 하고 누나는 밥을 사줘야 하는 거야? 왜 또 이런 제목을 지은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드라마를 보다보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라는 이 제목은 밥을 사달라는 말 속에 준희가 진아에게 고백하는 은유적 의미를 담고, 그리고 진아라는 인물의 여러 가지 고민과 부담을 덜어주려는 방법으로 선택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준희는 진아에게 밥을 얻어먹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도 현실에서도.
드라마 속 주인공인 손예진과 정해인의 외모는 비현실적이지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들의 연애짓과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는 진아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궁금하고 그래서 더 기대되는 드라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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