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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7 | 연재 [수요포럼]
우리가 몰랐던 판소리, 그 흥미로운 세계
판소리에서 찾은 우리 문화이야기
윤희숙(2018-07-13 14:21:14)

남원은예로부터판소리의땅이다. 판소리의중시조이자동편제의창시자인가왕송흥록이태어나고송광록, 송우룡,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안숙선등당대를휘어잡던걸출한명창을배출했으며판소리다섯마당중춘향가와흥부가의배경이될만큼국악인프라가탄탄한지역이다.


"어렸을때는고향에서산다는것이무엇인지고민이많았습니다. '내가사는고장이소리로유명하니까소리에대해서공부를좀해보면좋겠다'는생각으로판소리연구를시작했습니다"


남원에서나고자라서일하는곳도남원인평생을남원에서만살아온토박이김용근소장(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 1986년공무원이된이후 30여년동안남원땅곳곳에발품을팔며판소리를조사하고수집해왔다. 그것은어쩌면지극히자연스러운일이아닐까싶다. 
지리산에인접한마을이약 860여개. 30년동안, 한마을마다각각열번걸음을마다하지않았다. 그곳에사는노인들중만나지않은분이없을정도로발품을팔았다. 원래판소리연구를위해자료를수집하고구전자원을찾아다녔으나그가관심을가졌던분야는판소리속에감추어진소리꾼들의삶과그시대서민들이살아가는모습과방식이었다. 이번강연주제는분명판소리였는데끝날무렵생각해보니영낙없는민중생활사강의였다.


착한청국장이착한사람을만든다
김용근소장이그가처음꺼낸화두는'청국장론'. 조상들은청국장이라는음식을통해마을공동체문화를유지하고가정의평화를지켜냈다고한다.
"청국장에서가장중요한재료는무엇일까요? 거의 100% 사람들은'콩'이라고하죠. 제가우리할머니들조사하면콩이라고말씀하신분이한명도없어요"청국장의 99%가콩인데콩이중요하지않다니! "청국장을만드는것은볏짚속에있는바실러스균입니다. 콩은그냥재료일뿐입니다"그의청국장론은'볏짚속발효균이청국장을만드는데균이착해야청국장이잘되고착한음식을먹어서다시사람들이착해진다'며'음식이약이고한마을공동체가몇백년을깨어지지않고유지될수있었던건착한음식을먹어서사람이착해졌기때문'이라고말한다. 그래서청국장을만드는데쓰는볏짚이마을공동체에서는그만큼중요하다. 섣달그믐날마을주민이다모여투표를통해일년동안가장착하게산사람으로그해청국장논을지을사람을정한다. 마을집집마다모두청국장띄울때는청국장논에서나온볏짚을쓴다. 정성은볏짚에서끝나지않는다. 보름날시어머니와며느리가박자를맞추는다듬이방망이질은안방에띄운청국장발효를돕고고부간화해를도와가정을평화를지켜주는일등공신이다.
음식과관련한얘기는또있다. 여자들이시집을오면택호를얻는다보통친정동네이름을붙여서무슨무슨댁이라고부르는데"소리꾼이일정기간지나서명창이되면자기세계를완성하죠그러면'제'라는게생겨요크게는동편제서편제가있고더늠이생기면'제'라는게생겨요"김용근소장은며느리가택호를얻는것을판소리와비슷하다고말한다. "택호는소리꾼이수십년동안득음을과정을거쳐명창이돼자기제를얻듯이시집온며느리도음식솜씨로택호를얻는거죠. 득음을하듯음식에더늠을했을때이웃들이인정해주는게택호를얻는거예요"이런과정을통해대대로물려온시댁의음식맛은며느리친정음식맛이더해지며집안음식에제대로맛이들었다고한다. 반면자기택호를얻지돌아가시는분도택호를얻지못했다해서이사를가는사람도있었다한다.


소리꾼들은어떻게오래살수있었을까?
조선시대평균수명이 40-45세, 보통명창들은 50-60세인데그가 200명넘게조사한소리꾼평균수명은 63세였다. "그러면엄청나게오래산거잖아요"가난하고천대받았던 8천민중일곱번째가백정이고백정집에가서돈을받고무당노릇을하는소리꾼은최하위천민대접을받았다. 사회적으로신분도낮고스트레스도많은데어떻게그리오래살수있었을까? 여러가지이유가있겠지만"소리꾼들은소리를통해오장육부를다스리고자연을거스르지않는삶을살았기때문에가능한일이었다"고말한다. "독학으로성공한소리꾼을길러내려면스승, 이빨관리, 경제여건 3합이맞아야해요. 이빨이없으면소리를할수가없어요"명창들이건강한이빨을위해필수적으로활용한것은소금가루와숯가루였다. 이처럼그들이갖고있는건강에대한민방은무궁무진하다. 우리가아는판소리는'소리꾼과고수청중이무대에서노래하는것'말고는알수가없다. 그세계는별천지와같다"그들은통혼을해요벼슬도자기들끼리해요너는감찰, 너는의원, 너는왕그래서통편제를창시한송흥록은가왕그제자는감찰, 장제백선생은선달, 자기들끼리벼슬을주는거예요"소리꾼세계의그들만의것이었다. "의원이못고치는병이있어요약도듣지않고그러면마지막으로소리꾼의원한테물어봐요조선팔도비기와민방정보를가지고있는데여기에없는병은결국못낫는거예요"소리꾼이소리만하는게아니었다. 어느곳에서는소리꾼을불러굿을하기도했다. 김소장은조선시대창극사에기록되어있는소리꾼들의후손들을거의다찾아냈다. 그들을통해'소리보감'에대해들을수있었다. '소리보감'은전국방방곡곡을다니며얻은의료비책이상세하게적혀있는기록이다.
과거소리꾼은천민중의상천민이었다. 소리꾼들의뿌리를찾아가다보면최종적으로만나는이들이바로후손들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거의모든후손들이조상들의소리꾼으로산삶자체를인정하지않았어요어떤놈이우리집안을파고다니냐며경찰서에신고해서잡혀가기도했어요"지금, 소리꾼은최고의예술인으로대접받는다. 이런시류를반영한듯요즘에는오히려후손들이족보나자료를챙겨와서자기조상을부탁하기도한다. 그들의구술과자료를통해알려지지않았던소리꾼들세계를들여다볼수있었다. 동편제창시자인송흥록의직계 6대후손을만나기록을찾기위해매주주말마다남원과수원사이를 84차례찾아다닌김용근소장의정성이눈물겹다. 짐작컨대잔뜩경계하는후손들에게소중한자료와정보를얻을수있었던건순전히그의노력때문이었을것이다.


소리꾼은정보메신저
규장각에있는조선시대풍속화하나가그시대소리꾼의위상과소리판의속살을보여준다. "이그림이뭡니까? 조선시대평양능라도에서모흥갑이라는명창이평양감사부임을축하하기위해소리판을벌이는겁니다"그림은명창과고수청중이있고엿장수도보이는평범한소리판이다. 그런데자세히보면소리를감상하는청중들속에무언가를적고있는사람이있다. "소리꾼은조선팔도를돌아다니며각고을의사정과소문을다듣고그정보를소리판에서풀어냅니다. 어느고을현감놈이한해가들었는데도세금을많이거둬들이더라~ 또어떤놈은소금을도둑질해먹었다."착한여론나쁜여론을이자리에서이야기한다. 실제로공연중판소리는 40%도안한다. 나머지는그냥재미있는이야기보따리를풀어놓는거다. 청중속정부관리는이런정보를기록해조사후문제가있는고을에암행어사를파견한다. 그래서고을원님들이제일무서워한인물이바로소리꾼이었다. 그뿐아니었다교통통신이발달되지않았던시대, 한고을이특산물이조선팔도에퍼지는일이비일비재하다. "남원추어탕이평양에서유명해요남원의소리꾼이평양가서추어탕을한거지요"후손들의입을통해전해지는사실이다.


사라져버린전통북을찾아서
판소리를하려면북이있어야한다, 유명한소리선생에게는늘제자들이넘쳐난다. 소리꾼들은각자의북을가지고있다. 소리를통해'제'를얻은선생은자신의소리왕국을이어갈후계자를북을통해은밀하게정한다. 미리공개해버리면나머지제자들이떠나기때문이다. "북은본래소리꾼의성음에맞도록맞추어서씁니다. 그래서북을누가만드느냐하면바로'귀명창'이만듭니다". "북을주문하면최소 1년 6개월정도는걸립니다"그사이소리꾼의상청중청하청에맞게소나무의두께부터스피커역할을하는스크루만드는법까지정한다. 모든과정이소리꾼의소리에맞추어야하니북이완성되는동안작업장을적어도 10번이상은찾아와소리꾼과북의합을맞추어야한다. 북제작과정에선생은마치집지을때상량문을적듯이미리점지해둔제자의북통안에'몇년몇월며칠아무개를내수제자로삼는다'고적는다.
북은고수가치지만그북은소리꾼의것이다. 그래서어디공연을가게되면고수는미리소리꾼집에들러북을메고가고공연후다시그집에북을가져다주어야한다. "그래서생긴말이'고수설움'이라는말입니다. 소리꾼보다돈을적게벌고덜유명해서서러운게아니고소리꾼의북을꼭챙겨야하는관습에서유래된말입니다."이런고생을위로하듯'일고수이명창'이란말이생긴건아닐까생각이들었다.
요즘흔히보는북은우리전통북이아니다. 문헌이나옛그림근대시대소리판사진을보면"우리전통북의특징은북통이통나무를잘라속을파낸통북이고, 북가죽한가운데와띠에태극문양이있고국화문양비호가있어요. 그런데요즘북은판자를붙여통을만들고태극문양도사라지고없다국화문양의비호대신동그란모양을쓰는데전통북에서는절대볼수없는거예요."지금우리가흔히쓰는것은일제강점기때들여온일본사람들방식의북이다. 전통북은최소 1년 6개월이걸리는데지금북은나무를기계로깍고외국인노동자의손으로심지어중국에서만들어오기도한다.
김용근소장은사라졌던전통북제작전과정을복원했다. "좋은소가죽을얻기위해과거소리꾼은소잡는잔칫집에서돈을안받고소리를해줬어요."요즘에는도축장인부들에게가죽값에웃돈을얹어줘야질좋은가죽을얻을수있다. 털과지방제거를위해냄새가고약한닭똥과소금을섞어뒤엄자리에덮어두었고무두질로가죽두께를조절한다. 가죽두께역시소리꾼의성음에맞춰조절해야한다. 북통의좀을없애기위해서는사약으로쓰는위험한할미꽃뿌리를넣고증기에찌고말리는과정을거친다. 통에삼베와한지등을입힌후비로소가죽을씌우고두께가고른지는가죽위에쌀이나깨같은곡식을올려놓고구슬을떨어뜨려고르게퍼지면잘된거라확인했다. 김소장은이런지난한과정을거쳐우리전통북을완성했다.


판소리는공동체氣다스름놀이
김용근소장이가장많은시간을할애한것은판소리와가락, 추임새를음양오행과오장육부의원리로풀어내는설이었다. 오장육부의기를서로통하게해주는소리판에서는다섯가지의오행소리를바탕으로청중이추임새로내는기와소리꾼이창으로내는기가북소리의파장에실려오고간다는것이다. 소리꾼의같은소리에청중들이각기다른추임새를내는이유는각자자신의몸상태에따른답을하기때문이라는주장이다. 하지만안타깝게도그이론을이해하기에용어가낯설고그분야에너무문외한이라안에담기어려웠다. 다만판소리를듣거나풍물가락을들으면나도모르게몸이반응하는걸느낀적이많은데아마그런현상이소리나가락을통해기를다스르는것이아닐까짐작만할뿐이다.
이번강좌는손가락끝에살짝찍어맛만본정도다. 30년이넘는세월동안그가쌓아온우리문화에대한방대한자료와지식은감히가늠할수없을정도라는걸알수있었다. 소중한자료들이전문적인연구와해석을통해전통을올바르게알고계승발전시킬수있기를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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