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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 | 연재 [SNS 속 세상]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가는 SNS
SNS 브랜드 팬덤
오민정(2018-12-31 11:29:53)

얼마 전, SNS를 보다가 눈길이 가는 팬시용품을 발견했다. 배달의 민족에서 만든 포스트잇으로 된 2019년 달력이었는데, 사려고 들어갔더니 벌써 품절이어서 아쉬움에 저절로 신음이 나왔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까지 필요한 물품은 아니었지만(내가 정말 365장의 포스트잇을 일 년 동안 꼬박꼬박 쓰는 극도의 성실함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이 소식을 더 빨리 보지 못했다는 것과 나 말고도 이런 걸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에 묘한 경쟁심이 불타올랐다. 결국 나는 그날, 기어코 상품에 대한 재입고 문의를 게시판에 올렸다.


'SNS 시대의 비틀즈', 방탄소년단
SNS는 요즘 마케팅에서 빠질 수 없는 도구이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하고 해당 브랜드 콘텐츠에  참여하게 한다. 언젠가 '방탄소년단'을 기획한 방시혁 대표가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SNS 덕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방탄소년단의 유튜브 리액션 비디오는 전 세계 팬들을 연결한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방탄소년단은 2013년에 시작해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방탄소년단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방탄밤', 멤버별로 계정이 있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페이스 북을 통해 현재까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방탄소년단은 'SNS 시대의 비틀즈'라고 까지 불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SNS 소통을 통해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파트너'로서 더욱 굳건한 팬덤을 형성했다.


기업서포터즈가 아닌 팬클럽, '배짱이'
비단 아이돌 그룹 뿐만이 아니다. 국내에도 SNS를 통해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한 사례들이 있다. 하도 많이 언급되어 식상할 수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배달의 민족'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류승룡이 호기롭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를 외칠 때만 해도 사람들은 재미있는 광고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배달의 민족의 광고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OO아,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치킨은 살 안쪄요, 살은 내가 쪄요.', '시작이 반반이다' 등의 카피는 수없이 온·오프라인에서 회자되었다. 실제로 옥외 광고물로도 제작되었던 이 카피들은 다름 아닌 '배민신춘문예'의 당선작이다. '배민신춘문예'는 '배달의 민족'에서 매년 개최하는 음식과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짧은 시 공모전으로, 4회째를 맞이한 올해는 출품작만 12만 3천편이 넘었다.


'배달의 민족'은 심지어 팬클럽까지 창단했는데, 바로 '배짱이'이다. '배달의 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가진 '배짱이'는 단순한 기업 서포터즈가 아니다. 배달의 민족 홍보뿐 아니라 배민문방구의 상품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한다. 배민문방구 제품의 20%할인과 소소하고 다양한 모임 외에 딱히 엄청난 금전적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배짱이 모집에는 3,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SNS, 팬에게 권력을 이양하다
방탄소년단과 배달의 민족 사례와 같이 이제 SNS는 홍보에 소통을 더해,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문득 궁금증이 든다. SNS를 통한 소통이 대체 어땠길래 이렇게 팬덤까지 형성하게 된 걸까? 그 전에 운영했던 기업 서포터즈들과는 도대체 무엇이 달랐던 것 일까.


방탄소년단과 배달의 민족은 소비자(팬)가 해당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어주고 싶은' 사례다. 물론, 이런 결과에는 두 브랜드의 기저에 깔린 문화적 취향이 매우 유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두 사례에서 SNS를 통해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은 소비자(팬)이 만드는 브랜드의 힘이었다. 방탄소년단과 배달의 민족의 사례에서 소비자(팬)들은 기존과 같이 단순하게 주어진 문화콘텐츠만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시간과 자본을 들여가며 그들의 리액션 비디오를 만들고, 재미있는 영상을 모아 재생산했으며, 소비자주도의 광고와 상품개발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성공의 이면에는 SNS가 있었다. 물론, SNS만이 이 성공의 모든 것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이러한 사례를 볼 때, SNS를 통한 소통과 커뮤니티의 형성, 공유의 힘은 기존의 생산자(공급자)중심의 문화소비를 넘어 소비자(팬, 참여자)중심의 새로운 문화와 콘텐츠를 이끄는 큰 원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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