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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6 | 연재 [수요포럼]
독립서점, 제대로 꿈꾸는 방법을 묻다
서점의 미래를 고민하는 책과사회연구소 백원근 대표
임주아(2019-06-18 10:52:40)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소장은 서점이 생존할만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고 목소리를 냈다. 2004년 도서정가제를 강화해 무한 할인 경쟁을 멈추고 오프라인 서점이 조금이나마 숨구멍을 트는 데 역할한 것은 그의 대표적인 이력이다. 또한 20년간 독서실태조사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국민들의 독서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게 됐고, 그 정보와 경험을 바탕으로 출판계와 서점계의 미래와 방향을 진단하는 견인차가 됐다. 서울시 지역 서점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내공을 살려 경기도 지역 서점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활동 중인 그는 전국 최초로 경기도에 서점 상품권을 만들었다. 서점의 날과 책의 해가 지정된 것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출판학회 이사, 일본출판학회 정회원, 서울도서관 네트워크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쓴 책으로 <출판사전>, <번역출판>, <한국출판산업사>, <세계문학론> 등이 있으며, 번역한 책으로 <서점은 죽지 않는다> <책의 소리를 들어라> 등이 있다. 일간지에 출판과 서점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책방 대표들과 서점창업학교를 기획하는 등 그의 뾰족한 활약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한 마디로 책방은 책 장사입니다
우아한 공간에서 책 놓고 그렇게 해서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냉혹한 경쟁 속에서 책을 파느냐 마느냐 하는 건데
장사 경험 없이 장사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입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직간접적인 경험이 축적돼야 합니다"


칡즙 파는 카페, 참고서 없는 서점
"장사하는 사람은 내가 팔고 싶은 것보다 팔리는걸 팔죠. 예컨대 운치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팔지, 난 칡즙을 좋아하니까 칡즙만 내서 팔 거야, 하는 주인은 없을 거예요. 비유하자면 독립서점은 칡즙만 파는 카페인 거예요. 주인만의 확고한 취향과 고집이 있는."


그는 독립서점을 3개 유형으로 구분했다. 먼저 '독립출판물'만을 취급하는 서점을 말한다. 독립출판물은 책의 바코드 역할을 하는 국제도서표준번호 ISBN이 없는 책을 말하는데 들여다보면 '이런 책도 팔릴 수 있을까?' 싶게 사적이고 자기 기념적인 내용부터 예상치 못한 테마와 전문 지식을 갖춘 책까지 전방위적이고 폭이 넓다. 이런 독립출판물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서점이 전국에 꽤 있는데 이를 독립서점이라 부르는 측면이 있다.


도서정가제 강화 이후 바뀐 서점 지도
국내 서점 정보 공유 업체 '퍼니플랜'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독립서점 폐업률은 15%였다. 다른 자영업 분야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실제 창업으로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독서 인구 감소로 출판시장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대형서점마저 생존이 쉽지 않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상황에서도 독립서점 창업자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14년 도서정가제 강화 이후 지금까지 500여 곳이 생겼어요. 편의점이 10000개, 20000개라 500개라는 숫자는 많은 게 아니지만 우리나라 전체서점 숫자가 2100개 안팎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축에 속하죠."


도서정가제는 책 소매가격을 일정 비율 이상으로 할인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정가에서 최대 10%만 할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온라인 서점에서만 10%할인이 허용됐으나 2007년 10월 관련 규칙 개정으로 오프라인서점에도 동일 할인율이 허용됐다. 2014년 11월부터는 신·구간 할인율 15% 제한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개정도서정가제가 시행됐다. 개정 도서정가제는 당초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017년 8월 출판·서점 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에 따라 오는 2020년 11월까지 연장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오프라인서점을 성장시킬 수 있는 사회 경제적인,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엄청난 차별, 이런 것들이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이걸 고쳐야 하는데 어쨌든 현재까지는 그나마 상당히 많이 할인제한을 해서 효과를 거뒀기 때문에 독립서점들이 조금은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작정 뛰어들기엔 너무 뚜렷한 한계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은 걸까?


"음식의 경우엔 셰프에 따라 맛이 다 다르잖아요. 그런데 책은 누가 팔든지 똑같은 상품인 거예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15%의 직간접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바보가 아니면 오프라인서점에서 사지 않죠."


오프라인서점도 법적으로 10% 할인이 가능하지만 효용성이 없다. 공급률이 낮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서점들은 정가 60%에 납품이 된다. 그럼 40%라는 자기 마진 안에서 15% 직간접 할인을 쓰고도 25%가 남는다. 그런데 오프라인 서점에는 처음부터 납품되는 가격, 즉 출판사 공급률이 60%가 아니다. 70%, 75%까지 오른다. 그러면 이십몇 퍼센트를 갖고 할인까지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연 매출이 2억 원 정도는 돼야 해요. 이익률을 25%로 감안하면 5000만 원이 나옵니다. 임대료와 관리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략 5000만 원 정도는 떨어지는 게 있어야 유지가 되죠. 그렇게 해서 작년의 평균 정가, 17000원 x 마진율 0.25 x 하루에 33권씩 팔아서 365일을 채워야 5100만 원 정도가 내 손에 떨어지는 겁니다. 하루에 33권의책을 판다, 쉬울 거 같으세요, 어려울 거 같으세요?"


그는 "대개 책을 좋아하는 30~40대 창업자들이 많은편인데, 특이하게 서점 관련 경험을 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드는 이들이 많다"라며 "책을 좋아하면 좋은 독자로 남아야 하고 손님을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라고 전했다.


"한 마디로 책방은 책 장사입니다. 우아한 공간에서 책 놓고 그렇게 해서 운영의 지속 가능성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굉장히 냉혹한경쟁 속에서 책을 파느냐 마느냐 하는 건데 장사경험 없이 장사한다고 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입니다. 어떤 식으로든지 직간접적인 경험이 축적돼야 합니다."


스스로 대안을 만드는 독립서점들
"한 독립서점에서 정기구독을 하고 있습니다. 1년에 24만 원을 선불로 내면 매달 단행본 한 권이 집으로 와요. 재미있는 소설로 보내 달라는 옵션을 걸었죠."


그는 "12개월 동안 2만 원 정도가 매달 지출하는데 책값은 대개 16000원~17000원 정도"라며 "몇천 원은 독립서점에서 책 큐레이션 하는 비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서점은 고객의 니즈를 따라 계속 움직여야 한다. 이제 큐레이션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서비스의 줄기가 되어 다양한 기획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강력한 수입원은 대개 기관 납품에서 나온다.


"제가 아는 한 독립서점은 도서관에 책을 납품해서 연매출 7000만원을 올렸어요. 서점으로서는 엄청난 매출입니다. 7000만 원어치 책을 파는 일 정말 쉽지 않죠. 학교 도서관들도 지역 서점하고 함께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서 지역 주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좋겠어요. 지자체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나서주면 되는 일이에요."


결국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동력은 책방 주인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한다. 그는 "스스로가 자기 전문성에 기반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기획에 대한 상당한 열정과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다"라며 "서점에서 누릴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독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점이 어렵다고 하는데 어렵지 않은 업종이 있나 싶습니다. 책이 안 팔린다는 것,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좀더 짜내면 좋지 않을까요. 결국 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니까요. 책과 사람이 있는 한 서점은 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강연을 들으며 "서점은 이제 대안을 만드는 솔루션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커뮤니티의 힘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게 했다. 어떤 의지도 대안보다 강력할 순 없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 이제 독립서점은 스스로 강력한 틈을 만들어 사람을 불러모으고, 매력적인 대안을 찾아 이 구역의 유일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럼 이제 무엇부터 시작할까? 답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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