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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9 | 연재 [권하는 책]
시인의 산문
이휘현(2019-09-17 11:37:40)

시인의 언어는 곧 신의 언어다. 터키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은 시인을

신이 말을 걸어 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들은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도 수많은 날을 지새운다.

신의 말에 보다 완벽히 귀를 기울이기 위해 시를 쓰기 전 목욕재계를 하는 시인도 있다.

그런 결벽에 가까운 고민이 담기기에 시인의 언어는 아름답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아름답고 의미심장하다.


단어 하나를 새기는 데도 목숨을 거는 이들. 그래서 시인이 쓴 산문은 다른 어떤 산문보다

섬세하고 특별하다. 과히 아름다운 글의 향연에 독자는 행복하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류시화 (지은이) / 더숲 / 2017-02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후 류시화 특유의 울림과 시선을 담은 산문집이다. 삶과 인간을 이해해 나가는 51편의 산문을 묶었다. 여기에 실린 ‘마음이 담긴 길’, ‘퀘렌시아’, ‘찻잔 속 파리’,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는 이유’, ‘혼자 걷는 길은 없다’, ‘마음은 이야기꾼’, ‘장소는 쉽게 속살을 보여 주지 않는다’ 등 여러 글들은 페이스북에서 수만 명의 독자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미사여구를 배제하고 언어의 낭비 없이 담백하게 써 내려간 글들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농사짓는 시인 박형진의 연장 부리던 이야기 - 조선 농기구 산필
박형진 (지은이), 황헌만, 농업박물관 (사진) / 열화당 / 2015-12

저자 박형진은 농사 현장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농기구들 안에 깃들어 있는 가치를 들려준다. 농사를 지으며 사용해 본 경험을 토대로 각 농기구들의 유래와 크기, 재료, 사용법 등은 물론 직접 농기구를 만들고 수리하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연장들을 널리 사용하던 시대의 생활상, 그리고 선조들의 지혜와 인정까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또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유용한 생활 도구들도 소개하고 있다.



당신의 사물들 - 사물을 대하는 네 가지 감각
김행숙, 문정희, 성미정, 신현림 외 45명 (지은이) / 한겨레출판 / 2015-05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여성 시인 49명이 마음이 닿은 사물에 대해 쓴 산문집. 남성 시인 51명과 여성 시인 이원이 참여했던 <시인의 사물들>이 ‘사물’을 통해 시인의 삶, 시선, 세계, 축적, 욕망을 엿보았다면 <당신의 사물들>에서 49명의 여성 시인들은 각자가 편애하는 ‘사물’의 안과 밖을 서성이며 그 안에 고여 있는 말을 꺼내어 사물과 마주했던 사소하지만 각별한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 담긴 49개의 사물은 ‘느끼다’, ‘보다’, ‘듣다’, ‘만지다’의 네 가지 감각으로 나뉘어 어떻게도 잊을 수 없었던 기억의 한 시절을 붙잡아 조심스레 들어올린다.



박성우 시인의 창문 엽서
박성우 (지은이) / 창비 / 2015-11

박성우 시인이 작업실 창가에 앉아 일년 남짓한 시간 동안 ‘시인의 순정’을 담은 사진엽서를 보내왔다. 엽서에는 작업실이 있는 전북 정읍시 산내면 수침동(종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인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담겨 있다. 시인은 순박한 사람들이 어떻게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일궈 살아가는지, 그 안에 쿡쿡 웃음이 나고 가슴이 저릿한 사연들이 얼마나 많고 또 소중한지를 과장되지 않은 진솔한 언어들로 꾹꾹 눌러 썼다. 아름다운 사계와 숨어 있는 들꽃, 사람들의 꾸밈없는 표정과 주름진 할매들의 손길이 참으로 따스하다.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허수경 (지은이) / 난다 / 2018-08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2003년 2월에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다. 제목을 바꾸고 글의 넣음새와 책의 만듦새를 달리하여 15년 만에 다시 출간하게 된 것은 시인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산문집은 시인이 쓴 총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과 우리 사람과 우리 시를 그토록 뼈저리게 사랑했던 시인이 이 땅을 떠나 막막한 독일땅에 혼자 던져지게 되면서 제 안에 고이게 된 이야기들을 특유의 시와 같은 사유로 풀어놓고 있다.



잘 왔어 우리 딸 - 나는 이렇게 은재아빠가 되었다
서효인 (지은이) / 난다 / 2014-07

서효인이라는 시인이 있다. 1981년 광주에서 태어나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두 권을 낸 바 있다.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가 산문집을 냈다. 제목은 <잘 왔어 우리 딸>. 이 책은 시인 효인이 다운 소녀 은재를 얻고 진짜배기 남편이자 아빠가 되어가는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낸 책이다. 서효인 시인의 딸 은재는 스물한 번째 염색체가 보통 사람들보다 하나 더 많다. 이를 우리는 다운증후군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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