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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 | 연재 [SNS 속 세상]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
관광산업 부흥의 이면
오민정(2020-12-03 11:31:36)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때

같이 일하던 동료가 얼마 전 결혼을 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5월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미뤘다가 다행히 지난 주말에 무사히 결혼식을 치렀던 것이다. 다른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며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행에 대한 이야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다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통제되자 베네치아 운하가 맑아졌다는 등의 뉴스를 접했던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누군가 던진 ‘코로나19가 끝나면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다들 눈을 빛내며 ‘세부’, ‘이탈리아’ 등을 외쳤다. 



관광산업’이 없는 세계
지난해 이맘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해외여행 ‘강제 동결’이 시행된 지금, 우리는 ‘코로나 19가 끝나면 어디로 갈 것인지’를 꿈꾼다. 물론, 위에서처럼 호기롭게 해외 여행지들을 외치지만 실상 그 꿈은 적어도 2년~5년 후, 어쩌면 10년 후쯤의 미래가 될 것임을 짐작하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하더라도 손쉽게 해외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이코노미’석의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측 때문일 것이다. 입국자들의 검사와 공항방역비용, 이주 동안의 격리기간 비용을 여행객 대신 흔쾌히 지불하는 나라는 없을 테니 그 비용은 고스란히 비행기 티켓 값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은 변함이 없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통제되자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졌고, 물고기와 돌고래가 돌아왔다는 등의 기사를 보면서도 인스타그램에는 지난 해외여행지의 추억들을 소환하며 위기가 끝나면 어디에 가고 싶은지 리스트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다. 또한 항공기를 국내 상공에서 운행하는 여행상품을 소개하며 기발한 아이디어(혹은 황당하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라고 칭찬한다. 물론 그 여행상품 출시의 이면에는 일정 횟수 운항기록을 채워야만 유지되는 항공운항면허와 관광산업의 축소로 인한 엄청난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워보고자 하는 눈물겨운 노력이 있었겠지만. 실제로 며칠 전 열린 ‘관광산업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줄도산 위기라는 업계의 호소와 함께 ‘팬데믹 프리 여권’, ‘디지털 면역 여권’ 등의 정책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의 도입이 과연 업계의 예상처럼 위기의 돌파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각국의 경제가 관광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의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관광산업(특히 해외관광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외부 변화에 국가의 경제를 예속시켰다.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한 지금까지의 관광산업 이면에 있었던 환경문제나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과 같은 문제를 간과한 채 이렇게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가도 되는 것일까?


관광산업 부흥의 이면_오버투어리즘과 베니스화, 환경파괴
관광산업의 가장 흔한 문제이자 최근 언론에서도 많이 부각됐던 문제는 바로 ‘오버투어리즘’일 것이다. 오버투어리즘이란 관광지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것이다. 이러한 오버투어리즘이 심화되면 베니스화(Venetianisation) 현상으로 이어진다. 베니스화 현상은 주민들이 떠난 자리를 관광객이 차지하는 도시 공동화 현상을 의미한다. 베니스나 파리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인기 있는 소도시들도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관광산업으로 인해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은 물론이거니와 주민들조차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게 됨으로써 관광산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적개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관광으로 인한 무분별한 환경파괴도 심각한 문제로 늘 꼽혀왔다. 최근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전보다 관심을 보이면서 ‘친환경적’인 여행상품이 늘어났지만 실제 그 여행상품의 대다수는 SNS에서 광고하는 것만큼 친환경적이지 않았다. 여전히 관광이라는 명목 아래 대가 없이 자연환경을 훼손해 왔으며, 그 대안으로 제시됐던 엘리트 관광모델도 코로나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게 됐다.



파괴적인 관광산업의 구조를 개편하기
오버투어리즘과 베니스화, 환경파괴를 얘기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역설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도시와 환경을 얘기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불편하다. 아마도 언젠가 신문지상에서 봤던, 올해 전 세계적으로 관광업에서 1억 2,0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는 어마어마한 추정치와 여행업에 종사하다가 실직 후 배달업에 종사하는 지인의 얼굴의 얼굴이 어른거려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까지의 파괴적인 관광산업의 구조 대신 다른 가능성을 고민할 기회를 얻게 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파괴적이지만 오히려 그로인해 파괴적인 우리의 관광산업-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자원을 쥐어짜냈던-에 대한 구조개편을 통해 이제는 지역주민의 수요에 기반 한 관광상품의 개발과 환경파괴•문화훼손방지와 거주민 생활침해 방지 등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 고민과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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