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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9 | 연재 [로마의 향기, 바티칸의 숨결]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 비결
이백만 전 주교황청 한국 대사(2021-09-10 10:09:28)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기 비결

이백만 주교황청 한국 대사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신비스러운 지도자입니다. 가는 곳마다 구름 인파가 몰려들 정도로 대중 스타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가 하면, 어떤 수도자도 따라갈 없는 구도의 경지에 올라 있고, 어떤 정치 지도자도 갖지 못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체 어떤 분이신가? 시쳇말로 인기의 비결이 무엇일까. 종교와 관계없이, 인종이나 민족과 관계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보고 열광하는데 과연 그분은 어떤 인간적 매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언론인 출신답게 기자의 눈과 촉으로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쳤습니다. ! 이래서 프란치스코 교황이구나! 상징적인 내용 가지를 소개합니다,


저를 가장 놀라게 것은 교황의 거처와 식당입니다. 바티칸에는 사도궁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청와대와 정부청사가 함께 있는 건물입니다. 이곳에는 교황 전용의 관저가 있습니다. 청와대 안의 대통령 관저와 같습니다. 교황 관저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대단한 공간이겠거니 하는 상상만 해보았습니다. 세계 13 신자들을 거느린 가톨릭의 수장이고 한때 세상(유럽) 호령했던 교황이 거처하는 곳인데, 일반인들로서는 구경하기도 어려운 아니겠습니까. 참여정부 시절 제가 청와대에서 홍보 수석을 대통령 관저에 자주 가보았지만, 그곳은 정말 여러 가지 면에서 특별한 공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궁 관저에 살기를 거부한 최초의 교황입니다. 대신 바티칸 사제들의 공동숙소(기숙사) 산타 마르타 하우스를 택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관저를 비워놓은 일반 사제들과 똑같은 방에서 자고 똑같은 식당(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산타 마르타 하우스에 빈방이 생기면 외부인(바티칸에 출장 외국 사제) 투숙할 있고 구내식당은 저와 같은 일반인도 이용할 있습니다. 교황은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저는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아닐까 하고! 사도궁의 관저는 그야말로 구중궁궐이어서 바티칸 사제들도 출입이 쉽지 않았다 합니다. 그러나 산타 마르타 하우스는 완전 다른 세상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구내경당에서, 구내식당에서 바티칸 사제들은 물론이고 외부 인사들과 수시로 만납니다. 교황이 구내식당에서 식사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식당 입구에서 떨어진 구석에 전용 식탁이 있는데, 음식을 식판에 손수 담아 와서 홀을 등지고 벽을 향해 앉아 음식을 드십니다. 홀을 보고 식사할 경우 불편해할 수도 있는 사제들을 배려한 것이겠지요. 산타 마르타 하우스에서의 생활은 교황의 소통과 배려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황을 가까이서 모시고 있는 비서와 저녁 식사를 적이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참석자들 모두 교황의 일상생활에 대한 궁금증을 털어놓았습니다. 많은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압권은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까만 가죽 가방이고, 다른 하나는 여름 바캉스였습니다. 교황은 외출하실 때마다 낡아 보이는 까만 가방을 손수 들고 다닙니다. 피정 가실 때에도, 해외 순방 가실 때에도! 까만 가방을 들고 비행기 트랩에 오르는 교황의 모습이 인상적이지 않습니까. 미국 대통령은 핵무기 버튼이 들어 있는 블랙박스도 수행비서가 대신 들고 다니게 하는데 말입니다. 교황 가방에 핵무기 버튼이 있을 만무하고, 혹시 그것에 버금가는 중요 기밀문서라도 있을까. 비서에서 물어봤더니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게 그렇게 궁금하세요? 말해 드리지요. 실망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참석자들의 시선이 그의 입에 집중되었습니다. 내용물이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언제나 반드시 넣고 다니는 물품은 가지라고 하더군요. 성경, 성무일도, 그리고 면도기! 마지막 면도기를 말할 모두 터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교황님이 그런 것까지 ….” 다음은 8월의 바캉스! 로마 사람들에게 바캉스는 필수 연례행사입니다. 그들은 바캉스를 위해 1년을 사는 같습니다. 로마의 8, 한국의 설이나 추석 명절 서울처럼 한산합니다. 하루 이틀 아니고 내내! 교황청 사람들도 대부분 자리를 비우고 바캉스를 떠납니다. 소수의 필수 요원만 남아 있어, 사실상 개점 휴업이지요. 그러면 프란치스코 교황도 바캉스를 가시나요? 가시면 어디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십니다. 역대 교황들은 관례적으로 가스텔 간돌포에서 여름을 보냈습니다. 로마 남쪽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교황 전용 여름별장입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캉스를 위해 이곳에 없습니다. 2016 가스텔 간돌포를 시민에 개방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박물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바캉스를 가지 않습니다. 8월에도 바티칸에 계십니다. 전용 경당에서  피정을 하신다고 합니다. 비서들이 교황께함께 바캉스 가자 건의한 적이 있었답니다. “나는 지금까지 여름 휴가를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지금 와서 가라고?” 비서들은 말씀을 들을 뒤부터 바캉스 얘기를 하지 않는다네요.


프란치스코 교황이 존경받는 이유는 언행일치와 지행합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황은 훈화나 강론을 통해 강조하는 메시지를 일상생활에서 그대로 실천하기로 유명한 분입니다. 사랑 평화 겸손 배려 정의…, 훌륭한 말을 누구나 수는 있지만 몸소 실행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세상에는 말과 행동이 다르고, 앎과 삶이 다른 지도자가 얼마나 많습니까. 교황은 그런 교활한 위선자들과는 거리가 아주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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