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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 | 연재 [[벗에게 시간을 묻다]]
옹기장이 이현배와 시인 박형진이 주고받는 손편지
박형진, 이현배(2022-04-11 13:13:34)

손내 선생님!


그동안 편안하셨습니까? 이제 날이 완연한 봄입니다. 겉으로는 바람 불고 추운 같아도 경칩이 지나니 어김없이 개구리가 울고 어느새 수련 키우는 고무다라이 속에 알까지 낳았군요. 투명한 안에 박힌 까만 개구리의 씨앗들이 금방금방 커지는 보입니다 그려. 매화꽃도 피었어요. 성냥골 만씩 하던 놈들이 며칠 새에 매주 콩알만 해져갖고는 나무 아래쪽에서부터 송이씩 벌어집니다. 봉긋봉긋한 가지를 잘라서 물컵에 꽂아 책상에 두었더니 하룻밤 왁자하니 피어서는 방문 여닫을 때마다 향기를 내어놓는군요. 그렇게 서너 차례 꽂이를 하고 나면 밖엣 것도 눈부시게 피겠지요. 울안엔 홍매도 두어 그루 있지만서도 홍매보다는 백매에 끌리는 것은 매화라는 화사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고 봄의 안온함보다는 추운 속에서의 고절함이 어울려서겠는데 옛사람의 위에 말을 얹는 군더더기까지 백매의 향은 덜어주는 듯합니다.


어제와 오늘, 저는 나무를 심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화단의 나무 그루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고 주는 산에서 캐와 가식을 해놨습니다. 가식을 것은 엄나무입니다. 지금 아주 심기를 해도 되지만 여러 그루여서 며칠에 걸쳐 심어야 같아서요. 나무는 제가 십여 전부터 산에서 묘목을 캐다 근처에 심어서 늘려나가는 것인데 이제는 백여 그루가 넘게 되었고 그중에 먼저 심은 것은 가슴 높이의 직경이 이십 센티미터가 되게 자랐습니다. 수익을 위해서 심은 것은 아니고요, 어쩌다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엄나무(음나무≒개두릅)순은 두릅보다는 귀하고 어떤 분들은 두릅보다도 좋아하기에 순이 나올 때는 여기저기 인사닦기 겸으로 보내드립니다. 선생님은 순을 자셔보셨나요? 그쪽도 산골이어서 많이 있지 싶은데 아직 자셨으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옮겨 심은 화단의 나무는 아내의 청에 의한 것입니다. 처음 화단에 심을 때는 지금 자리가 알맞다 여겨져서겠지만 나무 나무 새로 심고 가꾸다 보면 다른 자리로 옮겨 심어야 일이 생기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놈이 본디 있던 놈보다 항상 높은 대접을 받게 되어 굴러온 돌이 박힌 뺀다는 것은 돌멩이나 사람의 일만도 아니더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뽑혀서 다른 곳에 심기는 나무는 대접도 소홀하게 되기 일쑤여서 눈에 띄는 곳이거나 심지어는 뽑힌 다시 심지 않게 되는 일도 간혹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화단에서만큼은 적재적소란 말이 자주 떠올려집니다. 이와는 달리 제가 주변이나 개울 근처, 혹은 산에 면한 땅에 심는 과일나무나 엄나무들은 작은 꽃나무들의 눈치를 심하게 봐야 하는 화단 나무들과는 달리 아무 거침새 없이 쑥쑥 자라줘야 이뿐 것들입니다. 인위적으로 비틀고 수족을 잘라서 본성을 왜곡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성격에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분재보다는 거목을 좋아합니다. 분재를 보는 안목이 제게 있을 턱이 없지만 속에 몇백 세월의 풍상과 자연의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하더라도 홀로 자연스럽게 자란 그루 나무에 끌리더라고요. 나무에 기대섰을 때의 느낌을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내가 제게 의지하고 위안을 받고 경외를 갖는 것일 , 제가 내게서는 무엇도 요구하는 없지 않습니까? 정말.


나무 이야기가 조금 길어집니다. 오랫동안 저는 논밭을 팔아서 하나를 생각을 했습니다. 사는 변산은 관광지라 그런지 값이 굉장히 비싸므로 그게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더라고요. 그래서 나무를 심고 싶었습니다. 몇십 나무를 심고 가꾸다 보면 아름드리나무들이 산에 가득 들어차고 샘물이 사시사철 마르지 않고 짐승들이 많이 깃들겠지요. 지오노가 나무를 심은 사람이란 책을 무척 감명 깊게 읽고 후부터였는데 지금도 꿈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으로만 가지고 있어 마음 설레는 세월이 흘러갈 실천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한계가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우선 부모 형제가 있는 정든 고향을 떠난 다는 것이 첫째요, 부모 형제로부터 물려받은 땅을 일거에 팔아치운다는 것이 둘째요, 알맞은 땅을 찾기 힘든 가지입니다. 이제는 나이를 많이 먹어버렸다는 것도 생각해야 부분이고요.


이런 마음속 자락이 아직 저를 붙들고 있어 해마다 봄이 되면 저는 나무 그루씩은 잊지 않고 심습니다. 왠지 봄에는 다른 몰라도 나무는 심어야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지역 산림조합에서 여는 나무 시장에 연례행사처럼 두세 번씩 갔다 오곤 합니다. 나무를 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조금씩 돕는 것도 유쾌하더군요. 어린 묘목을 들고 돌아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고 그의 가슴 속에는 앞으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져서 간직될 것입니다.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를 더욱 조심하십시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코로나에 대해서 부기하며 이만 졸편을 놓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입춘

이렇게 가만히 뇌어 보면

민들레 노랑 고무신 신고

봄이 찾아 것만 같고


이렇게 가만히 말해보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파아란 파아란 하늘에서

꾀꼬리 종다리로 노래하고 싶은데


솔잎마다 첩첩 쌓인 검은 눈송이들

녹지 않는 덩어리들


-코로나 겨울


2022. 3. 10

박형진 드림



모항 박형진 시인께


어제 입었던 옷을 입었더니 

오늘은 덥습니다.

평소 어제 입었던 옷을 오늘 입는 것을 좋아합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이 곤혹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작업복을 빨아야 했습니다. 그래 다른 옷을 입었는데 개구리복을 입었다가 검열(?) 걸렸습니다. 향토방위 출신인 사실이고 향토방위라는 말이 기막히게 좋은 말이라 향토방위복을 입어줘야 하는데 말입니다. 검열에 걸렸지 말입니다. 놀림이었던향토방위그대로 지금 사는 , ‘지역적 또한 지경인데 말입니다. 


비가 옵니다. 

하도 오래간만이라 반갑습니다. 창문을 열어두고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말고도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숫돌입니다. 어제 그야말로 득템 것입니다. 진안읍 버스정류장 삼거리에서 암아왔습니다. 삼거리는 진안사회에서 붕어빵집으로 통한답니다. 정말이지 명물입니다. 아마 전국적으로다가 손꼽히는 맛일 겁니다. 무엇보다 앙꼬가 맛있는데 꼬리부문까지 가득하답니다. 날이 풀리고 있어 들어가겠기에 조금 먹어둬야 만큼 맛있답니다. 숫돌은 붕어빵집의 맞은편 심마니인삼집에 있었습니다. 바로 옆으로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어 십여 전에는 택시기사분들 사이에 목각이 유행인 숫돌을 공유하는 했더랬습니다. 제자리 물건이 아름다운 것인데 이제 인삼가게 아저씨께서 노쇠하여 숫돌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저에게는 보여 제가 암아왔습니다.  


그냥 숫돌이라면 이웃 소목장을 통해 기능별로 구해서 쓰고 있어 굳이 챙길 일은 아니었습니다. ‘숫돌이라고 하니까숫돌 돌멩이는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81500 톤의 용담호 수압을, 950 평의 용담댐 수장을 뚫고 나온 돌멩이랍니다. 그러니까 인삼집 아저씨가 농산마을(진안군 정천면 갈룡리) , 1970년대 새마을 운동 시절에 마을 안길 축대를 쌓느라 돌을 부렸는데 쩍하고 쪼개지는 돌이 있었는데 가만 보니 숫돌이 되겠다 싶더랍니다. (다른 한쪽을 여쭸더니 친구를 줬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숫돌이 것입니다. 농산이라는 , 고려말엽([진안 용담댐 수몰지구내 문화유적 발굴조사 보고서II] 12세기 중반 이전으로 편년) 당시 인근 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이곳에 농막을 짓고 농사를 지으면서 매년 풍작이 되자 농가가 점차 늘어나 마을이 되었고, 이에 농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농산도, 

마을도 수몰된 20년입니다. 


요즘에 저는 이어령 선생의 책을 붙들고 있습니다. 옹기일을 하면서부터 오지그릇의 정립기인 조선 중후기를 궁금해 하면서 비슷한 시기 학문(서학)으로 받아들였다가 신앙(천주교)으로의 전이된 과정 또한 궁금해 왔습니다. 그래 이어령 선생의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말에 끌려 이어령 선생의 글들을 봐야지, 봐야지 했다가 이제사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통령선거 전날 받은 책을 대통령선거 다음 펼쳤는데 마주한 문장이날개에서 품개로” “나와 다른 것을 품어라”[이어령, 80 생각]이었습니다. 


하나도 벅찬데대선’ ‘대선해싸서있는 자리 흩트리기 딱인지라김동연 후보를 찍을 꺼다 입막음을 했더랬습니다. 그러면서 3 선택지를 좋아하는 자신을 있었습니다. 


다들 있는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거였고 크든 작든 저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이제 향토방위병의 구호내가 자리가 최전방이다, 여기서 초전박살 자리부터 흩트려야겠습니다. 그렇게 품다 보면 뭔가를 틔울 있겠지요. 


 

뭔가를 소망하며 

봄을 맞이하렵니다.



2022. 3. 13

옹기장이 이현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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