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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8 | 연재 [SNS 속 세상]
MZ세대는 왜 빚쟁이가 되었나
빚투 권하는 사회
오민정 편집위원(2022-08-10 13:28:07)

 


SNS 속 세상 | MZ세대는 왜 빚쟁이가 되었나 

‘빚투’ 권하는 사회


글 오민정 편집위원







“코인하다가 손해 본 거 안 갚아도 된다며?” 

“에이, 설마.”

“진짜야, 내가 유튜브에서 설명해주는 거 봤다니까?”



우연히 점심을 먹으러 들른 음식점에서 들리는 옆 테이블의 대화에 나도 모르게 숟가락을 멈췄다. 사실 오늘 아침에도 귀가 따갑게 ‘빚투’ 관련 뉴스(정확히 말하자면 오늘 뉴스는 ‘청년층 채무조정 지원방안’이었다.)를 들으면서 출근했던 터라 아마 옆 테이블의 누군가와 조금만 안면이 있던 사이였다면 ‘그렇다고 원금을 탕감해 준다는 건 아닙니다!’ 하고 나도 모르게 궁시렁거릴 뻔 했던 것이다. 물론 다행히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요즘 유튜브에서 빚투 회생과 관련한 내용이 부쩍 올라오는 것이 걱정스러웠는데 역시나 이런 분위기구나, 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일 따름이었다.


MZ는 왜 빚쟁이가 되었나

‘빚투’는 ‘빚내서 투자’의 준말이다. 갑작스레 빚투가 문제가 된 이유는 최근 가상화폐와 주식 등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냥 폭락이 아니라 말 그대로 곤두박질을 쳤다. 이에 이달 초 서울회생법원은 채무자가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금을 개인회생 변제금 산정 시 반영하지 않는다는 실무준칙 제408호를 발표했다. 발표 이후 유튜브에서는 지금이 개인회생 적기라며 온갖 개인회생에 관련한 콘텐츠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거기에 ‘청년층 채무조정 지원방안’까지 발표되고 나니 피해갈 수 없는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벌써부터 인터넷 뉴스 광고배너에는 ‘빚 갚으면 바보’, ‘돈을 왜 갚아?’라는 등 자극적인 문구들이 판을 쳤다.


하지만 좋든 싫든 정부가 ‘청년층 채무조정 지원방안’을 내놓은 배경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추락하는 지지율을 만회하려 했건 아니건 간에 ‘젊은 세대에게 재기할 기회를 마련해 주지 않으면 향후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훨씬 커질 것’이라는 이유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납득 할 수도 있다. 미래를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한 것이다. 실제로 ‘한국생명의전화’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강에서 상담전화를 건 청년들은 전년대비 8%이상 급증했고, 20대의 개인회생신청건수도 대폭 증가했다고 한다. ‘영끌’과 ‘빚투’를 감행한 MZ세대도 생각보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빚투’ 권하는 사회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는 향후 우리나라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나 소득, 자산, 부채, 소비 등에서 이전 세대 대비 취약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Z는 현재를 위해 소비하는 세대다. 또한 소확행과 더불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명품구매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MZ는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저축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대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결혼과 아이를 포기한다. 단순히 현재의 돈 때문이 아니다. 나도 당장 내일을 모르겠는데 자식의 미래까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차피 살 수 없는 집과 결혼이라면 현재 나를 위한 작은 소비를 선택한다. 이를 과연 ‘철딱서니 없음’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아니, 이것은 어쩌면 시대가 낳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던 MZ가 대체 왜, 빚을 내가면서까지 투자를 했던 것일까? 


지난 2년간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가 유동성 호황을 맞았다. 그리고 갈 곳 없는 자금은 투자시장으로 집중됐다.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등 투자시장은 덩달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저축으로는 불가능해 보였던 ‘내 집 마련’과 ‘결혼’의 꿈이 어쩌면 한 번의 투자로 가능해질지도 몰랐다. 그리고 투자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빈곤해지는 분위기 속에서 MZ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투자시장에 뛰어들었고, 결국 오늘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투자의 책임은 개인이 아닌 채권자의 손해로 전가되고, 그 손해가 다시 고객에게 전가되는 현상이 과연 공정한가? 당연히 공정하지 않다. 하물며 청년들의 부채를 다른 세대가 함께 나눠 지는 것에 대해 동의한 적도 없다. 물론, 지금 청년들에게 재기할 기회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이러한 정책이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을 일시적으로 구제할 수는 있지만 오히려 향후 우리 사회 전반에 투자에 대한 강박과 불안,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나쁜 신호가 되는 것은 아닐까? 단순히 저축이 옳고 투자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보상받을 수 없는 삶을 위해 ‘영끌’과 ‘빚투’를 하게 만드는, 위험한 투자를 권하는 사회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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