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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9 | 문화이슈 [SNS 속 세상]
MZ세대와 무지출챌린지
지출 0원의 트렌드에 가려진 것들
오민정 편집위원(2022-09-14 11:51:45)

SNS 속 세상 | MZ세대와 무지출챌린지

지출 0원의 트렌드에 가려진 것들

#무지출챌린지


글 오민정 편집위원







며칠 전, 인스타그램에서 기획재정부 공식계정으로 한 편의 카드뉴스가 올라왔다. ‘지출 0원에 도전하기, 가능하신가요?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열풍인 #무지출챌린지 한 번 도전해 보실래요?’라는 말과 함께 첨부한 화사한 이미지의 카드뉴스를 보며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정부기관에서 MZ세대의 문화와 트렌드를 카드뉴스로 제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무지출챌린지가 왜 유행하게 됐는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지 않은 채 #무지출챌린지를 단순히 젊은 세대의 문화와 트렌드로 거론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무지출챌린지’를 아시나요


무지출챌린지는 말 그대로 지출 0원, 하루 종일 지갑을 열지 않고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인스타그램에서 #무지출챌린지로 검색만 해도 가계부 인증 게시물들이 쏟아진다. ‘오늘의 지출 ₩2,700-김밥’, ‘8월 22일 가계부 지출(물) ₩1,000’과 같은 게시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이른바 ‘짠테크’(짜다+재테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나도 20대쯤인가, 극한으로 절약해서 집을 산 경우라든지 얼마를 모았다더라, 가계부를 써서 얼마를 모았다더라 하는 내용은 이른바 엄마가 아침 청소를 끝내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보시던 ‘아침마당’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종종 들어왔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것이 MZ의 새로운 문화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일까?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현실


무지출챌린지의 실천으로는 대표적으로 3가지를 꼽는다. 첫째, 냉장고 파먹기(외식이나 새로운 식재료를 사지 않고 냉장고에 남아 있는 것을 활용해 요리하기) 둘째, 포인트 모아서 생활비 충당하기(어플로 모은 포인트를 현금화하거나 기프티콘으로 바꾸어 작은 지출 줄이기) 셋째, 중고거래를 통한 부수입(잘 사용하지 않은 물건 중고거래로 처분•교환하기) 창출이다. 내용만 보면 마치 건전한 젊은이들의 소비문화 같다. 물론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다. 2022년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6.3%가 상승했다. 2021년 연간소비자물가지수의 평균 상승률이 2.5%인 것에 비하면 상승률이 꽤 높다. 물가지수 상승률이나 숫자만 보면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결국 MZ세대가 굶고 있다는 말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MZ세대가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려서 ‘건전한 소비를 해야지’라며 #무지출챌린지라는 트렌드를 만들고 열광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MZ는 모두 같은 처지일까


그렇다면 MZ는 모두 같은 처지인 것일까? MZ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나이로 엮이기는 하지만 폭도 상당히 넓어서 기준에 따라 20대부터 실상 사십 대 초반인 나까지도 포함된다. 나이로만 엮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MZ세대에는 여전히 YOLO를 외치는 MZ가 있는 반면, 단돈 100원에 필사적인 MZ도 있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2019년 기준)를 바탕삼아 청년층(19~34살)의 소득과 자산을 살펴보면 저소득청년층의 평균소득은 84만 9천원, 고소득청년층은 655만 6천원으로 두 그룹의 격차가 7.7배에 이른다. 과연, 고소득 청년층에서 일일이 인증하는 #무지출챌린지에 열광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는 세대론이 가진 맹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의 #무지출챌린지와 그 이후를 말하기 위해서는 MZ세대라는 세대론으로 퉁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수준을 봐야 한다. 그래야만 세대 사이의 양극화, 세대 안의 다양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세대론 말고 무엇을 볼 것인가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MZ세대를 트렌드나 전망을 위한 도구, 혹은 유리한 대로만 해석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MZ는 단일한 집단이 아니다. 지금 마주한 것들을 MZ세대의 트렌드로 치부하는 것은 마치 말만 바꿔서 세대가 가진 여러 문제를 ‘청년문제’라고 한 바구니에 담아버렸던 것과 같다. 이러한 분위기 안에서 오히려 편의상 묶인 ‘세대 내 격차’는 더 커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트렌드’라고 명명하는 순간, 심각성은 사라지고 문제는 단순한 ‘현상’이 되어 버린다. 우리가 지금 ‘MZ’라는 손쉬운 세대론적 문법을 걷어내고 ‘진짜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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