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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7 | 연재 [문화저널]
<기획시리즈8>農謠
심인택 전주우석대학 교수(2003-12-18 14:42:01)


 민요에 대한 연구는 학계나 그밖의 유관단체에서 많은 연구가 있었다. 또한 민요의 채록을 위하여 학자들이 가사와 악보로 정리를 하고 있지만 노동과 더불어 살아있는 농요는 점점 그 쇠퇴기를 맞고 있음에 한편 아쉬움도 남는다. 농경사회가 여러 가지 사회적 여건으로 말미암아 기계화 영농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어쩔수 없는 현실임을 알게된다. 민요와 농요의 관계를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도 많이 있다. 대체로 민요는 전문성을 가진 자에 의하여 불리워지는 노래로 요즈음은 판단되며 농요라 하더라도 가사와 선율이 좋으면 민요의 범주로 들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민요의 뿌리는 농요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아직도 기계화 영농을 하지 않는 곳에서는 그 나름대로 노래가 불리워 지고 있으니 그 노래가 참으로 우리의 인간사를 부르짖는다고 봐야 하겠다. 가사가 전달되지 않고 혼자서 흥얼거려도 그 콧소리와 구음은 수백년 수천년의 소리이고 혹 가사가 있다고 한다면 노동의 희노애락이 담뿍 담겨있는 우리의 정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농요는 각 계절마다 또 농사의 종류마다 제각기 가락과 흥이 붙어 있어 힘든 일을 덜 힘들게 하고 이웃과 협동과 우래를 나누며 동네의 경조사 까지도 어느덧 같이 거들게 되니 단순히 농사의 노래라기보다는 한 부락 한 고을의 집단적 결합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지금은 경운기 엔진소리와 라디오 혹은 녹음기의 대중가요가 농요를 대신 해 주고 있지만 새벽 먼동이 틀무렵 밭을 가는 농부의 "이랴 쩌저저저" "저랴 쩌저저저"라든가 멈춤의 소리인 "와 이놈의 소야"로 시작된 하루의 일과는 사실 가락고 장단의 연속이며 새참에 먹는 밥과 텁텁한 막걸리 한 대접은 자연스럽게 젓가락 또는 막대기 장단을 치게 되니 이것이 농사일의 흐름의 연속이요 힘든 일의 시작에 준비 과정임을 알게 된다. 농요가 전국적인 분포로 널리 퍼져 있지만 우선 "옥구의 농사짓기 소리"의 사설을 살펴보고자 한다. ·옥구 농사짓기 소리· ·김매기 소리 전라북도의 동부지방은 산이 많고 경상도에 가까워서 경상도 소리조에 가까운 모심기 소리와 밭매기 소리를 부르며 서부 지방은 들어 넓고 충청도 서부와 전라남도 서부와 이웃하여 모심기 때에는 「상사소리」, 김매기 때에는 「산타령」또는 「방아타령」 따위의 소리를 부른다. 전라북도 옥구군 대야면 죽산리 탑골 마을도 호남 평야에 있는 마을로서 들이 넓고 땅이 기름져 벼농사를 크게 짓고 있어 농사짓기 소리가 많이 전해진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농사짓기 소리가 많이 전해진다. 이 마을 사람들은 예로부터 전해지는 농사짓기 소리를 놀이로 꾸며서 1974년 15회 전국 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 "옥구 들노래"란 이름으로 나가서 상을 탄 적이 있다. 탑골 마을에 전해지는 소리에는 모찌기 소리, 모심기 소리, 김매기 소리, 등짐 소리, 집터 다지기 소리, 상여소리, 불무빌 소리 따위가 있는데, 여기에 실린 것은 모두 김매기 소리로서 「만경 산타령」「오호소리」「잦은 산타령」「싸오소리」이다. 옥구 들노래는 소리가 구성지고 가락이 좋을 뿐 아니라 시김새가 정교하여 음악적으로 보아 뛰어나다.


「만경 산타령」 김을 매면서 맨 먼저 부르는 소리이다. '만경 산타령'이라 함은 김제 만경지방의 산타령이라는 뜻이며 이 고장의 들이 김제 만경 평야의 너른 들 곧 금만 평야 '외애밋들'에 들기 때문에 '만경 산타령'이 두루 불린다. 자유로운 리듬으로 매우 느리게 부르는데, 가락도 시김새도 뛰어나서 여러고장의 김매기 소리 가운데 손꼽힐 수 있는 곡조라 하겠다. 장절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가락이 경토리로 되어있다. 매우 유장하고 화창한 느낌을 준다.

나 하하 헤에에 헤에이 헤헤에 오호 온돌 히히헤헤 헤헤헤이가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나아아 헤에헤 헤헤이 헤헤에 오호 온돌 히히헤헤 헤헤헤이가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바람 부네 바람이 부네 농촌 한가에 풍년바람 부네 헤헤이 헤헤에 오호 온돌 히히헤헤 헤헤헤이가 산하지로구나 아하아


오호타령」 방아타령이라고도 한다. 만경 산타령 다음으로 부르는 소리다. 만경 산타령을 부르다가 오호타령으로 넘길 즈음에 선소리꾼이 "넘어가네 넘으를 가네 오호타령 넘어를 가네"하고 메기면 김을메는 사람들은 오호타령의 뒷소리를 대는 것으로 소리를 시작한다. 세마치 장단으로 되었는데 3분박으로 된 중모리에 얹어도 맞는다. 선소리꾼이 여덟장단(중모리 두장단)으로 된 선소리를 메기면 같은 장단의 뒤소리를 "에헤야 허이 허허이야나 허 건걸 오호야"하고 받는다. 가락은 경토리로 되어있고 매우 명랑한 느낌을 준다. 에헤야 허이 허허이야 아허이 허 건걸 오호야 에헤야 허이 허허이야 나 허 건걸 오호야 바람불고 비 올 줄 알면 우장 두르고 지심을 매세 에헤야 허허허어야 나 허 건걸 오호야


「잦은 산타령」 두 번째로 불리는 오호타령 대신으로 부릭도 하는 소리다.

'긴 산타령'이 라고도 할 수 있는 만경 산타령에 견주어 "빠른 산타령"이란 뜻이다. 오호타령과 같이 세마치 장단으로 된어 있고 중모리로도 맞는다. 선소리꾼이 여덟장단의 앞소리 (중모리 두장단)를 메기면 받는 사람들은 같은 장단의 뒷소리를 "에야라 듸야 에헤헤 에야 에야 듸여 산이로구나"하고 부른다. 매우 구성지고 씩씩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에야라 듸야 에에에이 에야 에야 듸여 산이로 구나 에야라 듸야 에헤헤 에야 에야 듸여 산이로구나 비 묻어오네 비 묻어오네 건장산 중터리에 비 묻어오네 헤에 에헤헤 에야 에야 듸여 산이로구나 떠들어 오네 떠들어 오네 점심 광주리가 떠들어 오네 에야라 듸야 에헤헤 에야 에야 듸여 산이로구나


「싸오소리」 김을 매다가 해질 무렵이 되어 일이 거의 끝나가면 싸오소리를 크게 부르면서 "쌈싸기"를 한다. 쌈을 싼다고 함은 끝판에 남은 부분을 둥글게 싸면서 김을 맨다는 뜻인데 어느 고장에서나 그러하며 소리를 흥겹게 부른다. 처음에는 잦은모리로 몰아가면서 소리를 지르며 김을매고 막판에는 "이야차...."하고 다함께 소리 지르고 마친다. 이야 호호 이야 호호 히야차 소리가 나거든 이야 호호 소꾸리 장사 테 두드리께 이야 호호 망건 장시 골 두리께 이야 호호 괴기잽이 그물 치디께 이야 호호 어호 싸호 에이 싸호 에이 싸호 에이 싸호 먼 디 사람 딛기 좋고 에이 싸호 에이 싸호 에이 싸호 에이 싸호 에이 싸호 히야차 히야차 밟어라 밟어 밟어 <뿌리 깊은 나무 '팔도소리'중에서>


 이렇듯 농요는 건강한 힘과 건전한 정신이 노래 속에 들어 있고 이 노래를 작업의 질에 따라 느리게, 중간속도, 빠르게 엮어가면서 저절로 힘이나게 만든다. 인위적인 만듬이 없이 자연스럽게 엮어지는 농요가 이제는 현장에서 없어지게 됨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런 노래를 잘 다듬어 전통적인 농요로써 그 가치를 충분히 살려 낸다면 또다시 노동의 현장음악으로 살릴 수 있다고 생각 된다. 그밖에도 전북지방의 농요 또는 노동요를 보면 정읍지방의 '누에소리' '양태소리' 장흥지방의 '동백따는 소리'가 있고 진도의 방아소리·영광의 시집살이소리·부안의 불무소리·진안의 메밀소리·익산의 벼타작소리·진도의 보리타작소리·무주의 모심기소리·진도의 모심기 소리와 김매기소리·장성의 가래질 소리·남원의 가래질소리·완도의 동부따는 소리·정읍해남의 연밥따는 소리·금산의 꼴베는 소리·정읍의 약초캐는 소리·장흥의 밤따는 소리·진도의 뱃소리·영광의 낚시소리·정읍의 배추씻는소리와 상추씻는소리·진도의 달구질 소리 등. 이렇듯 농요의 종류는 바로 우리의 생활 주변에 있는 일이 곧 노래가 되는 것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노래를 즐겨 했던 우리네의 생활은 변함이 없는 듯 하다. 이러한 농요를 바탕으로 튼튼한 몸과 건강한 생활이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애정이 서려있는 농요중 이앙가(移秧歌)의 가사를 읽어 보며 일의 어려움을 잊고자 한다.


아침이술 채전밭에 눈매고운 저큰아가 누구간장 녹이려고 저리곱게 생겼는고 살랑살랑 부는바람 김도령의 쾌자바람 김도령은 어데가고 쾌자한쌍 걸렸는고 상주합창 공갈못에 연밥따는 저큰아가 연밥일랑 그만두고 이내말씀 들어보게 처자각시 배를 깍아 총각낭군 주는구나 주는배는 아니받고 요내손목 담삭쥐네 서울이라 한골목에 그물놓아 처녀잡자 잔처녀는 다빠지고 굵은처녀 내차지라 모서야적삼 시적심에 연적같은 저젖봐라 많이보면 병난다네 살금살금 보고가소 모시적삼 안섶안에 함박꽃이 피어나네 그꽃한번 보라하니 호령소리 벽력같소 유자석류 근원좋아 한꼭지에 둘여렸네 동남풍이 들어불어 떨어질까 염려로세 저건네라 저초당에 기생활량 노는덴가 영창문을 열고보니 유자향내 절로나다 은장도랑 칼이되어 임의손에 놀고지고 은저놋저 수저되어 임의상에 놀고지고 청사초롱 불밝혀라 청사초롱 임의방에 임도눕고 나도 눕고 저불끝이 뉘있을고 진주단성 긴골목에 처자한쌍 지나가네 그 처자를 한번보니 엄동설한 꽃을 본 듯 서울이라 남저자에 점심참이 늦어온다 삼대독자 외동자식 젖준다고 참이늦다 남산이라 저모롱이 점심이라 더디온다 미나리라 시믁치라 맛보느라 더디온다 오늘낮에 점심반찬 무엇무엇 올랐던고 함경도라 원산고기 마리반이 올랐더라 삼가합천 얽은독에 쌀로빚은 연약주야 샛별같은 술잔에다 임도받고 나도받고 진주단성 얽은독에 찹쌀비빈 담간주야 딸길러서 나준장모 이술한잔 잡으시오 동지섣달 긴긴밤에 임없이는 잠을자도 오뉴월의 긴긴해에 점심굶고 내못사네

 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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