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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4 | 연재 [문화저널]
歌曲1
심인택 전주우석대교수(2004-01-27 10:41:17)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느끼는 봄철에는 무릇 예나 지금아낙 한결 같이 봄 노래를 즐기려 한다. 허나 지금은 옛 같지 않고 옛은 지금 같지 않으니 언제고 듣고 음미하던 풍속은 그야말로 옛스럽지도 그렇다고 멋이 있지도 않다. 詩가 있어서 詩人이 있는지 詩人이 있어 詩가 있는 것인지 우리가 항상 그리워하며 써보고 싶은 것이 詩가아니던가. 詩를 써서 詩人이 되고자
함이 아닐 진데 그 누가 감히 詩를 쓰고 있던가 산다는 것은 곧 세상을 음미 하고자 함이니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남은 詩가 그 얼마나 많으랴 우리 조상들의 가장 큰 미덕은 겸손이어서 어쩌면 굳이 詩 속에 이름석 자를 연연해하지 않았기에 오늘 작자 미상의 詩가 노래로 만들어져, 이제껏 불려온 노래 중, 歌曲이었으니 이름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고 詩 속에서 노래 가락을 찾고자 한다. 詩에 음악이 잘 어우러져 나타난 형태중 대표적인 노래가 歌曲이다. 혹자는 고려시대 음악과도 연결하고자 하나 조선시대 숙종 이후로 전성기를 이루게 되니 판소리와 더불어 성악곡의 활발한 성장과 예술성의 극치를 이룬다. 歌曲의 특징은 구성에 있어서 전주곡에 해당하는 대여음(大蘇音)이 있고 초장·이장·삼장 후에 간주곡에 해당하는 중여음(中餘音)이 있으며 사장과 오장으로 엮어진 노래이다. 즉 전주와 간주가 있으면서 5장 형식으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그리고 반주악기로는 가야금, 거문고, 대피리, 해금, 장고외에 단소와 양금이 편성되기도 한다. 우리의 전통 성악곡 중 반추악기가 악곡 틀에 짜여서 연주되는 것은 오직 歌曲 뿐이기에 옛날 풍류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또한 歌曲은 男唱과 女唱의 구분이 있다. 詩의 내용이 남성적이면 남자가 노래를 하고 詩의 내용이 여성적이면 여자가 노래를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으로 男女唱을 하게되니 노래속에서도 음양의 법칙을 적용했나보다. 그리고 시의 내용에 따라 노래의 음역을 정한것이 歌曲틀 속에서 엿볼 수가 있어 세밀한 정성이 가득 들어있는 노래이다. 우선 歌曲 첫 번째 노래 羽調“初數大葉의 가사를 살며보자.

南唱 薰數大葉(첫치)
※長抽善舞 綠仰春風

。남훈전(南薰殿) 달 밝은 밤에
팔원팔개(八元八開) 다리시고
오현금(五絃琴) 탄일성(彈一聲)에
해오민지온혜(解吾民之溫兮)로다.
우리도 성주(聖主) 뫼옵고
동락태평(同樂太平) 하리라.

。동창(東窓)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넘어 사래 긴 밭을
언제갈려 하느니

。매영(梅影)이 부딪친 창에
옥인금차(玉人金車) 빗겨슨져
이삼백발옹(二三白髮爾)은
거문고와 노래로다.
이윽고 잔 잡아 권하제
달이 또한 오르더라

。옥로(玉露)에 눌린 꽃과
청풍(淸風)에 나는 잎을
노석(老石)에 조화필(造化譯)로
겁바탕에 옮겨신져
이재(異哉와) 사란(寫聞)이 개유
향(豈有香)가마는 암연습인(暗然製人) 하도다.
時調詩에 의해서 五장 형식으로 된 노래를 일명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한다. 이 歌曲을 위하여 시조를 모아 둔 책이 대표적으로 청구영언(靑丘永言) ·해동가요 (每東歌議) ·고금가곡(古今歌曲) ·가곡원류(歌曲源流)등이 있다.
현재 歌曲이란 말은 고금가곡 ·가곡원류라고 부르던 그 가곡에서 따온 이름이다.
다음은 가곡 중에 가장 느린 이수대엽(二數大葉)의 詩를 살펴보고자 한다.

男唱 二數大葉(긴-것)
否樓說法 雨順風調
。가마귀 너를 보니 애닮고 애닮어라
너는 무삼 약을 먹고 머리조차 검었느냐
우리는 백발 검은 약을
못 얻을까 하노라.

。각씨(聞氏)네 꽃을 보고
피는 듯 이우나니
옥 같은 얼굴인들
청춘이 매양일까
늙은 후 문전이 냉락(冷落)하면
뉘우칠까 하노라

。 간밤에 부든 바랍 강호(江湖)에부딪치니
만강선자(滿江般子)들은
어이구려 지내련고
산림에 들은 지 오래니
소식 몰라 하노라 뼈를

。 강호에 기약을 두고
십년을 분주하니
그 모든 백구(白關)는
더디 온다 하려니와
성은이 지중(至重)하시니
갚고 가려 하노라

女唱 羽調 二數大葉(긴것)
。 간밤에 부던 바람 만정도화(滿鷹挑花)다 지거다
아희는 비를 들고 쓸려고 하는구나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삼하리오

。 버들은 실이되고 꾀꼬리는 북이 觀되어
구십삼춘(九十三春) 짜내느니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던고

。 동짓날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물 끼에내어
훈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 톨가
어룬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구비구비 펴리라

。 창오산성제혼(蒼橋山聖帝塊)이
구름조차 소상(勳象)에 나려
야반(夜半)에 흘러들어 죽간우
(竹間雨)되온 뜻은
이비(二紀)의 천년루흔(千年淚痕)
을 못내 씨겨함이라.

。 왕상(王神)이 이어(,睡魚)낚고 맹종(孟宗)의 죽순(竹筍) 찍어 .
검던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萊子)의 옷을 입고
평생에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같이 하리라.

。 인생이 둘가 셋가 이 몸이 네다섯가 벌어 온 인생이 꿈엣몸 가지고서 평생에 살을 일만 하고 언제놀려 하느니.

가곡의 초수대엽은 이수대엽 보다도 약간 속도가 빠르다. 그래서 이수대엽이 가곡의 맨 처음 생긴 곡이라고 한다. 여창가곡은 초수대엽이 없고 이수대엽부터 시작을 한다. 앞에서 시를 보듯이 남창가곡과 여창가곡의 시 내용이 좀 다른 것은 아마도 자연의 이치에 맞도록 한 배려 일 것이다.
같은 장단과 속도로 정형시이면서도 어떤 시는 정형시를 벗어난 자수를 갖고 있지만 느린 한배에서는 충분히 이를 수용하고 있다.
다음은 세번째 곡인 남창 우조 中擧를 살펴보자.

中擧는 ‘중허리’ 또는 ‘중허리 드는 자은한잎’이란 말로 초장 중간을 든다. 즉 음을 높게 한다는 말이다.

男娼 羽調中 中擧(중허리)
。 가을하늘 비 캔 빛을 드는 칼로 잘라 내어
천은침(天銀針) 오색실로 수를 놓아
옷을 지어
임 계신 구중궁궐(九重宮闕)에 드려 볼까 하노라.

。 청천(靑天) 구름 밖에 높이 떴는 학(鶴)이러니
인간이 좋더냐 무슨 일로 내려온다
장(長)기치 다 떨어지도록 날아갈 줄 모르는다.

。 청풍북창하(淸風地創下)에 잠깨어 누웠으니
희황씨(羲皇氏)적 사람인가
갈왕씨(葛王氏)적 백성인가
아마도 태고인물(太古人物)은 나뿐인가 하노라

。 한산(閑山)섬 달 밟은 밤에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女唱 羽調中 中擧

。 청조(淸鳥)야 오도고야 반갑다 임의소식
약수삼천리(弱水三千里)를 네 어이 건너온다
우리 임 만단정회(萬端情懷)를
네 다 알가 하노라

。 청계상초당외(淸溪上草堂外) 위에 봄이 어이 늦었는고
이화백설향(李花白雪香)에 유색황금눈(柳色黃金嫩)이로다
만학운(萬壑雲) 촉백성중(圍白聲中)에 춘사망연(春思茫然) 하여라

。 사랑 꾀어 불이 되어 가슴에 피어나고
간장(肝腸) 썩어 물이되어 두 눈으로 솟아난다.
일신(一身)에 수화상침(水火相針)하니 살똥말똥 하여라 .

。 간밤에 비오더니 석류(石榴)꽃이
다 피거다 부용당반(芙蓉塘畔)에 수정렴(水晶簾)
걸어두고 늘 향한 깊은 시름을 못내 풀려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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