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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9 | 연재 [신귀백의 영화엿보기]
[트라이앵글] -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향한 새로운 접근
최만호(2004-01-27 12:17:41)


 미국 영화계가 베트남전쟁을 다루기 시작한 것은 전쟁이 끝나고 한참 뒤의 일로 기록된다.
〈인류의 양심을 시험한 전쟁〉에 짐으로써 상처받은 자존심 탓인지, 심각하고 걱정스러운 소재를 꺼려하는 헐리우드의 성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1978년에 만들어진 「귀향」(ComingHome : 흘 애쉬비 감독)은 미군이 마지막으로 베트남을 떠난 5년 후를 다루고 있다.
전쟁 전에 해군 장교의 아내였던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하반신 불수의 퇴역군인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 이 영화는 베트남전쟁 그 자체가‘아니라 전쟁이 참전용사들에게 준 상처와 미국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생활에 미친 영향을 그리고 있다. 감상적이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귀향」은 전쟁의 여파인 인간의 파멸에 대항하려는 정직한 시도의 하나로 기억된다.
전쟁에 자원하여 뛰어드는 펜실베니아 철광도시 출신의 세 친구의 우정과 애정, 전장에서의 고통과 갈등, 귀환후의 생활을 뛰어난 연출력으로 펼쳐 보인 「디어 헌터」(The Deer Hunter: 마이클 치미노 감독, 1979)는 보다 직접적으로 베트남에 개입한 영화였다. 세 친군들은 무시무시한 전쟁의 폭력과 엄청난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한사람은 사이공에서 죽고(이대목에서의 러시아의 룰렛게임-권총탄창에 실탄을 한 발 장전하고 두 사람이 교대로 자신의 머리를 겨누어 격발하는 자살도박은 전쟁에 대한 메타포로 사용하기 위한 치미노 감독의 순전한 창작이다), 한 사람은 다리를 잃고, 한사람은 정서적인 불구가 된다.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은 마지막 장면에서 죽은 친구를 위한 만가로 〈God Bless America〉가 노래되는 것에서 상정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전쟁 그 자체로 귀결된다. 그것은 그들이 지키기 위해 죽어간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찬가로 그치는 것이다.「대부」(Godfather, 1972·74)와 더불어 대가로서의 명성을 날린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1979년, 베트남전쟁처럼 거대하고 복잡한 짐승같은 영화 「현대 묵시록」(Apocalypse Now-우리 나라에서는 수입금지로 묶였다가 지난해 「지옥의 묵시록」으로 상영되었다)을 공개한다.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미국의 베트남 개입을 통렬히 비난한 최초의 영화로 평가된다. ‘베트남에 대해 만족할 만한 결론은 내리고 있지 않지만 전쟁에 대한 공포와 마약의 만연으로 미군부대에 널려 있는 광기-상대에 대해 살인적이고 상황에 대해 의도적이며, 과대망상적인-를 냉정하고 설득력있게 해석하고 있다. 추구할만한 가치가 없는 이상을 향한 전쟁, 혼란한 명령으로 용기있는 자들의 삶을 무자비하게 빼앗기는 전쟁, 그 공포와 광기에 마비되어 가는 자의식을 코플라 감독은 오감을 압도하는 컬러와 사운드, 분명히 야만으로의 퇴화를 의미하는 무서운 시각 스타일로 제시한다. 이것들은 굉장히 사실적이고, 이 박력 넘치는 사실성은 전쟁 당시 미군병사들의 환각중세와 같은 느낌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현대 묵시룩」은 이 같은 직접적이고, 지속적이며, 묵시적인 형식을 통해 미국 역사의 가장 불행한 사건 중의 하나인 ‘베트남이라는 지옥에 대한 미국인의 고통스러운 갈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14개월의 참전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각본을 쓴 을리버스톤 감독은 「플래툰」(Platoon, 1986)으로 오스카상을 손에 넣는다. 미군 보병소대의 뒤를 쫓는 카메라는 미군들에 의한 어린 베트남 소녀의 윤간과 주민의 학살 등 전쟁의 모습과 그 전쟁의 살인 도구화 된 고참 하사관들의 맹목성과 선의의 의지를 갓 전투에 참가한 신병에게 대립된 강조로 투사해 보여 줌으로써, 전선없는 전투에서 쓰러져 가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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