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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 | 연재 [문화저널]
기획시리즈가곡 7
심인택 우석대 교수(2003-09-08 10:23:31)

풍류의 고장에서 歌客을 만나본지 오래이다. 풍류라고 하면 줄풍류(영산회상)와 시조·가곡을 일러 말하지만 근세 100여 년 동안 풍류가 없어지게 된 것은 우리의 선비문화가 점차 시들해 졌다는 말이다. 詩客은 많아도 歌客이 없다면 정녕 우리의 머리는 있지만 가슴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메마른 정서, 선비문화의 쇠퇴는 더욱 우리문화의 토착화 보다는 어쩌면 물에 뜬 기름과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이제 가곡에 대하여 마지막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男唱 界面 言笑>
江山도 좋을시고 鳳凰이 떠 왔는가
三山半洛靑天外어늘 二水中分白鷺洲로다
李白이 이제 와 있어도 이밖에 못쓰리라
개고리 저 개고리 得得事 하는 곁에
해오리 저 해오리 垂垂不飛하는 고야
秋風에 해오리 펄적 나니 긔 오리 간 곳 없어 하노라
碧紗窓이 어룬어룬커늘 임만여겨 펄떡 뛰어나가 보니
임은 아니오고 明月이 滿庭헌데 碧梧桐 젖은 잎에 鳳凰이 와서 긴 목을 휘어다가 깃 다듬는 그림자로다.
마초아 밤일세 망정 해여 낮이런들 남우일번하여라
늙기 설위란 말이 늙은이의 망령이로다
천지강상 無限量이요 人之定命 백년간이니 설위하는 말이라 아마도 망령이로다.
두어라 망령의 말을 웃어 무삼하리요.

樂은 弄과 編의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속도는 보통속도에다 가사내용도 약간은 정중하면서도 약간의 장난끼도 섞여 있어 매우 흥미롭다.
우리 선조들은 음악을 두 가지로 나눈 것 같다. 하나는 자기 수양을 위한 감상음악인데 이는 자기 스스로 즐기려했던 것 같고 또 하나는 놀이음악으로 이 놀이 음악은 남과 함께 어울려 한판 즐기는 음악이다. 곧 자기를 위한 음악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상황으로 만들고 남을 위한 놀이판은 역시 개방적이며 해학적인 면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言樂은 그 중간쯤이면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음악으로 보아야겠다.

<男唱 界面 編樂> (自三章 界面)
나무도 바우돌도 없는 뫼에 매게 휘쫓긴 까톨의 안과 大川 바다 한가운데 日千石 실은 배에 / 노도 잃고 닻도 끊고 龍중도 걷고 치도 빠지고 바람불어 물결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리 만리 남고 / 四面이 검어 어둑저뭇 天地寂寞 가치놀 멋는데 水賊 만난 都沙工의 안과 엊그제 임 여흰 나의 안이사 엇다가 가흘하리요.
鳳凰臺上鳳凰遊러니 鳳去臺空江自流로다.
吳官花草埋幽逕이요 晋代衣冠成古라
三山半洛靑天外어늘 二水中分白鷺洲로다
總爲浮雲能반日하니 長安不見便人愁하노라
한숨아 細한숨아 네 어느틈에 잘 들어온다 / 고무障子 細살 장자 돌 장자 열 장자의 排目 결쇠 걸었는데 / 병풍이라 덜컥 접은 簇子라 색대굴 만다네 어늬 틈으로 잘 들어온다 / 아마도 너 온 날 밤이면 잠 못이뤄 하노라.
푸른 山中 白髮翁이 고요 獨生向南峯이로다 / 바람불어 松生이요 안개 피어 壑成虹 / 奏 啼 千古恨인데 積多鼎鳥는 一年豊이로다/ 누구서 산을 寂賽타던고 나는 樂無驚인가노라.

樂과 扁사이에 編樂이 끼어들어 이어준다. 즉 3장까지는 羽調 노래하고 중여음과 4장부터는 界面調로 노래한다는 말이다. 사설이 많아지고 사설 내용이 님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어딘가 호젓하고 애태우는 듯 하다. 대개의 경우 편에 들어오면 경쾌하고 호탕하며 빨리 몰아가려고 하나 그 여과과정으로 편락을 넣음으로 情이 담뿍 들어 빨라짐을 붙들려고 하는 것 같다.
언락과 편락에 차이는 바로 이러한 맛이 있다. 속도의 장단의 변화, 우조와 계면조의 맛·사설·내용에 있어서 그리움의 변화가 감칠맛이 흐른다.

<女唱 界面 還界樂>
머리를 찬찬 얽동혀 뒤설미지고 泰山峻嶺을 허위허위 넘어가니 / 모르는 벗님네는 그만하여 바리고 가라 하건마는 /가다가 지즐녀 죽을센정 나는 아니 바리고 갈까 하노라
앞내나 뒷내나 중에 소 먹이는 아희놈들아 / 앞내옛 고기와 뒷내옛 고기를 다 몰쑥 잡아내 다락끼에 넣어 주어도란 네 타고 가는 소등에 걸쳐다가 주렴 / 우리도 바삐가는 길이오매 전할똥 말똥 하여라

여창 계면에는 언락과 편락이 없고 다시 환계락으로 이어진다. 樂의 의미는 남창에서 얘기하지만 여창 환계락도 역시 은유한 사설내용으로 비유를 하고 있다. 여창의 멋은 사설의 내용과 가성을 사용하여 높은 음을 가늘게 그리고 격정이 있는 듯한 소리가 우리의 가슴에 스며들게 한다.

<男唱 界面 編數大葉>
牧丹은 花中王이요 向日花는 忠信이로다
蓮花는 君子요 杏花는 小人이라
菊花는 隱挽士요 海花는 少年이라

蔡花는 巫당이요 海掌花는 娼女로라
이 중에 李花는 詩客이요 紅挑碧挑
三色 挑花는 風流i郞인가 하노라.

鎭國名山萬文峯이 靑天削出金
芙蓉이라/巨擘은 吃立하여 北主三角이요 奇嚴은 두起하여 南
案頭로다/ 左龍駱山 右虎仁
旺 瑞色은 幡空 擬象關이요 淑氣는 鍾英 出人傑하니 美哉라/
我東山河之固여 聖代衣冠 太乎文物이 萬萬世之金陽이로다/
年豊코 國泰民安하여 九秋黃菊에 職遊而鳳舞커늘 緬獄登臨하여 醉飽盤항하오면서 感
激君恩이샷다.

떳떳 常 평할 平 통할 通 보배
寶자/ 구멍은 네모지고 四面이
둥그러져 댁대굴 구울러 간 곳
마다 반기는구나/어찌타 조그
만 金 조각을 두챵이 닷토커니
나는 아니 조해라.

옥 같은 임을 잃고 임과 같은
자네를 보니/자네 건지 피 자
네러니 아무 줄 내 몰레라/
자네 긔나 자네나 中에 자
고나 갈까 하노라.

〈女唱 界面 編數大葉〉
牧丹은 花中王이요 向日花는 忠信이로다
蓮花는 君子요 杏花는 小人이라
菊花는 隱挽士요 海花는 寒士이라
박꽃은 老人이요 石竹花는 少年
이라
蔡花는 巫당이요
海掌花는 娼女로다
이중에 李花詩客이요 紅挑碧挑
三色挑花는風流郎인가하노라.

모시를 이리저리 삼아 감삼다가
한가운데 뚝 끊어지옵거든/ 皓
齒丹신으로 홈빨며 감빨아 纖纖
玉手로 두 끝 마조 잡아 바뷔처
이으리라/ 저 모시를 우리도 사
랑긋처 갈 제 저 모시같이 이으
리라.

오늘도 저물어지고 저물면은 새
리로다/새면 임 가리로다 가면
못 오려니 못 오면 그리려니 그
리면 應當 病들려니 병 곧 들면
못 살리로다/ 병들어 못 살줄
알 양이면 자고나 갈까 하노라

O 待人難待人難하니 鷄三呼하고
夜五更이라
出門望出門望 責山을 萬重이요
녹수는 千廻로다/ 이유고 개 짖
는 소래에 白馬遊治郞이 넌즛이
돌아드니 반가운 마음이 無窮耽耽하여 오늘도 서로 즐거움이야
어늬 끝이 있으리.

月一片燈三更인제 나간 임을 헤어보니
樓數酒樓에 새 임을 걸어 두
고 不勝邊情하여 花看맥上春將
면이요 走馬鬪鷄續주말취반이라/
三時出望無消하니 盡日欄頭에
空斷腸을 하소라.

옥 같은 임을 잃고 임과 같은
자네를 보니 /자네 지 그 자
네전지 아무 줄 몰라라/자네
피나 피 자네나 중에자고 갈까
하노라.

O 붉은 새 글을 물어 寢堂에 펴
앉으니 /聖子華命이 常拍를 봐
오니 /배암이 까치를 물어 가자
의 언즈니 聖孫이 將興에
이 먼저 봐시거다.

O 각陽城裡方春花時節에 草木群
生이 皆有而自樂이라/冠者五
六과 童子六七 거느리고 文朱重
興으로 白雲峰 登臨하니 天文이
척尺이라/拱北三角은 鎭國無
彊이오 大丈天의 胞襟에 雲夢을
삼켰는 듯 九天銀繹爆에 塵앵올
씻은 후에 杏花芳草夕 陽路로
路歌行休하여 太學으로 돌아드
니 기水에 會點의 詠以歸를 맛
처본가 하노라.

O 千金駿馬로 換少妾하여 笑坐彫
鞍歌杓梅로다
事傍에 側掛一壹酒하고 鳳笙龍
管行相崔로다
州管 力土錯아 李白興齒同死
生을 하여라.

天下名山五鐵之中에 衝山이 가
장 좋디어
六觀文師 說法濟衆할 제 上佐靈
通者로 龍宮에 奉命할 제 石橋
上에 八仙女 만나 희롱한 죄로
幻生入間하여 龍門에 높이 올라
出將入相타가 太師堂 돌아들어
蘭陽公主 李蕭和 英陽公主 鄭瓚
貝며 買春雲 泰彩鳳과 桂담月
화驚總 沈조뼈 白俊波로 슬카장
노니다가 山鍾一聲에 자던 꿈을
다 깨었구나/ 세상에 富貴功名
이 이러한가 하노라.

편수대엽은 대부분 사설이 길다. 사설을 빨리 부쳐 엮어간다는 이 노래는 10박자의 장단에 같은 가락의 반복으로 경쾌하면서 박진감이 있다. 歌曲중에서 가장 빠른 곡으로 느린 음악에서 이쯤에 오게되면 어깨에 기운이 오르고 절로 춤이 나올 듯하다. 사설의 내용도 깊이 생각을 하는 무거움 보다는 가볍고 편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 긴 가곡의 전편이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특히 여창계면 편수대엽이 다른 곡보다는 여러가지의 詩를 갖고 있어 많지 않은 여창가곡중 편수대엽이 사랑을 더욱 받은 듯하다.

〈男唱 界面 言編>
O 白髮의 歡陽노든 년이 젊은 서
방을 맞초아 두고/센 머리에
먹칠하고 泰山 嶺으로 허위허
위 넘어가다가 卦그른  落이에
흰 東丁 검어지고 감든 머리 회
였고나/그를사 늙은이 所望이
라 일락일배하더라.

O 寒松亨 자긴솔 베여 조고만치
배 무어 타고/술이라 按酒 거
문고 가얏고 해금비파 笛피리
杖鼓 坐支公人과 安岩山 차돌
一番 부쇠 老狗山重露 취며 누
細대 귀지삼이 江陸은 女妹 三
배酒 다 모아 싣고 달 밝은
경포대로 가서/大코 印세乘
流하여 石享 金蘭題과 永郞湖
仙遊置으로 任去來를 하리라.

O 天寒코 쫓深한 날에 임을 따라
泰山으로 넘어갈 제 갓 벗어 등
에 지고 버선 벗어 품에 안고
신으란 벗어 손에 들고/天方地
方 地方天方 한번도 쉬지 말고
쉬어쉬어 따라 올라가니 버선
벗은 발은 아니 쓰리되 여러번
여윈 가슴이 산득산득 하여라.

言編온 編의 일종으로 빨리 물아친 편수 대엽에서 잠간 쉬기라도 할듯 言編율 노래하게 된다. 우리 선조들의 정적인 삶이 바로 編의 음악 사설을 보면 더욱 느낀다.
긴 노래가 끝나가는 무렵이라 사젤 속의 나이도 늙어진 얘기요 좋은 장소를 따라 두루두루 청아보고 즐기며 옛 仙人들이 들렸던 장소를 찾아보는 광경이 눈에 선하다.
인생의 긴 여로를 보듯 이 가곡도 긴 노래로 이제는 산천경개를 쳐다보며 늙어감을 설우하는 모습은 바로 삶의 현장을 마감하는 듯 하다.
이런 가곡을 한바탕 부르거나 듣게 되면 자연히 관조의 세계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을 배우게 되니 상연히 노래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된다.

〈男女唱 界面 太平歌〉
이랴도 太平聖代 저랴도 聖大로

己日月이요 舜己乾坤이라
우리도 태평성대니 놀고 놀려
하노라.

이제 가곡의 마지막 曲이다. 전통성악곡 중 유일한 남녀창이며 그 선율은 마치 신선의 놀음인듯 남녀가 서로 벗겨가며 맑고 깨끗한 소리 굵고 표용력이 있는 음색의 높고 낮음은 가히 거대한 산을 보듯 넓고 넓은 바다를 보듯 끝이 없고 한이 없는 음악이다. 속도는 한없이 느려 감히 박자를 짚기가 민망한 음악이 이 음악이며 자신의 숨소리조차 숨겨주고 싶은 음악이다. 태평가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詩의 세계를 알고 음양의 조화를 아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리고 자기를 아는 사람이니 이 가곡의 조직을 통하여 조상의 지혜를 배우며 그들의 삶을 배우리라 믿는다.
이 기나긴 노래를 무던히 참고 견디어 이제 마지막 노래로 끝을 맺게 되니 시원하면서도 섭섭한 마음이다.
문화저널 가족을 위하여 언제 조용한 시간에 여러분을 초청하여 다는 못해도 한두시간 정도는 우리회원에게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이 가곡의 詩을 모아서‘한국가창대계’를 펴내신 은사이신 李昌培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며 머나먼·곳에 계시지만 제자들의 부족한 노래를 탓하지 마시고 고히 잠드시길 두손 모아 기원하면서‘歌曲’의 기획시리즈를 마친다.
뒷풀이로 ‘將進酒’를 마시면서.

O 한 잔 먹사이다. 또 한 잔 먹사이다. 꽃꺽어 籌를 놓고 무궁무진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 거적 덮어 쥬푸리어 메어 가나 流蘇寶帳에 百服總麻에 울어 예나 어욱새 더욱새며 덕개나무 白楊 숲에 가기곳 갈작이면 누른 해 흰 달과 굵은 놈 가는 비에 蕭蕭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자 하지 하물며 무덤 우회 잔나비 파람할 제 뉘우친를 미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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