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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 | 연재 [백제기행]
마산은 사라졌지만 문화는 흐른다, 다시 차오르는 예술의 바다
174회 백제기행_도시문화기행 열 셋 - 창원
이정우(2016-04-15 10:44:23)




찬바람이 잦아들고 봄이 오는 소리에 움츠렸던 몸을 쭉 펴고 3월의 첫 봄나들이를 떠났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온기
에 설레는 마음의 기행 길이다.
2010년 경계가 모호했던 마산, 창원, 진해가 통합 되어 지금은 주소에서 사라진 마산시. 점점 잊혀져가는 지명에
사라지는 공간들이 있었다. 그 공간에 예술이 채워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빈 점포에 예술의 생기를 불어 넣어 골목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창동 예술촌을 시작으로 부림시장 안에
자리한 작은 공방들의 보금자리인 창작 공예촌. 그리고 사랑하는 고향에 미술관을 바치고 싶다는 그의 바람으로 현
재의 모습을 갖춘 조각가 문신미술관. 봄에 완연히 녹아들기 전, 창원에서 차오르는 예술의 바다를 만났다.


예술의 태동, 창동 예술촌
여행의 출발은 항상 두근거림과 함께 한다. 방울방울 퍼지는 기대감을 가득 안고 우리가 처음 도착한 곳은 창동 예술촌. 1960년 ~ 1980년도 '경남의 명동'이라 불리며 20년 넘게 경남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지역이었다. 그 명성만큼이나 영화관, 서점, 술집, 옷가게, 레코드가게 등 도로 골목에 빼곡히 자리하고 1년 내내 북적 거렸던 곳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창원시 성산구와 의창구로 상권이 이동한 탓에 유동인구가 줄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렇게 마산르네상스 시절은 끝이 났다. 이후 2011년 '빈 점포를 활용한 창동 예술촌 조성'이 시작 되고 2012년 5월 창동 예술촌이 들어서게 된다.
창동 예술촌은 크게 세 가지의 테마로 나뉘어있다. 테마별로 50여명의 예술인들이 모여 각 개성 있는 골목에 자리 잡고 있다. 마산르네상스 시절의 예술사적 재조명과 시대적 배경의 추억거리를 재연한 '마산예술흔적'과 예술인과 예술 상인들이 융화하는 테마예술상업 골목인 '에꼴 드 창동', 문신예술 활동과 관련된 체험 아트 공간 및 테마상가가 자리한 '문신 예술'. 어느 하나 뺄 수 없이 꽉 들어 찬 예술의 골목이다.
창동 예술촌 아트센터에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리 저리 둘러본다. 골목골목 마다 톡톡 튀는 예쁜 거리들이 우리들을 유혹한다. 때문에 일행에서 잠시 멀어지기도 하고, 아차 싶어 따라잡기를 반복했다.
곳곳엔 조성사업 변경 전과 후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걸려있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정갈해진 모습이지만 그 옛날 모습 또한 청춘과 활기가 넘쳤던 곳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해설과 함께한 골목투어는 골목 저마다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었지만 창동 아트센터에서 구입한 작품을 만드신 작가님의 공방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꽃을 피우는 모습은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실제 작가의 공방이나 전시회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아닌 방법으로 작가와 만나는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작품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하나 더 얻어간다. 골목을 누비다 종종 만나는 어르신들은 차분히 말을 건네셨다. "어디서 왔어?" 이내 우리는 "전주에서 왔어요!" "멀리서도 왔네. 잘 구경하다 가!" 골목마다 예술과 미소가 함께 피어올라 더욱 화사했다.
시민들의 참여로 화분을 기증 받아서 골목이 꾸며져 있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함께 벽에 걸려있는 이름표가 붙은 화분들. 화분들에 피어있는 푸른 빛깔들이 자연스레 녹아 있었다. 하나하나 창동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담겨있는 소중한 화분이었다. 한 번 쯤은 지도 없이 길을 잃어가며 이곳저곳 헤매며 돌아다니고 싶은 골목이다. 저 멀리 창동 예술촌의 밝은 태동이 느껴진다.


시장 속 예술마당, 부림 창작 공예촌
부림시장은 1990년대까지 인근 마산어시장과 함께 거대한 상권을 자랑 했었다. 하지만 창동 거리와 마찬가지로 도심공동화로 인구가 줄어들고 창원시로 상권이 이동하면서 점차 빈 공간이 늘어났다. 앞서 창동 예술촌 사업과 더불어 부림시장 창작 공예촌 조성사업을 시작 해 2013년 완공 되었다.
시장 안쪽에 자리한 창작 공예촌. 옛 점포의 공간에 자리한 만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매주 토요일 마다 체험, 전시를 운영한다. 때 마침 토요일에 떠나온 여행이기에 몇몇 작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자기, 섬유공예, 토우, 천연비누, 나무공예, 압화 등 실생활과 관련된 실용적이면서도 예술적인 공예품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여기 있었다. 창동 예술촌이 눈으로 느껴보는 예술이라면 창작 공예촌은 직접 몸으로 느끼는 체험을 하면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장소였다.
한쪽에는 할아버지 다섯 분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계셨다. 자세히 보니 철학원에서 공부하시는 할아버지셨고, 무료로 이름을 풀어준다고 하셨다. 한자 한자 읽어 가시면서 이름을 풀어주시고 힘을 실어주는 따뜻한 말도 있지 않으셨다. 그 말 보다 따뜻한 미소가 내 마음을 풀어주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작가분들이 많이 나와 계시지 않았다. 무료로 이용되고 작가들의 작업 모습도 엿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생각보다 협소한 공간에서 진행 되고 있었다. 작가분들에게 여쭤보니 날이 따뜻해지면 창동 예술촌으로 나가 프리마켓을 진행 한다고 했다. 조금은 아쉽지만 빨리 봄이 완연해서 예술로 넘쳐나는 창동 예술촌을 보고 싶다.
창동 예술촌과 창작 공예촌. 시들어가는 공간에 다시 한 번 활력을 넣어주는 공간으로 서로의 연결고리를 통해 파도가 바스러지는, 힘 있는 예술의 바다로 오랜 시간 그렇게 흘렀으면 좋겠다.


살아 숨 쉬는 예술 혼의 공간 문신 미술관
문신은 1923년 일본에서 출생하여 마산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귀국 후에는 국내에서 10여 차례의 회화와 부조조각 개인전을 개최했다. 1961년 새로운 예술세계를 경험하고자 프랑스로 간 그는 추상 회화와 조각에 그의 열정을 불태우고 프랑스 국제조각 심포지엄을 통해 세계적인 조각가로 명성을 날리게 된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전시회를 가졌고 1980년 고향 마산에 귀국했다. 귀국 후 다수의 전시를 하였고, 프랑스 예술문학 영주장과 대한민국 문화부분 세종문화상을 수상하였다.

문신은 자신의 숙원이었던 문신미술관을 고향 마산에 직접 건립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이듬해 였던 1995년 지병으로 타계하고 만다. 문신 미술관은 작가의 유언에 따라 기증 받아 시립미술관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창원시에서는 작가 문신의 다른 작품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문신원형미술관을 건립하여 석고원형작품을 소장, 전시 하고 있다.
문신미술관은 한눈에 창원시가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장소에 있다. 마지막 여행지의 아쉬움을 놓아두기에 좋은 쉼터였다. 창동 예술촌의 문신 예술 골목에서 보았던 그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우린 그곳의 풍경에서 살아 숨 쉬는 문신을 보았다. 벌써 나들이 나온 가족들의 모습이 보이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생기를 더했다. 문신의 작품은 좌우 대칭에서 나오는 균형과 그 속에서의 미묘한 불균형, 거기에서 뿜어지는 생명체와 같은 움직임으로 우릴 사로잡았다. 복잡해 보이지만 자연스러운 형태들이 그의 세계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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