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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 | 연재 [장영란 김광화의 밥꽃 마중]
양배추꽃
(2016-05-17 13:58:20)




늘 길러 먹어도 꽃 구경하기 어려운 게 있다. 우리가 이파리를 먹는 채소가 그러기 쉽다. 게다가 그해 꽃이 피는 것도 아니고 밭에서 겨울을 나고나서야 꽃을 피운다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무와 배추는 씨를 받아 다시 심으니 꽃을 피우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데, 양배추는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꽃구경을 하고 있다. 그것도 노력해서가 아니라 소가 뒷걸음질하듯이.


양배추는 없으면 궁금하고 그렇다고 많이 먹는 건 아니어서 지난해 봄에 시장에서 모종을 몇 포기 사다 심었다. 배추와 같이 심었지만 생육기간이 길어 봄배추 다 먹고 난 뒤, 양배추 철이 돌아왔다. 그간 경험에 따르면 양배추는 밑동을 잘 잘라내면 죽지 않고 살아, 가을에 주먹만한 양배추 여러 개를 다시 단다.


그렇게 해서 가을에 다시 한번 양배추를 맛보다가 속이 차지 않은 양배추 몇 개를 남겨 놓았더니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은 게 세 포기. 긴 세월을 살아남느라 생김새도 꼬불꼬불. 이게 과연 꽃이 필까? 식물이 꽃을 피우려는 노력은 정말 장하다. 두해에 걸쳐 꼬불꼬불 목숨을 부지하던 게 언제냐는 듯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더라. 우리 사람이 식물을 가꾸어 주는 게 아니라, 식물의 덕에 사람이 목숨을 부지하고 살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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